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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금 100만 달러
너새네이얼 웨스트 지음, 장호연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3월
평점 :

피츠 제럴드, 헤밍웨이와 더불어 20세기 미국 문학의 3대 봉우리로 평가받는 작가 너새네이얼 웨스트.
작가는 불운의 교통사고로 서른 일곱의 나이에 일찍 요절하고 말았지만 그가 남긴 네 편의 작품은 미국 문학의 고전으로 우뚝 솟아있다. 개인적으로는 거금 100만 달러를 통해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이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가 떠난 후 오랜 시간이 흘러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웨스트의 소설은 비슷한 시기의 다른 작가들과는 다르게 시대를 몽환적으로 풍자하면서도 그만의 신비로운 블랙유머 스타일로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 접하는 작가와 소설에 대한 설레임으로 부푼 기대감이 서둘러 책장을 펼쳐 들게했다.
버몬트 주 오츠빌 근처 랫 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오래되어 낡고 허름한 집에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세라 피트킨 부인이 아들 레뮤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지만 배움을 중요시했던 세라는 아들 레뮤얼이 학교를 다니고 있음에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다. 사건의 발단은 어느 날 그녀의 집에 채무 관계로 변호사가 찾아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어린 레뮤얼은 눈물짓는 어머니의 모습에 절망하며 방법을 찾다가 마을에서 가장 명망있는 네이선 위플을 찾아가게 되고, 휘플은 암소를 담보로 레뮤얼에게 돈을 빌려주며 기회의 땅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정직과 근면이라며 충고하는데 휘플의 이 충고는 레뮤얼의 인생을 세상끝으로 밀어내는 꼴이 되고 만다. 레뮤얼은 대출금을 갚고 부자가 되어 성공하겠다는 꿈에 부풀어 뉴욕으로 떠나게 되는데 주인공의 우스꽝스럽고도 불길한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이 책은 웨스트의 첫 작품인 발소 스넬의 몽상과 1934년에 발표되었던 거금 100만 달러를 함께 엮어낸 책이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을 배경으로 쓰여진 거금 100만 달러는 가난한 시골출신의 소년이 꿈을 이루고자 떠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자본주의 체제가 가진 모순, 그리고 그 체제속에서 더욱 몰락해가는 사람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1930년대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공황으로 많은 사람들이 불행하고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시기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중심으로 웨스트는 비극적인 세상을 조금은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적잖이 많은 부분을 생각케 하고 있다. 한편 발소 스넬의 몽상을 통해 또다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웨스트의 첫 작품이기도 한 발소 스넬의 몽상은 예술과 신화, 문학과 종교 등을 다루며 과연 거금 100만 달러를 쓴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신선하고 묘한 기분을 선물해주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시인 발소 스넬이 목마 안으로 들어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수많은 편지와 문학에 대한 이야기는 구분할 수 없는 문화적 교감들로 가득하다. 목마 안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들에게 한 가지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글쓰기에 대한 욕망들로 가득하다는 것, 그리고 청중들을 애타게 찾아다니는 예술가들의 고뇌를 두루두루 느낄 수 있었다는 부분일 것이다. 두 작품 모두에게서 웨스트만의 독특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아직 접해보지 못한 그의 다른 작품들도 더욱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