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이원 옮김 / 바오밥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9.11 테러가 일어나던 날 tv를 통해 볼 수 있었던 희한한 장면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이라고 넘길 수 있을 정도로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테러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유족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지만 여기 사랑하는 가족을 기약없이 기다리는 수많은 가족들의 이야기가 또 한 번 내 가슴을 찢어지게 만들어 놓았다.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에 담긴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이런 불행이 이 땅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관타나모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고 이야기해야 맞는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무자비한 테러가 지나간 후 가만히 있을 미국이 아니란 사실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는 일이었지만 솔직히 체포한 사람들을 기소하지 않고도 기한없이 잡아둘 수 있는 일이 가능한 것이었다는 사실은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확실하지도 않은 혐의만으로 한 사람을 5년 이상이나 가둬두는 곳.. 그런 말도 안 되는 곳이 바로 관타나모였던 것이다. 관타나모는 냉전시대 이래 미국이 쿠바 땅에 유지해온 군사기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그와 연루되어 잡혀들어온 많은 수감자들이 갇혀 지내는 곳이기도 했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이 책에 실린 내용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상에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란 사실이 무척이나 마음을 아프게 했고, 또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프가니스탄계 이민 2세인 저자 마비쉬 룩사나 칸은 마이애미대학 로스쿨에 다니고 있던 중,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적인 일들에 대해 알게 되고 수감자들을 위한 통역봉사를 자원한다. 철저하고 엄격한 신원조회 절차를 거쳐 2006년 1월 드디어 관타나모행 비행기를 타게 되는데... 내 예상도, 마비쉬 자신도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만날 수감자들은 모두 끔찍한 테러리스트들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수용소에 있던 사람들은 놀랍게도 대부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이들이었다.

테러 직후 2001년 말 미국이 공습을 시작한 이래 수천 명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인접한 파키스탄으로 피난을 갔다고 한다. 중요한 사실은 관타나모에 끌려온 사람의 2/3가 파키스탄에서 붙잡혀 왔다는 것과,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조직이 아닌 그저 평범함 사람들임에도 막대한 현상금에 의해 잘못 휩쓸려 들어온 결백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란 사실이다. 그들은 테러를 저질렀다는 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뿌려진 전단지에 비슷한 모델이 되어 테러용의자들처럼 비슷하게 꾸며져 미군에게 팔려온 사람들이란 생각을 갖게 했다.
수감자들 가운데 누가 죄가 있고, 없는지를 떠나 누구나 반드시 공정한 재판을 받아야 하며, 또 그들은 그럴 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에 그럴수밖에 없는 현실인가하는 문제도 떠올려 보게 되었다. 평범하고 그저 보통 사람들인 그들의 이야기는 내 가슴을 적시기에도 충분한 것들이었다. 그런 보통 사람들을 가둬두고 치욕적이고 고통스러운 고문을 자행하면서도 뻔뻔스럽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조차 주지 않는 미국이란 나라를 어떻게 봐야 할것인지.. 자국의 변호사들조차 스스로 자신의 나라가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말하는 그 나라가 추구하는 자유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