실질객관동화
무적핑크 글 그림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설마 표지속 빨간 리본의 주인공이 백설공주는 아니겠지?
의미심장한 표지를 바라보고 있자니 책에 담겨져 있을 그 내용들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아름다운 백설공주는 못된 왕비가 독을 묻혀 준 사과를 먹고 죽게 되지만 왕자님의 입맞춤으로 다시 깨어난 후 자신을 구해준 왕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마음씨가 나쁜 왕비는 벌을 받았고 공주와 왕자는 평생 행복하게 살았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던 동화의 정석일 것이다. 나쁜 짓을 한 왕비는 당연히 벌을 받게 되고 착한 공주는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이 이 이야기로부터 우리가 배운 교훈이었다. 하지만 실질객관동화의 해석은 조금 남다르다. 99%의 허구에 1%의 사실을 보태어 기존에 알고 있던 동화와 만화에 희로애락의 옷을 입히고 전혀 다른 해석으로 풀이한 글은 이제껏 그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었던 그야말로 짜릿하고 통쾌한 이야기로 완성되어졌다.

 




 

웹툰을 많이 접해보질 않았지만 실질객관동화는 특이한 소재만큼이나 동화를 바탕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던 책이라 그만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그저 막연한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닌, 너무나 현실적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읽어봐도 유쾌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벌거벗은 임금님, 잭과 콩나무, 플란다스의 개와 흥부전, 토끼와 거북이, 인어공주와 피노키오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동서양 동화속 인물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의 자화상을 비추고 있다. 동화속 인물들은 때로는 부모님이 될 수도 있었고 상관을 모시는 직장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고 3 수험생, 입대와 취업을 앞둔 20대의 모습으로도 그려지고 있다.




단순히 웃고 넘기기엔 각각의 이야기에 담겨진 교훈이 너무나 현실적이다.
네로와 파트라슈 앞에 등장한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은 어느새 더러운 세상에 살아갈 힘이 되어 사기를 북돋워 주었고 데스노트는 쓰레기와 유해물질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투명한 정치에 대해 논하고 있으며 선덕여왕은 당태종에게 재입대를 권유하는데 특히나 솔로의 아픔이 느껴졌던 선덕여왕의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다. 이 밖에도 흥부가 박을 탄 후 벌어졌던 웃지못할 에피소드들과 다자녀 소득공제 신청을 하게 된 사연도 기억에 남는 부분이고, 잭과 콩나무에서 다루었던 불로소득에 대한 내용과 소나기의 여주인공이 밝고 아름다운 21세기를 위해 단연코 화장을 해달라던 유언을 남겼다는 이야기는 유쾌한 이야기속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따끔히 짚어볼 수 있었던 내용이기도 했다.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동화는 사회가 요구하는 어떤 스펙을 지녔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도 인간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됨됨이가 무엇인지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또한 더불어 가는 세상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고 친숙했던 동화나 만화를 요즘 세상에 걸맞는 옷으로 갈아 입혀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더 이상 아름답고 예쁘기만한 동화는 없다. 
실질객관동화는 그 어떤 장르보다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세상을 들여다보고 우리 앞에 놓여진 현실을 시사해주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었다면 이제 백설공주는 사과를 반드시 깎아서 먹을테고 마지막 잎새의 죽어가던 소녀는 떨어지는 나뭇잎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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