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피스토 펭귄클래식 78
클라우스 만 지음, 오용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강렬한 표지에서부터 첫 느낌이 예사롭지 않았던 클라우스 만의 메피스토.
20세기 문학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메피스토이기도 하다.
하지만 클라우스 만은 내게 노벨 문학 수상작가 토마스 만의 아들로 더욱 친숙하게 다가왔다. 더욱이 메피스토는 클라우스 만의 대표작이면서도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었기 때문에 베일에 감춰져 있던 클라우스 만과 그의 대표작을 만날 설레임으로 더욱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에게 지옥을 보여주고 그 지옥을 선택하게 만든 인물이 바로 메피스토이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 회프겐이 바로 악의 상징이자 한 인간의 처참한 몰락과정을 대변하는 메피스토로 분한 인물로 등장한다. 주인공 회프겐을 통해 나치 지배하의 독일과 권력자, 그리고 권력자 주변의 치졸한 인간군상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이 책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지 않았나 싶다.




총리의 마흔 세 번째 생일 기념 대 무도회가 열린 오페라하우스.
엄청난 사치로 물들이고 현란한 불빛이 가득한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나치 시대에 내로라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단연코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는 다름아닌 상원의원이자, 추밀원 고문관인 극장장 헨드릭 회프겐이었다. 연회장을 가득 매운 사람들은 모두 너 나 할 것없이 총리에게 무한한 지지를 받고 있는 그를 찬탄했고 그의 눈부신 출세에 기가 눌려 숨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다. 메피스토는 화려한 헨드릭 회프겐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본격적인 스토리는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1차대전이 끝날 무렵 독일 연극은 대호황을 누렸고 그 무렵 30년 넘게 연극 활동을 해온 사람으로 오스카 H. 크로게 감독 또한 프랑크푸르트에서 실내 극장을 이끌며 인기와 명성을 드높인다. 하지만 수준 높은 실험극을 공연하고자 했던 그는 번번히 극장 지배인 슈미츠와 시비가 붙는다. 이즈음 회프겐은 재능은 있었지만 실없는 말을 안주삼아 버릇없고, 그저 시샘과 허영심만 가득해 모든 배역을 다 차지하려 하는 애송이에 불과했고 그와는 상반되는 베를린의 스타로 잘 나가는 여배우 도라 마르틴이 등장한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연극은 정치 수단으로도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크로게, 슈미츠, 울리히스, 회프겐을 포함한 모든 연극인들은 혁명극과 예술 사이의 갈등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열 여덟 순수했던 하인츠란 소년은 이제 출세에 대한 무서운 야망만을 가진 헨드릭으로 변해버렸고 많은 사람들에게, 심지어는 자신도 느낄 수 있을만큼 계속해서 변해갔다. 하지만 그가 사랑했던 유일한 여인 율리에테만큼은 그에게 그 어떤 모욕적인 말도, 행동도 할 수 있었다. 흑인 어머니의 종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스텝댄스는 그녀가 상파울로 최고 무용단에 취직할 수 있도록 보탬이 되주었지만 유별난 성격에 알콜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던 삶은 빠른 속도로 바닥을 치게 되는데... 이제 그녀는 평판이 좋지 않은 술집에서 테밥 공주란 흑인 댄서로 춤을 추며 살아야 했다. 그러나 이런 사랑조차도 출세하려는 회프겐을 잡지는 못한다. 결국 회프겐은 그보다 더 좋은 집안의 바르바라와 결혼을 하게 되고 시즌을 보내며 새로운 신작에 주연을 맡고 남부러울 것 없이 승승장구 하는데... 
아무런 가치관도 없이 끊임없는 변신을 통해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왔던 회프겐은 성공의 가도를 달리며 많은 이들의 감탄과 찬사를 한 몸에 받게 된다.




과연 회프겐 자신은 그렇게도 원하던 성공이란 열쇠를 붙잡게 된 그의 마지막 삶에 만족해 했을까?
메피스토는 나치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들의 애환과 희열, 더불어 출세를 위한 한 인간의 비열하고 야만적인 삶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나 클라우스 만의 주변에 실제 존재했던 인물과 사건들을 엮어 실화소설의 성격을 가진 작품이기 때문에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에 더욱 가까이 접근해 볼 수 있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시대적 배경이 다를 뿐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헨드릭 회프겐과 같은 인물은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메피스토는 바로 우리 자신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게 했던 작품이 아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