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빙하기

네 번째 빙하기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9월

일본 작가들의 작품은 자주 접해왔지만 대부분 추리물이나 로맨스 분야를 즐겨 읽어왔다.
네 번째 빙하기의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는 일본 작가이지만 처음 접하는 작가였기 때문에 조금 생소하기도 했는데 이 책이 성장소설이라는 이유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란 생각을 갖게 했다. 일반적인 소설과는 달리, 네 번째 빙하기는 제목만 보고선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서 더욱 궁금했었고, 나는 크로마뇽인의 후예라고 외친 특별한 주인공을 서둘러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책의 표지를 보면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설원앞에 덩그러니 소년 혼자 서있는 모습에 소설속에서 의미하는 네 번째 빙하기가 가진 뜻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전이었지만 소년 스스로 빙하기를 헤쳐나가기에 너무 벅차지 않을까 싶은 조바심도 들었던 것 같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난 와타루는 자라면서 보통의 아이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자신이 남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와타루의 힘든 여정을 보는 것도 힘겨운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울컥했던 장면들은 다름아닌 타인의 따가운 시선들을 이겨내야 하는 와타루의 모습때문이었다. 사춘기를 겪으며 이지매를 당하고, 그가 남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현실을 몸으로 직접 부딪히고, 이해해야 하는 상황에 가슴이 저밀만큼 힘겹기도 했지만 와타루는 결코 약한 아이가 아니란 사실이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부분이기도 했다.

이 책은 가혹한 빙하기를 견디며 혹독한 성장통을 견뎌야 했던 주인공과 그를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주었던 인물들, 그리고 작가의 섬세한 필력을 느끼게 해주었던 책이다. 살아가면서 성장소설이 더욱 애틋하고, 가슴 벅차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린 주인공들의 삶을 보며 그저 웃고 넘기기엔 너무 많은 의미와 깨달음을 담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도 해본다.
와타루 역시 평범하게 태어나지도 않았고, 평범하게 자랄수도 없는 아이였다.
그렇게 남들과는 많이 다른 와타루를 보면서 남들과 다르다는 것,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외롭고, 힘겨운 일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크로마뇽인의 후예라고 믿으며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던 와타루에게 사치의 등장은 네 번째 빙하기를 견뎌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눈 속에서도 눈물이 따스하다는 사실, 네 번째 빙하기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 책에 대한 오랜 여운을 남기며 잔잔한 감동과 함께 끝이 난다.
우리는 지금 빙하기에 살고 있다. 네 번째 빙하기는 결국 우리 모두가 헤쳐나가야 하는 아픔이자 동시에 삶의 한 과정이었고, 와타루가 왜 자신이 크로마뇽인의 후예라고 외쳤는지, 네 번째 빙하기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생각해보며 결국 와타루의 뚫렸던 가슴은 네 번째 빙하기를 지나오면서 또 다른 꿈으로 가득 채워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