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을 쏴라 - 1925년 경성 그들의 슬픈 저격 사건 꿈꾸는 역사 팩션클럽 1
김상현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이 소설은 조국의 반역자를 둘러싼 이름없는 사람들의 슬픈 살인계획이다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은 나라를 팔아먹은 최악의 매국노 이완용 암살사건을 주제로 한 소설이란 소갯말 때문이었다.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책의 소갯말을 읽고난 후 나는 왠지모를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처음 접하는 작가와 작품이었지만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일까 하는 궁금증에 꼭 읽고 싶었던 책이기도 했다. 제목에서부터 풍겨나는 이미지만으로는 이완용을 암살하려는 계획과 인물간의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질 사건들이 모여 스토리가 전개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소설은 작가의 말대로 조국을 잃고 쓰라린 삶을 더욱 치열하게 살아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어쩌면 이완용과는 상관없이 아픈 역사속에서 살아남기를 발버둥쳤던 힘없는 약자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이완용의 암살사건을 둘러싼 주변인물의 상실과 고통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 아프게 전달되어져 온다.




이야기의 시작은 1925년 겨울 경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완용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 한 달 동안 조사를 마친 김근옥과 그의 딸 김달래, 조수윤은 경성 최고의 거부 최판선을 만나러 향한다. 조선의 역적 이완용이 천수를 다하는 꼴을 죽어도 용납할 수 없었던 최판선은 김근옥 일행에게 거금 십 만원을 제의하게 되고 뜻밖에도 이 거사의 살수는 나이어린 김근옥의 딸 달래로 정해지게 된다. 강원도 김근옥의 본가에서 겨울마다 사냥꾼들의 길안내를 도우며 사냥도 함께 했던 김달래는 총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순사들과 이완용의 호위를 맡은 다른 이들의 시선을 따돌리기에 달래만큼 적합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김근옥은 주저없이 이번 거사의 살수를 혈육이었던 달래를 선택하게 된다. 이제 막 강원도에서 상경한 달래에게는 계획에 앞서 무엇보다 신여성의 이미지가 필요했던 이유로 조수윤은 경성 제일의 기생집 명월관의 류화에게 달래를 부탁한다.

 





한편 한국인 순사 박을문은 특고 최고의 경부 오태주에게 중추원 서열 1위였던 이완용의 경호를 추천받게 되고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조선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찰 보직인 특고가 될 절호의 기회를 잡는다. 박을문은 1919년 삼일운동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 중풍으로 쓰러져 순사가 된 인물이었고 오태주는 동경 유학을 다녀온 최고의 엘리트 특고 경부였다. 두 사람 모두 조선인이었지만 그 어떤 일본인들보다도 잔인하게 같은 민족을 감시하고 몰살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같은 민족을 향해 총을 겨누던 그들의 삶이 애절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납득이 가질 않았던 부분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라도 경찰 조직에서 출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 할 곳이 특고였기 때문에 이제 박을문은 오로지 특고가 되기 위해 그 어떤 임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거사를 치뤄야 할 그 날이 다가왔다
김근옥과 달래는 이른 아침부터 경성역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혈육의 손에 총을 쥐어줘야만 했던 아버지 김근옥의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진다. 이완용을 쏴라란 책을 읽으며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독립운동가들 말고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피 한 방울조차 기꺼이 희생하셨던 이름없는 애국자들의 얼굴들이 가시질 않았다. 삼일운동을 계기로 이념을 따르는 수많은 단체들이 조직된 상황에 상해임시정부 요원들과 이름모를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그 시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며 역사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대해, 그리고 그 삶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랜 시간 음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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