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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만나는 중세 이야기 ㅣ 에듀 픽션 시리즈 5
귄터 벤텔레 지음, 박미화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내게 역사는 연대순으로 사건과 배경, 인물등을 외워야 하는 지루하고, 따분한 과목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역사야말로 인류가 이루어놓은 문화와 경험이 축적되어 전해져 내려오는 신비스러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역사를 경험한다는 것은 인간의 감정과 이성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는 것이며, 가치있는 유산을 전해받는 것이란 의미에서 역사에 관한 책들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더욱 궁금해지는 것은 아닐까 싶다. 역사에 관심을 갖고 책을 즐겨 읽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세계사 가운데서도 특히 중세시대의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방대한 분량에 새로운 기분이 든다.
소설로 만나는 중세이야기는 전설과 일화를 통해 역사를 재조명한 책이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8세기 카롤루스 대제의 프랑크 왕국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흑사병으로 끔찍했던 1340년대 까지의 시대를 만나볼 수 있는데 역사서로 만날 수 있는 지식과 소설속의 드라마틱한 사건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 재미와 역사적 사실의 묘한 접목이 아닌가 생각된다. 간혹 중세시대의 방대한 역사와 사건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처음 접하는 사건과 배경일지라도 수월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각 장별로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을 정확하게 서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이야기 가운데 특히나 중세시대의 화려함은 사랑과 로망을 이상으로 꿈꾸며 살았던 기사들의 삶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9세기 말, 카롤루스 대제의 뒤를 이어 작센의 공작이었던 하인리히 1세가 왕으로 선출되는 배경을 시작으로 전쟁과 종교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치열한 시기를 거쳐 급기야 13세기 신성 로마제국에 이르러서는 타락한 기사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는데 그 어떤 소설보다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중세시대를 역사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왕족과 귀족, 영주와 기사, 남성과 여성, 비참했던 농민과 노예들의 인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급의 삶을 통해 조금 더 현실적으로 알 수 있게 된것은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소설로 만나는 중세이야기는 세계사 가운데서도 암흑시대라 불리우며 무질서와 혼돈이 가득했던 중세시대의 역사적 사실과 다양한 스토리를 통해 중세시대의 전쟁과 문화 배경의 흐름, 그리고 다양한 군상들의 삶을 재미있게 알 수 있었던 책이다. 여기에 지루하고 따분한 역사서가 아닌, 한 편의 드라마로 본 듯한 기분이 들게 했던 책이란 생각에 역사를 좋아하지만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방대한 중세시대의 사건과 인물을 재미있게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