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 장진영·김영균의 사랑 이야기
김영균 지음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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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아름다운 여배우의 뜻밖의 죽음, 그리고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의문의 남자. 갑작스러운 그녀의 죽음은 왕성한 활동에 비해 사생활의 노출이 없었던 이유로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고, 재능있는 뛰어난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남자를 보며 아마도 매일같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그런 흔하디 흔한 연예인들의 스캔들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더군다나 평소 배우들에 큰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그녀가 어떤 이유로 그렇게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되었는지, 또 장례식장에 나타났던 의문의 그 남자는 누구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컸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배우 장진영은 사생활이 문란하고, 남자문제가 복잡한 그런 배우가 아니었다.
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던 것은 그녀가 죽기 바로 직전에 혼인신고를 올렸다는 소식이었다. 과연 그 남자는 어떤 사람이길래, 얼마나 사랑하면 그럴수 있는 것일지 이 두 사람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마침 그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서둘러 읽게 되었다.

향년 35세의 너무나 짧은 생애를 마치고 그녀는 올 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었던 배우, 앞으로 할 일이 더욱 많은 그녀 장진영의 뜻밖의 사망소식은 그런 이유로 대한민국 그녀를 아는 누구에게라도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2003년 그녀가 여주인공으로 열연했던 국화꽃 향기를 보며 안타까운 죽음으로 생을 마감했던 스토리가 너무나 가슴 아프게 와닿았던 기억이 난다. 국화꽃 향기의 희재 역시 위암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장진영 그녀를 떠나보내며 희재와 장진영의 인생이 너무나 많이 닮아있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더욱 아려온다. 
 

어쩌면 그 어떤 영화보다도 더욱 영화같았던 저자와 그녀의 이야기는 책을 펼치자마자 헤어나올 수 없이 빠져들게 만든다. 나이 마흔이 넘은 싱글의 남자에게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온 운명같은 사랑은 책을 읽는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녀를 만난 그는 이제 어떤 이유없이도 온 세상을 다 가진것처럼 마냥 행복하고, 어린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를 입가에 드리운다. 보통 사람들은 유명한 여배우들은 외모 가꾸기에만 열을 올리고, 어딜 가도 책 한 권 읽을것 같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장진영 그녀는 겉으로 보기와는 너무 다른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보르헤스와 장 꼭도, 쟈크 프레베르의 시를 좋아했고, 쿠바의 열정적인 음악을 사랑했던 그녀.
저자의 회상으로 만날 수 있었던 장진영이란 배우는 너무나 털털하고, 밝은...
작은 것에서도 커다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참 맑은 사람이었다. 


 
 




 

어쩌면 너무나 행복해서 더욱 조바심이 났던 그 남자의 깊은 사랑은 그렇게 조심스레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공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어려움때문이었는지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무척이나 조심스러워 했고, 그런 이유로 남자의 마음을 받아들이기까지 참 많이도 생각하고, 고민한다. 당차고 야무져 보이기만 했던 그녀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었지만 뜻밖에도 상처받기 쉬운 가녀린 영혼이었다. 하지만 진심은 누구에게나 통하는 것. 특히나 남과 여의 관계에서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그의 마음을 받아들인 그녀와 그의 미래는 이때까지만 해도 사랑으로만 가득한 인생의 봄날을 보듯 무척이나 아름답기만 했다. 이제 그녀와 그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이상을 갖게 되었다. 이미 서로를 만나기 이전의 외롭고, 고독한 세상은 그들과 어울리지 않았고, 조심스러운 사랑을 키워가며 그들은 언제나 함께였다.   


그러나 어느 날 그녀에게 찾아온 가혹한 시련은 행복의 크기만큼이나 참 많이도 가혹한 것이었다. 하늘이 둘의 사랑을 시샘이라도 하듯 이제 둘은 서서히 작별을 준비해야만 했다. 방사선 치료를 위해 그녀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날 밤, 그는 그녀를 위해 깜짝 언약식을 준비하는데...  특히나 이 부분은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눈물을 쏟았던 장면이기도 해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천성을 속일 수 없었던 그녀는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그런 그녀를 더욱 감싸주지 못해 미안해 하는 그의 모습은 저절로 눈물짓게 만든 장면이었다.

 

저자와 그녀가 주고받은 문자와 편지, 이메일을 읽다보면 이들의 사랑이 얼마나 진실하고, 깊은 것이었는지 저절로 깨닫게 된다. 사랑이 이렇게나 위대한 것이었구나하는 생각에 떠나버린 그녀를 추억하며 책을 써내려가는 동안 저자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지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아주 오래 전 보았던 프랑스 영화 한 편이 생각난다.
책을 읽은 후, 문득 그 오래된 영화가 떠오른 것은 아마도 영화의 제목때문이겠지.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그 영화의 제목이기도 했던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란 문장으로 쓰고 싶다. 죽음은 그들을 갈라놓았지만 그와 그녀의 사랑은 어쩌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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