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파는 빈티지샵
이사벨 울프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빈티지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안에 누군가의 인생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책표지에 새겨진 문장을 읽으며 빈티지는 누군가에게 꿈과 뜻밖의 행운으로도 다가갈 수 있는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고, 개인적으로도 빈티지를 너무 좋아하는 내게 꿈을 파는 빈티지 샵은 제목만으로도 너무나 솔깃한 책이었다. 이미 빈티지라는 소재와 단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설레였기 때문에 이 책이 더욱 궁금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낡은 듯 오래된 쉐비가구나 빛이 바랜 구제, 인테리어 소품이나 패션 장신구 등 빈티지하면 쉽게 떠올려 볼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즐겨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치가 이 책에 더욱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을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단짝친구로 지내오던 친구 에마의 죽음은 피비의 인생에 있어 가장 쓰라린 경험이자 아픔으로 남아있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친구의 죽음은 상처가 되겠지만 피비 역시 에마의 죽음으로부터 쉽사리 벗어날 수 없었고, 결국 에마의 죽음은 피비에게 평생의 꿈이었던 빈티지 샵을 차릴 수 있는 운명적인 계기가 된다. 런던의 어느 후미진 길모퉁이에 빌리지 빈티지라는 샵을 오픈하며 피비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처음 꿈을 파는 빈티지샵이 칙릿소설이란 사실을 알고 그냥 가볍게 읽어넘길 수 있는 책이려니 생각했었다. 하지만 빈티지에 담겨진 누군가의 사랑과 이별, 아픔과 행복, 지나버린 과거가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빈티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저마다의 아픔, 과거를 꺼내볼 수 있는 주요한 매개체가 되어 읽는 이로 하여금 이 책이 그저 쉽게 읽을 수 있는 흥미위주의 책은 아니란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빌리지 빈티지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리고 샵을 가득 메우고 있는 빈티지들은 어찌보면 우리의 인생을 그대로 반추하고 있는 듯이 느껴졌고 인생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충분한 계기도 되어준다. 에마의 죽음이 깊은 상처가 되었던 주인공 피비와 그녀를 둘러싼 주위의 인물들, 그리고 빌리지 빈티지를 드나들었던 수많은 사람들 모두 저마다 입밖으로 쉽게 꺼내지 못했던 아픔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빈티지는 그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행복했던 것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동경할 만한 빈티지풍의 샵을 내 마음대로 그려볼 수 있었다는 점을 들수 있겠다. 샵을 가득 메우고 있는 드레스와 슈즈, 아름다운 장신구와 소품을 번갈아가며 착용해 보고, 특히나 빈티지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분명해서 실제로 내가 빌리지 빈티지에 온듯한 기분이 만족으로 이어진다. 빈티지를 잘못 생각하면 누군가 쓰다버린 낡은 것들을 가리키는 말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개개인의 역사는 지금 다시 그 빈티지를 찾게 되는 사람들의 역사로 새로 태어나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빈티지? 아님, 찾고자 하는 빈티지는 어떤 모습일까?
꿈을 파는 빈티지샵은 제목과도 너무 잘 어울리듯이 빌리지 빈티지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희망과 사랑, 화해와 기쁨을 선물해주었던 곳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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