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빈의 조선사 - 왕을 지켜낸 어머니 최숙빈, 그녀를 둘러싼 여섯 남녀의 이야기
이윤우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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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리와 후궁까지도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었지만 처음 최숙빈을 떠올렸을 때 그녀가 누구였는지 기억해내느라 애를 먹었다. 조선시대 숙종하면 자연스레 인현왕후와 장희빈이 떠오르고 영조와 정조까지도 알 수 있지만 정작 영조의 어머니였던 숙빈 최씨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는 사실에 놀랍기까지 했다. 사실 인상적으로 읽었던 조선시대의 역사서를 생각해봐도 숙빈 최씨에 대한 내용은 제대로 접했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물며 조선왕조실록에도 그녀의 기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 이유로 최숙빈의 조선사란 책은 제목만으로도 이 책을 더욱 궁금하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왕의 승은을 입고 후궁이 되었던 여자들은 수없이 많았지만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이 왕의 자리에 올랐던 경우는 보기 드문 상황이다. 최숙빈은 장희빈에 이어 숙종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후궁이었고 훗날 그녀의 아들 영조는 무려 52년동안 왕에 재임했던 인물이다. 조선의 500여 년 역사에서, 특히나 여성의 위치가 가장 낮았던 숙종대에 최소한의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지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가다 보면 숙빈 최씨가 얼마나 대단한 여성이었는지 더욱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희빈 장씨와는 다르게 그녀에 대한 기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지만 숙빈 최씨는 그녀 나이 7살에 궁중에 뽑혀서 들어가게 되었고 무수리 생활을 하다가 스물네 살이란 나이에 숙원으로 책봉된다.

 

 




희빈 장씨와 또 한 가지 차이를 보였던 것은 숙종의 사랑만으로 후궁에 오른 장씨에 반해 숙빈 최씨는 숙원에 오른 뒤 6개월 만에 아들을 낳는다. 왕의 사랑으로 후궁이 된 것이 아니라 임신을 했기 때문에 그녀의 운이 편것이라고 보는 관점이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숙종의 나이 쉰 일곱에 이이명과의 독대에서 세자 외의 아들을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되는데 이것은 숙종이 경종을 버리고 영조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미 장희빈의 죽음과 인현왕후의 복위를 통해 노론과 소론의 길은 확연히 갈려 있었고 대리청정 3년의 시간을 거친 후 새로운 왕으로 즉위한 경종은 이제 아버지의 뒷받침없이 그저 죄를 지어 죽임을 당한 어머니의 아들로 살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노론의 공격과 가장 큰 위협이었던 동생 연잉군까지도 경종에게는 모두 그 혼자 감당할 수 밖에 없는 무거운 짐들로 다가오고야 만다.




또한 영조의 탄생은 최씨에 대한 숙종의 총애가 극에 달하게 했고 영조 역시 숙종의 사랑을 한 몸에 받기 시작하는데 경종의 운명은 이미 그 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조선시대 가운데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숙종대에 관한 이야기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이 책은 그 어떤 역사서보다 흥미로웠고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었던 책이기도 하다. 숙빈 최씨와 영조, 장희빈과 인현왕후, 절대 왕권의 숙종, 숙종의 파트너 김석주와 송시열에 이르기까지 최숙빈의 조선사를 통해 숨겨져 있던 주요사건과 인물간의 갈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가설 수 있었고 이제 역사서도 그만의 재미를 더욱 즐기며 읽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특별한 인물이었던 최숙빈과 역사의 중심 숙종을 통해 새로운 조선을 만날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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