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쇼핑 -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
주디스 러바인 지음, 곽미경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명품이 불티나듯 팔리고 수많은 광고와 홍보물, 홈쇼핑의 쇼호스트들은 매일같이 소비 행진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는 쓰지 않아도 될 물건들, 꼭 필요하지도 않은 제품들을 스스럼없이 소비하는 세상이 되버렸고 그만큼 제대로 된 소비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할 수 있었다. 이미 개인의 소비지출은 총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1900년에 비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20배나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종이 소비가 6배나 증가한 이유는 대부분 포장용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약과 화학비료 등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실정에 자연스레 지구 대기는 지난 20년 동안 관측해 온 이래 뜨겁게 가열되어 지구온난화가 산성비를 뿌리고, 급기야 극지방의 빙하를 녹이고 육지를 침수시키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굿바이 쇼핑은 이제껏 접해왔던 여느 경제도서들과는 다른 주제를 띄고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흥미로운 책이기도 했다. 이 책이 읽고 싶었던 이유는 결코 짧지만은 않았던 1년의 시간동안 저자가 직접 경험했던 자발적 가난을 나 역시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1년간 오직 생필품만 구입하며 살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은 어느새 나라면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을 과감히 결정할 수 있었던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바뀌었고,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현재 소비개념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라면 잘못된 소비 심리에 대해서도, 또 소비의식에 대한 문제점들까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생긴것도 같다. 굿바이 쇼핑! 과연 자발적 가난이 현실에서 가능한 일일까?

 





크리스마스 시즌.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쇼핑에 더욱 열광하게 된다. 저자 역시 양손 가득 쇼핑을 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집을 향하는데 뉴욕 거리를 걷던 도중 그만 물웅덩이에 쇼핑백을 빠뜨리고 만다. 엉망이 되어버린 쇼핑백과 자신을 돌아보며 순간 그녀는 회의를 느끼고 중대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극단적인 소비의 단절을 시도해 보기로 한 것이다. 이제 그녀는 앞으로 1년동안 식료품, 화장지, 인터넷 사용료처럼 생계를 위한 것 이외에는 그 무엇도 소비하지 않게 되었다. 쇼핑을 하지 않는 생활을 떠올리다보니 어느새 내게는 작은 공포심마저 생겨난다. 물론 죽을만큼 힘들지는 않아도 무엇인가를 소유한다는 것을 포기하는 일,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가끔씩 쇼핑 리스트를 작성하다보면 예전부터 갖고 싶었던 품목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과한 욕구와 집착이 생겨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무엇인가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은 끝이 없다는 사실을 매일처럼 느끼며 살아가지만 실제 눈 앞에 다가온 현실에서는 생각했던 것만큼 처연하게 행동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누구나 시장으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굿바이 쇼핑을 읽으며 삶에는 쇼핑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과잉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믿을 수 없었던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이란 시간은 소비에서부터 균형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집착과 욕심을 버릴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삶이었음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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