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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스며드는 아침 - 제139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양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6월
평점 :
시간이 아침으로 스며든다라는 말을 자꾸 반복해서 되뇌이게 된다. 쉬운 문장이지만 그 뜻을 깊이 생각해 보면 아침으로 시간이 스며든다는 것은 과거의 모든 아픔과 지나간 시간들이 희망을 상징하는 아침속에 흔적없이 스며들어 아침을 더더욱 밝혀주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에 이른다. 역사를 소설로 만나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중에 하나다. 지루하고,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는 역사에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가미한 소설을 탄생시키는 작업은 단순히 흥미위주의 읽을 거리도 아닌것 같고, 그렇다고 너무 딱딱한 소재를 이야기하는 책도 아닌것 같다는 생각에서 자꾸 읽고 싶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광활한 대륙 중국은 넓은 땅덩어리만큼이나 격동의 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솔직히 나는 천안문 사태에 대해, 또 중국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지만 연일 보도되고 있는 중국의 위구르 폭력 사태를 통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중국의 정치나 역사에 대해 궁금증이 커져 가고 있다. 이런 즈음 이 책을 통해 중국의 역사와 아픈 과거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은 긴박한 스토리 전개나 스피드있는 사건들로 채워진 소설은 아니었지만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저자의 필체는 내면의 섬세하고, 세밀한 묘사로 책을 메우고 있다. 저자의 책은 처음이지만 역량있는 소설을 만나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의 배경은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와도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이 되어져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고, 또 구절구절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부분도 많았다. 그럴때마다 달걀로 바위치기란 생각이 자주 들었고, 무언가를 이루기엔 많이 미숙하고 부족했던 그들의 모습이 어쩔수없는 불가항력에 의해 역사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하는 생각에 도대체 누가, 무엇을 위해서 싸워야 하는가하는 질문에 현기증이 다 날 정도였다.
과연 개인의 인생과, 조국을 위한 대의 어느 것이 먼저인가..
가슴이 미어지고, 죽을 만큼 괴로워도 시간이 지나면 전부 잊혀지게 마련인것을..
뜻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고 누가 누구에게 잘못을 따질 수 있을 것인가..
하오위엔이 보여준 것은 비단 청춘시절 그저 혈기왕성한 한 때의 어설픈 혁명이 아니었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반추되어지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었고, 또 하오위엔의 열정과 신념은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역사속에 살아 숨 쉴것이란 사실이 조금이나마 복잡한 심경을 위로해주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