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로 돌아오다 - <벼랑에서 살다> 조은의 아주 특별한 도착
조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작가의 책은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에세이라는 특성때문인지 이 책은 소박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너무나 멋스럽고 매력적이란 생각을 갖게 했다. 여행지의 낯선 풍경속에서 발견해 가는 오래된 기억과의 만남은 한 여름철 뜨거운 태양 아래서보다 스산한 바람으로 가득한 이 겨울에 더욱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여행은 언제나 설레이고, 가슴을 뜨겁게 흥분시킨다. 또, 누구나 인생을 살다보면 진정으로 자신만을 위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도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가르침일 것이다. 여행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만남, 사람과 감동, 그리고 상념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우리 모두는 낯선 길로 돌아올 수 밖에 없을 것만 같은 어떤 필연을 느끼며 책장을 펼쳤다. 
 





 
저자는 나홀로 여행에 무척 익숙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래 전, 제주도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던 내 경험을 떠올려 보면 내게 홀로 떠나는 여행이란 그저 조용한 것을 즐기며, 말없는 풍경을 느끼고, 그리고 남은 시간안에서 조금은 외롭고, 고독함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시즌이 아니었음에도 여행객들은 모두 함께 온 일행들과 함께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니며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란 표현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주는듯 했고, 비장한 각오로 떠난 내 인생 최초의 나홀로 여행은 일정의 절반이란 시간을 호텔에 틀어박혀 책을 보는 데 쏟았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여행이 내게 가져다 준 특별한 의미는 삶을 통틀어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그런 여행과는 참 많이 다른 것이었다. 혼자라는 이유때문이었는지 눈에 보이는 풍경마다, 낯선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분명 그전에 봐왔던 것이었지만 전혀 다른 생각을 갖게 했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게 해주었다.




아직 내겐 나홀로 여행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이 더욱 익숙하지 않나하는 생각도 해본다. 여행이란 느끼려고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란 사실을 나 역시 홀로 여행을 직접 경험하며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대단한 용기와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 하지만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고,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그 뿌듯함이란...
책을 읽는 내내 오래 전의 기억과 여행의 감동이 묘하게 겹치며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홀로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 다시 서서히 고개를 쳐드는 기분을 떨칠수가 없었다. 이러다 조만간 훌쩍 어디론가 떠나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 
문득 돌아가야 할 집이 낯선 여행지처럼, 여행지에서의 삶을 시작하려고 떠나온 어떤 곳이란 생각이 삶을 더욱 뜨거운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인생은 곧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이라 말 할수 있을테니까.

 








여행은 난독의 대상인 세상과 철저히 대면하는 생존방식이라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익숙한 것들이 아닌 것으로부터 더 많은 고독과 상념을 느끼고 싶어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다시 여행을 하게 된다면 맑은 하늘과 햇볕이 뜨거운 날보다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그런 날에 떠나고 싶다. 오랫만에 마주한 제주도의 평온한 오름들, 드넓은 초원과 하늘과 바다는 어서 내게 오라는 손짓을 보내주었고, 저자의 멋스러운 여행을 읽어오며 나의 감정들은 어느새 낯선 길에서 느꼈던 저자의 감정과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이것이 잠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영원히 떠나는 여행이라면 난 또 다른 나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나에게 더욱 아름다운 행복을 선물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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