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혼

세상의 혼 - 시간을 말하다
크리스토퍼 듀드니 지음, 진우기 옮김 / 예원미디어 / 2010년 1월

세상의 시간만큼 오묘하고 신비스러운 것도 없을 것이다. 
과거에도 그래왔고 현재에도, 다가올 미래에도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사람은 누구나 시간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과연 시간이 무엇인지 여지껏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누구나 시간을 느끼며 살아가지만 만일 누군가 나에게 시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과연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세상이 바뀌고 수십억년이 흐른다고 해도 절대 죽지 않는 것,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것, 붙잡고 싶어도 절대 잡히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시간의 의미일까?

확실한 실체없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지만 분명히 시간은 먼 과거에서부터 존재해왔다. 계절이 바뀌고, 밤낮이 바뀌면서 해가 바뀌고 우리는 시간을 그대로 느끼며 살아온 것이다.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이라고 하는데 과연 시간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은 어디서부터 생겨난 것인지, 사람들은 시간에 대한 어떤 호기심을 갖고 있을지 세상의 혼이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참 많은 궁금증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나는 과연 세상의 시간속 어디쯤에 와 있는 것인지, 또한 내가 있는 이곳과 앞으로 미래에 펼쳐질 방대한 시간을 제대로 느껴볼 수는 있는 것인지 그동안 시간에 묻혀있던 비밀스러움이 봇물처럼 터지며 마구 폭발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모두는 시간 속에서 진화의 긴 여정을 소화해내야 하는 시간 여행자들이라는 표현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시간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갖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시간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세상의 혼을 통해 풀어가면서 시간에 대한 거시적인 개념말고도 미시적인 개념에 철학적 의미의 시간에 이르기까지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어찌보면 지금과 현재란 너무나 짧은 찰나로 반짝거리며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이미 과거가 되어 버렸고 과거의 기억들은 모호한 현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모두 시간이 흐른다라고 이야기하지만 시간이 멈출 수 없는 것은 흐르지 않기 때문이란 이야기에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패러독스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본다.

세상의 그 무엇도 지속되지 않는다.
영원한 변화를 제외하고는...
-오노라 드 뵈이유 (프랑스 시인)-

책을 읽으며 조금 난해한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처음 가졌던 시간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보다는 우주와 시간을 초월해 바로 지금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에 대한 더욱 강한 애착을 느낄 수 있었고 이 지구상에 창조된 모든 원리와 생명체는 결코 우연이 아님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철학적, 문학적 논리를 바탕으로 시간을 초월한다는 것의 느낌과 인간 생명체의 존재감에 대한 확실한 애정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누구나 시간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을 초월할 수 있을 때의 행복감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이 책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맛볼 수 있었고 시간에 대한 원리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같다. 크리스토퍼 듀드니는 세상의 혼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그의 전작 밤으로의 여행도 꼭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