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다락방 - <마음 가는 대로> 두 번째 이야기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짧은 금발에 똘망똘망한 눈빛이 개구쟁이 사내 아이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탈리아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수산나 타마로. 
그녀가 마음 가는 대로의 두 번째 이야기 엄마의 다락방으로 우리 곁에 다시 찾아왔다. 
내가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은 몇 년 전 공지영 작가의 책을 통해서였다.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서 공지영 작가는 딸 위녕에게 수산나 타마로의 책을 권하고 있다. 나 역시 좋아하는 작가의 추천작이라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봤던 책이기도 하다. 전작 마음 가는 대로에서 그녀는 죽음을 앞둔 여든 살의 할머니가 손녀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통해 세대를 뛰어넘어 상처입은 여성의 삶에 대해, 사랑과 운명에 대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이번 엄마의 다락방은 마음 가는 대로의 속편으로 출간된 책이긴 하지만 전작을 읽지 않고 바로 읽어도 내용상 흐름이 끊길 염려가 없기 때문에 무관하다고 보여진다.

 

 

엄마의 다락방은 할머니 올가에 대한 반발심에 미국으로 떠났던 손녀 마르타가 다시 할머니 집으로 돌아오면서부터 시작된다. 마르타의 어린 시절,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던 할머니와 마르타는 누구보다도 친밀하고 각별한 사이였지만 할머니가 호두나무를 베어버렸던 그 날부터 두 사람의 갈등은 시작되었고, 서로에 대한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뿌리째 뽑히고 말았던 호두나무는 마르타의 삶에 있어 가장 큰 상처가 되었고 할머니로부터 마음을 닫아버린 마르타 역시 할머니에게 커다란 아픔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다 갈등이 채 풀리기도 전에 느닷없이 할머니에게 찾아 온 치매와 죽음으로 인해 마르타는 깨닫게 된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했던 사람은 할머니였다는 사실을...

 



 

할머니와 함께 했던 추억이 가득한 집에 이제 마르타는 혼자가 되어 남았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마르타에게 삶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 
텅 비어버린 집이 얼마나 삭막하고 외로웠을지 생각하면 그녀에게는 또 다른 비상구가 반드시 필요했다. 모든 것이 죽어버린 듯한, 살아있음을 실감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가던 어느 날 마르타는 우연히 다락방에서 부모님의 편지와 몇 장의 사진, 일기를 찾아낸다. 할머니로부터 전혀 들을 수 없었던 부모에 대한 막연한 느낌, 이제껏 알지 못했던 부모의 존재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면서 그녀는 세상에 혼자 버려진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되고 어딘가에 살아있을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하는데... 
이상과 현실의 갈등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엄마의 자살과 이기적이고 무책임하게 자신을 버렸던 아버지의 등장은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엄마의 다락방은 혼란과 절망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주인공 마르타의 씩씩한 자아찾기를 통해 각박하기만 한 현대 사회속에서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게 한다. 마르타를 통해 던져졌던 삶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한 번씩은 거쳐왔을법한 의미있는 질문들이었고 누구나 알아야 할 진실에 대한 것들이기도 했다. 이제껏 읽어왔던 여느 작가들의 글과는 다른 느낌의 수산나 타마로의 글은 왜 그녀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말끔히 해결해 줄 것이다. 진실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을 끝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마르타에게 애정어린 축하를 보내고 싶다. 할머니로부터 남겨진 마지막 편지는 그녀에게 또다시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릴 수 있는 용기를 선물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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