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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라이프
윌리 블로틴 지음, 신선해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모텔 라이프란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오래전에 봤던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알코올중독자로 분했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란 영화의 장면이 문득 떠오른 것이다. 네온사인 가득하고, 끈적이는 재즈의 선율이 흐르는 라스베가스, 여기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세상에 버림받은 한 남자...
모텔에 대한 선입견때문일지 모르겠지만 오래토록 한 곳에 정착해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보다는 기구한 운명의 떠돌이나 무엇인가에 쫓기는 도망자가 자연스레 함께 생각된 것이 그리 어색한 것 같지는 않다.
모텔 라이프에도 어쩔 수 없는 운명에 모텔을 떠돌아다니며 살아가는 두 형제가 등장한다.
특히나 처음 보는 저자의 다소 생소한 스토리로 보였던 이 책이 더욱 각별하게 생각되었던 것은 책의 저자가 소설가이자, 뮤지션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갯말 때문이었다. 구체적으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뮤지션이 썼다는 소설이라서 그런 것일까? 그 때문에 이 책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더욱 커진 것 같기도 하다.
제리 리와 프랭크는 어린 나이에 홀로 계시던 어머니를 여의고 가난한 형편에 서로에게 의지가 되며 녹록치 않은 고단한 인생을 살아가는 형제다. 그러던 어느날, 형 제리 리는 폭설로 인해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새벽 늦은 시각,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갑작스러운 사고를 내게되고, 어린 소년을 차에 치여 죽게 한다. 당황한 제리 리는 아이를 트렁크에 싫고, 무작정 동생에게로 향하는데...
소년의 죽음으로 형제에게 불행이 시작되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이미 형제에게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사고들이 계속해서 벌어졌고,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깊었기 때문일까? 어찌보면 스스로의 마음을 닫아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큰 시련앞에 그렇게까지 태연하거나 무덤덤할 수도 있을까하는 생각에 좀 놀라웠다. 어린 형제앞에 세상은 너무나 버겁고, 가혹하기만 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 벌어졌던 기차사고로 인해 이미 형제에게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 형제가 어린 나이란 탓도 있었겠지만 책 한 권을 통틀어 희망이란 빛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이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 이렇게까지 불행할 수도 있을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한편, 프랭크의 놀라운 글솜씨는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행복과 불행은 누구에게나 느닷없이 생길 수 있는 일이겠지만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형제들에게도 언제나 희망은 있었다. 돌아보면 온통 절망이 가득했던 프랭크의 인생에도 한 줄기 실낱같은 그 희망이 오늘도 그를 살게 할 것이다.
홀로 남게 된 프랭크에게 희망이란 어떤 빛깔이었을까..
그의 희망에도 천사와 같은 날개가 꼭 달려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