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간의 파리지앵 놀이
생갱 지음 / 예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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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처음은 설레이고, 흥분되기도 하지만 낯선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나 어려움도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다. 하물며 집을 떠나 한 번도 가보질 못한 곳으로의 여행이라면 좀처럼 쉬운 결정을 내리기도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30일간의 파리지앵놀이가 일반적인 여행서적과 많이 달랐던 가장 큰 이유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기 바쁜 그런 여행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보통 여행집은 낭만적이고, 동경의 대상이 될 만한 곳을 찾아 다니며 아름다운 사진들과 멋스러운 글들로 가득했지만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디자이너 자유여행가인 저자의 자유분방한 파리지앵 놀이에 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 꼭 읽어보고 싶었다.





작정하고 떠날 수 있는 일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시간적 여유도 없고, 높아지는 환율에 거기에 불편한 언어까지... 발목을 붙잡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30일간의 파리지앵 놀이를 읽고 난 후 지금 내 생각은 완전히 변한것만 같다.
예전에는 이래저래 끝도 없는 고민을 늘어놓으며 결국 시작도 해보질 못했던 경험이 많았지만
이제는 망설일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짐싸서 무작정 떠나 직접 현지에서 부딪히며 배워가는 것이 더 현명한 여행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책속의 수많은 일러와 사진들은 파리지앵이 되어 살았던 그녀를 만나는 일에 한층 더 색다른 기분을 맛볼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것 같다.





열심히 살아온 나의 인생을 돌아보며 가끔 내 에너지도 이제 밑바닥을 보이는구나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모든 일을 손에서 내려놓고, 골치아픈 일에서 잠시만이라도 해방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었다. 아무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때문에 여행이란 단어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이고, 숨이 차오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난 과감히 현실과 생활을 버리고 떠날 수가 없었던 기억이 이제와서 더없는 후회로 남는다. 저자의 그림과 글은 그런 나의 과거를 자꾸만 상기시켰고, 더늦기 전에 이대로 떠나야 하는건 아닐까하는 깊은 고민에 빠져들게도 했다.





책속에 파묻혀 파리지앵이 되어 보냈던 얼마동안의 시간들은 단순히 여행을 하고 돌아온 것 그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파리지앵은 아무나 될 수 없는 것일테고, 저자의 글과 그림을 빌어 나 역시 잠시동안이지만 파리지앵이 되었던 소감은 일상에서의 확실한 탈출, 그리고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기만 했던 파리에 대해 조금 더 현실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젠 파리를 생각하면 루브르나 에펠탑, 퐁피두 센터, 베르사유 궁전보다 바게트 피리나 파리의 색다르던 길거리의 풍경들, 방브 벼룩시장, 그리고 파리 어느 한적한 공원에서 가졌던 여유가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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