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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운동화 신은 여자, 하이힐 신은 여자
서주희.곽혜리 지음, 홍희선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흰 운동화와 하이힐을 상징하는 두 여자 베리와 혜리의 이야기는 나와 비슷한 여성을 만날 것이란 설레임보다는 나와는 조금 다른, 또 다른 한쪽을 만나 같은 여자로서 다른 점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란 생각에 무척이나 반가운 책이었다. 이미 책을 읽기 전 오랫만에 여자들만의 진한 감성을 엿볼 수 있는 감각적인 책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이유로 이 책은 무척이나 설레임을 안겨준 책이기도 하다. 여자로서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큼 반가운 일도 없을테니까 말이다. 한 편으로는 각기 다른 위치에서 저마다 다른 느낌으로 삶을 즐기는 그녀들을 만날 생각에 오랫만에 친구와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책장을 펼쳤다.

흰 운동화를 신은 여자 베리는 츄리닝 바람으로 마실 나가기를 좋아한다. 화장하는 데는 10분도 안 걸리지만 밥 먹는 데는 30분이 더 걸리고, 우울할 때는 초콜릿 우유를 사 마신다. 친구 결혼식에 신고 갈 구두를 사러 나갔다가도 새로 나온 운동화를 망설임없이 사게 되는... 조금은 덤벙대고, 털털해 보이지만 그런 분위기가 오히려 그녀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잘 어울린다. 그녀는 이야기한다. 운동화는 그녀에게 생활필수품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품 1호라고... 10년 전에도, 지금도 그녀는 여전히 흰 운동화를 신는다. 나에게 하이힐을 신은 여자 혜리는 베리보다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혜리는 라떼를 먹을 때 반드시 거품을 한 스푼 먼저 떠먹어야 하고, 샤워하기 전에 먼저 거울을 지긋이 바라본다. 갓 나온 새 책의 첫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펼치는 순간의 느낌을 사랑하고 화장은 오랜 시간 공들여 마친다.


베리와 혜리는 같은 여자로서 비슷한 듯 보이지만 확실히 달랐다. 좋아하는 취향이나 분위기, 생각과 이성에 대한 것 등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이성을 만났을 때 베리는 상대방에게 어깨동무를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여자인 반면, 혜리는 그 남자의 어깨에 기대고 싶어하는 성향을 가진 여자다.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베리와 혜리의 너무나도 분명하게 다른 취향과 성향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고, 결코 같을 수 없는 여자들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새 베리와 혜리, 그리고 책을 읽는 나 자신까지도 모두가 다른 개성보다는 그보다 더욱 큰 의미를 가진채 하나로 마주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 여자로서 더욱 성숙해지는동안 통과의례처럼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젊은날의 아픔과 외로움을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결국은 모두가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 것이다.

이 책이 특히나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란 느낌을 받았던 것은 책속에 담겨있던 수많은 사진들 때문이었다. 가장 찬란한 20대를 표현할 수 있는 생각과 다양한 표현이 사진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어쩌면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사진을 통해 재탄생한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분명히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다른 이야기,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웠고, 궁금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베리와 혜리같은 인생을 살지 않았어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도 책을 읽게 된다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삶을 더 푸르고, 더 풍요롭게 만들고 싶은 욕심에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살아갈 것이란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