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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여행가방 - 내가 사랑한, 네가 사랑할 여행의 순간
이하람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표지의 선명한 풍경
내가 사랑한, 네가 사랑할 여행의 순간...
이하람 다니고, 쓰다
여행은 기억되는 장소가 아니라 기억되는 순간을 만드는 일.
여행을 알아갈수록 사진으로는 담기 힘든 순간들이
내 여행가방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낯설고, 새로운 곳에서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는 일..
그것이 바로 여행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여행은 아주 잘 알고 있던 나의 모습들을 자신 스스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탈출구란 생각을 갖게 했다. 잠시동안 일상과 떨어져 다른 내가 되어보는 것, 자신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는 것, 보다 넓은 세상을 알아가는 것.. 이것이 여행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되어 진다.


워낙 여행에세이를 좋아하는 까닭도 있겠지만 그 여자의 여행가방이라는 책의 첫인상은 다른 책들과 달리 마음을 차분하고,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것만 같았고, 그 여자란 구절이 나와 같다는 이유로 어떤 동질감을 갖게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어른으로써, 혹은 여자로써 살아가야 하는 현실의 무게를 벗어던지고, 일상의 굴레를 벗어나 혼자의 힘으로 직접 부딪히며 터득한 인생의 진실한 모습들을 이 책안에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졌던 20대의 평범한 여성이 2년 여의 시간동안 비행시간만 80시간이 훌쩍 넘었고, 8개국 26개 도시를 여행했다는 사실은 아직 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아찔하고, 통쾌한 매력으로 다가온 것 같다.
어떤 계기가 없이도 그저 마음 가는대로, 혹은 발길 닿는대로 무작정 떠나고 싶은 여행은 누구나 꿈꿀수 있는 일이겠지만 나의 경험을 돌아보면 떠나고 싶다고 무작적 떠날 수 있는 여행은 오로지 멋진 낭만과 아름다운 사색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떠날 수 있는 용기와 지나온 나를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할테고, 어느 낯선 거리의 뒷골목에서도 절대 마음 졸이지 않을 자신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참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 눈에 저자는 그래서 더욱 용기있고, 큰 사람으로 보였던 것은 아닐까?

어느 곳에서든지 예술의 향기가 피어났던 파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여러 풍경 가운데서도 특히 지하철에서도 들을 수 있었던 악사의 연주소리와 골목마다 빽빽히 들어서있던 수많은 꽃집들이 인상적이었다. 런던을 지나 터키에서는 고등어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었고, 스핑크스와 피라미드의 웅장한 이집트에 도착했다. 그리고, 배낭여행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들려봐야 할 곳 일본 규슈를 만났고,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별을 닮은 몽골에 이르기까지 잠시도 쉴 틈없이 참 열심히 달려온 듯 하다.


그 여자의 여행가방은 저자에게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겠지만, 동시에 내가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던 멋진 책으로 기억에 남을 것같다. 이제는 또다른 누군가에게 커다란 꿈이 되어줄 것이고, 특히나, 나에게 이 책은 아마 한동안 잊지못할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것 같은 기분에 선뜻 손에서 내려놓기가 무척이나 섭섭한 마음이 앞선다. 그녀가 낯선 세상을 느끼며 멋진 소통을 이루어 낸 여행가방속 비밀스럽고, 은밀한 이야기들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을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