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 떨림, 그 두 번째 이야기
김훈.양귀자.박범신.이순원 외 지음, 클로이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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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들이 드디어 아련한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꺼내어 놓았다. 
"이 사랑이 없었다면, 나는 작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라는 멋진 소갯말과 특히나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김훈, 양귀자, 박범신님같은 유명한 작가들의 사랑 이야기라니.. 이제까지 그 분들의 작품이 좋았다면 이번에는 여지껏 볼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닌 작가들의 비밀스럽고, 개인적인 사랑이야기를 읽을 수 있겠다는 설레임으로 '설렘'을 더욱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만일 이 책이 오로지 한 사람의 작가가 쓴 이야기라고 했어도 망설임없이 읽고 싶어했을 내용의 책인데 한 권의 책으로 좋아하는 작가를 두루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주저없이 선택하게 만든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책표지가 유난히 눈에 쏙 들어온다.
설렘을 빛깔로 표현하자면 아마도 책의 표지처럼 파릇파릇한 초록빛이 아닐까?
빨려들것만 같은 필체로 수많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가들의 사랑빛깔 또한 초록빛으로 표현되는 것이 가장 어울릴것만 같다. 이미 앞서 출간되었던 떨림에서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스물 네 분의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설레이는 사랑이야기를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누구에게나 가슴 떨리고, 설레이는 첫사랑이 있겠지만 특별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작가들은 어떤 사랑을 했을까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떨림에 이어 이번 설렘을 만나게 했으리라.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하면서 참 오래간만에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보게 되었다. 사춘기 시절을 함께 했던 몇 편의 순정만화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기억나는 유일한 사랑이야기. 미스터 블랙이 그 주인공이다. 세상에, 이명랑 작가도 미스터 블랙을 사랑했었구나하는 반가움, 그리고 아련한 옛 추억, 만화속 주인공들의 가슴 절절했던 스토리까지...
현실에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가장 멋지고, 아름다웠던 전혀 다른 세상에서 그녀와 나는 각자의 사랑을 꿈꾸었구나하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이상과 현실은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것이란 사실을 그 때 나도 충분히 깨달았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던 소녀는 어느새 식구들의 밥을 챙기고, 녹녹치 않은 살림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평범한 아주머니가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소녀와의 가슴 떨리는 첫 키스에 잠못 이루던 소년은 바쁜 일상에 쫓겨 과거의 소녀를 잊고 사는지도 모르겠지만...
운명적이고, 신화적인 사랑을 꿈꾸던 소녀와 소년은 아마 지금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 사람을 사랑하며, 많이 고마워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처음 책을 읽기 전에 난 작가들의 사랑이야기에 어떤 환상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사랑은 그것이 작가의 사랑이건,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사랑이건 간에 사랑에는 참 많은 얼굴들이 있었다. 참 오랜만에 가슴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통해서 새삼 나의 사랑에 내가 얼마나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나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주었던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 인생의 수많은 축복속에 가장 뛰어난 것은 바로 사랑이다. 이렇게 크나큰 축복을 방치하며 살아가는 인생만큼 어리석은 인생이 또 있을까?
오늘 밤에는 더욱 가슴이 따듯해져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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