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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가 아니다
잭 린치 지음, 송정은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우울한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1616년 따뜻했던 어느 봄날. 얼마 안 되는 조문객들과 비밀 가톨릭교도들이었던 셰익스피어의 친구들 몇 명만이 모여 비밀스럽고, 조용하게 셰익스피어의 장례식을 치뤘다. 셰익스피어의 죽음으로 인해 그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지만, 그 때 모여있던 사람들, 더 나아가 문학을 알고, 이해하며 사랑했던 사람들은 알고 있었을까? 셰익스피어의 죽음으로 인해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1616년 4월 이후. 그의 죽음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셰익스피어는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작가이자 연극인이었지만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였던 그의 죽음에 대해 현재 아무런 기록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당시에는 그의 죽음을 대중들에게 알려야 할 가치조차 없었던 일로 치부해버렸다는 사실이다. 셰익스피어의 죽음과 함께 시작되는 이 책은 셰익스피어라는 한 인간, 또는 그가 남긴 여러 작품들에 대해, 그리고 그의 진위 여부를 파헤치는 내용의 책이 아니다. 어려서 우리가 처음 셰익스피어를 접했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우리가 알아왔던 셰익스피어가 아닌 그가 위대한 작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던 수많은 사람들에 주목한 책이다.
지금은 모든 이들에게 칭송받으며 그의 작품이 널리 읽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살아 있는 동안 셰익스피어는 다른 작가들의 공격을 견뎌내야만 했다. 여러 비평가들은 그를 영국 최악의 극작가로, 그가 쓴 오셀로를 최악의 희곡으로 꼽으며 갑자기 출세한 까마귀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고, 여러가지 정황으로 봤을 때 셰익스피어는 생전에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시골의 이름없는 극작가일 뿐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여러 작가, 배우, 편집자, 학자, 비평가들의 손을 거쳐오면서 셰익스피어만의 매력중에서도 장점은 극대화시키고, 자연스럽게 단점은 축소시키며 지금의 셰익스피어가 완성되었다는 사실은 좀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부분이다.
문화영웅은 그를 칭송하는 대중들이 있기에 탄생하고 존속될 수 있는 것이다. 때로는 많은 사람들의 문화사회적 욕망때문에 문화영웅들도 재해석되고, 조작되어 생겨날 수도 있는데 이런 사실은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있다고 보여진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문명은 계속 진화하고, 문화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처럼 사랑과 의심을 동시에 받는 작가가 있다는 현실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싶은 생각도 든다. 그처럼 위대한 극작가의 작품은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논문이나 비평, 연극이나 시집, 희곡으로 전해져 내려오면서 많은 대중들의 지지를 받음과 동시에 계속해서 연구되어졌고,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주제나 내용을 떠나 위대함에 대한 의미를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위대한 것은 무엇이든지 더 발전되어야만 하고, 인류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흘러야만 하는 것이다.
문학에도 정도는 있겠지만, 완벽한 정답이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
우리가 셰익스피어에 열광하는 이유를 한 가지로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셰익스피어는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것이며, 세대와 시간을 초월한 인류 문명의 위대한 역사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 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