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맛 - 시에 담긴 음식, 음식에 담긴 마음
소래섭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란 시가 어렴풋이 생각이 나고 곧이어 파격적인 헤어 스타일이 떠오른다. 하지만 정확하게 백석의 시이고, 백석이 맞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시를 좋아하는 나에게 백석은 이렇듯 생소한 인물이었다. 또한 음식이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단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처음 백석의 맛이란 책에 이끌렸던 것은 아마도 낯선 분위기와 시에 대한 호기심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백석의 맛이라는 책의 제목에 이끌려 소갯말을 읽게 되었을 때 백석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를 느꼈고 그가 과연 어떤 시인이었는지 이곳저곳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한 장의 사진을 발견해냈다. 내가 마주하게 된 젊은 시절의 백석은 시인이라기보다는 영화 모던 보이에 더욱 어울릴법한 유유자적 인생을 즐기며 살았던 무척이나 이국적인 느낌의 남자로만 보였다.




외모 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의 엘리트였던 백석은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온 후 기자와 교사를 두루 거치며 최고의 지식인 대접을 받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겉모습 뿐만 아니라 그의 시 또한 당대의 어느 시인과도 다른 독특한 개성이 느껴지는데 토속적인 시어들이 내뿜는 신선한 감각이라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시골뜨기 문학이란 혹평을 받기도 한다. 평론가들도 파악하기 힘들었던 백석의 시에는 과연 어떤 매력이 들어 있는 것일까?

 




 

음식과 안전, 사랑이라는 세 가지 기본적인 욕구는 뒤섞이고 엉켜 있어서 그 중에 어느 하나만을 따로 생각하기란 쉽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내가 굶주림에 대해서 쓸 때면 실제로는 사랑에 대해서, 사랑에 대한 굶주림에 대해서 쓰게 된다. 포근함에 대해서, 포근함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 따뜻함에 대한 굶주림에 대해서 쓰게 된다.

-백석-




백석 시에 등장하는 음식의 종류는 110여 가지에 이른다.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음식가운데 값비싼 요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민적이고 토속적인 음식들이라 시의 소재나 시언어로 쓰기에도 무엇인가 부족해 보이는, 어찌보면 하찮은 음식들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아무래도 그는 소박하고 평범한 밥상위의 음식들에 대한 애정이 더욱 각별했는지도 모르겠다. 백석의 맛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지만 그는 음식을 함께 나누던 즐거운 추억을 회상함과 동시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가슴 절절히 표현해 내고 있다. 백석의 시에서 음식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어찌보면 일제강점기의 궁핍하고 고단한 생활에 대한 역설적인 상징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그의 시에서 음식은 단지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음식은 그에게 욕망의 대상이었고 때로는 정신적인 것, 물질적인 것일수도 있었다. 백석의 맛이란 책을 통해 문학사에 길이 전해질 백석과 그의 시를 만나게 되어 무척이나 의미있는 시간이었고 특히나 이해하기 어려웠던 백석의 시에 대한 특징과 의미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어 한동안 시를 멀리했던 나에게 좋은 자극이 되어준 것 같기도 하다. 시인이란 세상의 온갖 슬프지 않은 것에도 슬퍼할 줄 아는 영혼을 지니는 사람이라고 말했던 백석. 이 책을 통해서 참담하고 암울했던 시대에 음식과 시를 통해서 꺼지지 않는 우리 문학의 지평을 열었던 장본인이 바로 백석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