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비 Young Author Series 2
크리스 클리브 지음, 오수원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화려한 수상 타이틀을 거머쥐고, 영화화까지 되었다는 소갯말, 그리고 가장 가슴깊이 다가왔던 리틀 비에 대한 첫느낌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외면하고 있을지도 모를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것 같다는 예감으로 조금은 불편한 감정이었다. 가끔 뉴스에서도 접하는 난민 이야기는 대한민국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생각했었고, 내 삶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다. 리틀 비는 권력의 힘에 희생당한 채 살아갈 터전과 사랑하는 가족들마저 잃고 이 세상 그 어디에도 발 붙일 곳없는 가엾은 한 소녀와 운명처럼 그녀의 인생에 휘말리게 되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표지에 새겨져 있는 알 수 없는 그림은 리틀 비에 대한 스토리를 전혀 짐작도 할 수 없게 했고, 이 책은 뜬금없는 1파운드 동전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다. 1파운드 동전의 인생, 동전만큼이나 그렇게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인생을 말하려는 것일까? 스토리의 구성상 이야기가 시작된 후 궁금했던 주제를 바로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1파운드 동전만큼의 자유와 평화도 누리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리틀 비를 직접 마주 대하게 되었을 때부터 가슴 한 켠이 답답해지고, 머릿속이 멍해지는 아픔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도대체 아무 힘없는 이 어린 소녀에게 그들은 과연 무슨 짓을 한 것일까...




유전지역으로 인한 이권다툼으로 삶의 터전과 단란했던 가족, 소박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잃어버린 가엾은 소녀 리틀 비는 우연히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그녀의 언니와 함께 죽음의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때마침 같은 시간, 같은 공간안에 운명처럼 이끌려 만나게 된 새라와 앤드루, 그리고 리틀 비.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필사적으로 도망쳐야 했던 리틀 비와 일과 가정, 무엇 하나 부족할 것없던 새라가 마주친 장면을 읽게 되었을 때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너무나 대조적인 삶의 필연적인 만남이란 생각때문이었는지 리틀 비와 새라는 어쩔 수 없이 만나야만 했던 운명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갖게 했다.



극한 상황에 내몰려 어린 소녀들을 살리기 위해 손가락을 잘라야 했던 긴박한 순간은 다시 생각해 봐도 손에 진땀이 난다. 과연 나라면 처음 마주친 낯선 소녀를 위해 기꺼이 내 손가락을 자를 수 있었을까? 몇 번이고 생각했지만 용기있게 선뜻 나설 수 없는 내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어차피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며,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모든 것을 잃고나서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살아남기 위해 절망을 업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리틀 비의 인생을 보는 내내 그녀의 인생에는 절대 희망이란 있을 수 없겠구나하는 안타까움이 끊이질 않았다.




리틀 비는 결국 밀항을 선택하고, 영국으로 도망을 치치만 그 곳에서도 그녀는 2년간 난민수용소에 갇혀 지내게 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환경의 새라와 리틀 비는 다시 한 번 재회를 하게 되고, 다시 만났을 때의 두 사람은 같은 아픔을 간직했다는 사실만으로 하나가 될 수 있었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새라 혼자서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것들이 소설에서나 만날 수 있는 허구가 아닌, 지금도 실제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라는 사실은 씁쓸함을 감출 수 없게 한다. 지금도 지옥과 같은 곳에서 그보다 더한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수많은 리틀 비가 존재할 것이다. 더이상 불합리한 세상이 그들의 아픔을 내버려두지 않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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