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 - 시로 옮기고 싶은 순간을 놓치다
로저 하우스덴 지음, 김미옥.윤영삼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소장하고 있는 책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낡은 책은 아마도 학창시절때부터 모아왔던 빛바랜 시집들일 것이다. 20여 년 가까이 언제나 나와 함께 해주었던 오래된 친구 역시 바로 그 녀석들이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요즘 나온 책들과는 종이의 질감이나 디자인 등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지만 처음 그 시집들을 어디서, 어떻게 구입했는지, 또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았었는지 구체적으로 생각은 나질 않아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것만 같아서 오히려 그 오래된 책들에 더욱 애착이 간다. 색이 점점 바래지고, 더욱 낡아지는 동안 함께한 추억이 그만큼 쌓여왔다는 생각에 이따금씩 이 책들도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왔구나하는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은 아마도 이 시집들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보았고, 이 책을 읽는 중이라 그랬는지 그 낡고 오래된 시집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을 좋아했고, 특히나 시는 아무때나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장르였기 때문에 그만큼 친근하고, 익숙한 분야이기도 하다. 한동안 시집을 멀리했던 것은 인문이나, 역사, 경제서적에 푹 빠져 지냈기 때문이었지만 역시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변함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시가 아닐까 싶다. 오랫만에 시집과 해후하게 된 나는 이번에 만날 수 있었던 이 책이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고, 또한 이제껏 접해보지 못한 시인들의 이야기란 이유로 더욱 궁금해졌는지 모르겠다.




이런 이유로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이란 책의 제목은 여느 책처럼 쉽게 지나칠 수가 없었다. 지금도 내 앞에 있지만 과연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갖게 했고, 베스트셀러 작가 로저 하우스덴의 시 입문서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20여 년 가까이 읽어오던 시집들이 생각났고, 이 책 역시 평생을 두고 읽어도 좋을만한 시집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조용히 시를 음미하다보면 시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을 느낄 수도 있고,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시 언어가 가진 매력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에 대해서였다. 잠들어있던 감각을 일깨우고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인 의미나 느낌 이외에도 함축적인 의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19인의 시인을 만나오는 동안 시가 가진 시선과 이미지, 분위기에 대해서 한층 가까워질 수 있었고, 새로운 시인을 만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 더욱 의미가 있었다. 시와 일반적인 문학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고 알고 싶은 시인과 그들의 작품도 많이 생겨났다. 시를 오랫동안 접해오면서 자주 읽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란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이제껏 시를 좋아한다고 말로만 표현해온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시의 진수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시만이 가질 수 있는 은유와 개연성, 의인화, 모순어법 등의 힘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언제나 내 앞에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것들을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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