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블랙 장르의 재발견 1
오스카 와일드 지음, 서민아 옮김 / 예담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에게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은 앞서 읽었던 옥중기, 아서 새빌 경의 범죄에 이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세 번째지만 신기하게도 한 사람의 작가가 쓴 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그의 작품은 계속해서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물하고 있다.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로 시작된 오스카 와일드란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처음 옥중기를 선택해서 읽게 했고, 불행한 천재였다는 생각에 그의 작품을 읽어보기로 했던 것이 아서 새빌 경의 범죄란 단편집이었다. 그리고 장르 문학의 고전이라 손꼽히며 그의 작품 가운데 유일한 장편집이기도 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작가 스스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이라 이야기했던만큼 나에게도 커다란 의미로 다가왔다.




아름다운 한 젊은이의 초상화가 벽에 걸려있다. 그림 앞에는 초상화를 그린 화가 바질 홀워드와 그의 친구 헨리 워튼 경이 화가의 손에 의해 그려진 인물에 대해서, 그리고 상류층의 악덕과 위선에 대해 신랄하고도 거침없는 대화를 이어간다. 도리언 그레이에게서 어떤 미묘한 기운을 느끼며 그에 대한 경이로움마저 신비스럽기만 한 바질은 그의 초상화를 전시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런 바질의 속내를 이해할 수 없는 헨리 경은 현대의 이상과 적정한 가치를 이야기하며 동시에 초상화의 모델이었던 도리언 그레이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커져만 간다. 때마침 도리언이 바질의 화실에 방문하면서 헨리 경과 도리언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바질과 헨리 경의 대화를 읽어가다보면 19세기 영국 사회의 위선을 그만의 독설과 비판으로 작품속에 고스란히 그려냈던 오스카 와일드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에게서 가장 완전한 모습을 부여받고 아직은 파릇파릇한 젊음을 유지하며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기만 한 도리언은 초상화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닫게 된다. 하지만 헨리 경으로부터 머지않아 점점 끔찍한 모습으로 늙어갈 것이란 이야기를 듣게 되고 시간이 흐르고 점점 시들어갈 자신의 아름다움과 젊음에 탄식하게 되는데... 
 이 세상에서 간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은 젊음을 유지하는 것이란 생각을 하기에 이른 도리언은 드디어 그의 초상화를 통해 소망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세월이 흘러도 도리언 그레이는 계속해서 젊음을 유지한 채 살아가지만 대신 그의 초상화는 그가 쾌락에 빠지면 빠져든만큼, 죄를 지으면 그 죄값만큼 더욱 흉칙하고 추한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젊음을 유지하고자 했던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도리언은 이제 쾌락에 도취되어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고 더더욱 끝없는 욕망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도리언이 선택했던 삶은 그가 생각했던 것만큼 행복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인생이 되어버리고 만다. 아름다움과 젊음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누구에게나 존재할 것이다. 자신의 영혼을 팔면서까지 젊음을 지키고 싶어했던 도리언을 통해 누구나 그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탐욕스러움과 이기심에 대해, 그리고 끝없는 욕망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작품속에 그대로 내비치고 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으며 예술가로서 얼마나 고뇌하고 번민했을지 오스카 와일드에 대한 잔상이 더욱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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