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하를 얻은 글재주 - 고대 중국 문인들의 선구자적 삶과 창작혼
류소천 지음, 박성희 옮김 / 북스넛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천하를 얻을 수 있을만큼 눈부신 글재주를 가졌다면 과연 그런 글재주를 가진 자들의 인생은 어떠했을까?
제목을 보고서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지만 정작 문인들이나 글쓰기의 역사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이 책을 처음 알게 되고 그 궁금증이 더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당대에 천하를 움켜쥔듯 권력을 휘두르던 이들은 역사에 기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2천여 년이 흐른 지금에도 많은 대중들의 사랑과 추앙을 받는 문인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천하를 얻은 사람들이란 생각도 해본다.
인간의 욕망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부풀려지거나 작아지기도 한다. 욕망이 커짐에 따라 우리의 영혼은 피폐해지고, 황량해진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는데 오래전 고대 문인들은 자연을 두려워하며, 자연의 순리대로 물 흐르듯 도의를 지키는 삶을 살았다. 또한 인간이야말로 가장 미약한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일찍이 깨닫고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원칙을 버리거나 권력과 타협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금은 이성과 가치보다는 욕망이 우선시 되며, 돈이 인생의 목적이 되고 있는 세상이란 생각에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진, 제, 초나라 삼응이 치열했던 전국시대 후기 초나라 왕실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굴원은 왕실과 핏줄로 연결된 인물이었으나 그의 시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강직하고 충실한 초사의 대표 시인이자 중국 최초의 서정 시인이기도 하다. 정치가로서의 그는 내정과 외정에 속하지 않은 자신만의 입장과 명확한 의견을 가진 사람이었고, 초나라의 미래에 대한 뚜렷한 계획을 세운 인물이었지만 권력가들의 모함과 초나라의 끊이지 않던 액운으로 비참한 생을 살게 된다. 하지만 초나라의 멸망, 그리고 치열했던 그의 인생만큼이나 굴원의 예술적 가치는 시대와 함께 숨쉬며 새롭게 태어나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많은 이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오래 전 사마천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지만 개인적인 그의 삶과 그가 살던 시대의 배경, 그리고 사기 편찬의 배경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었다. 이 책에 수록되어져 있는 사마천에 대한 부분은 그동안 그 어디에서 봐왔던 해설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이 외에도 혜강과 도연명, 백거이 등 거대한 중국의 문인들의 인생을 통해 중국 역사와 문학사를 한층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세운 이상과 원칙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던 문인들의 삶은 그만큼 고통스러웠고 시련이 계속 되었지만 그들은 모두 고통까지도 자신의 품에 끌어않고 찬란한 문학으로 꽃을 피워냈다.
처음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 그저 뛰어난 글재주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려니 생각했었다. 혹시라도 천하를 얻을 정도의 글재주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읽다보면 조금이나마 글쓰기의 지혜를 배워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천하를 얻은 글재주에 담긴 내용들은 진정으로 글을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했던 문인들의 가슴 아픈 삶과 중국의 문학을 통해 무엇이 그들을 완성시켰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게 해주었던 책이라 말하고 싶다. 위대한 글재주를 가진 고대 문인들의 사상과 인생철학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글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심금을 울리며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