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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그릇으로 살아나다!
박영봉 지음, 신한균 감수 / 진명출판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일본 역사상 최고의 미식가이자 도예가였던 기타오지 로산진의 일생과 철학의 이야기로 가득한 요리, 그릇으로 살아나다를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솔직히 로산진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터라, 주인공의 낯선 이름때문이었는지.. 처음 들었던 느낌은 일본의 한 장인이 조선의 도자기에 열광했고, 때문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의 땅을 이곳저곳 답사하며 우리문화를 가져갔다는 내용을 읽고나선 좋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더구나 그들이 가져간 우리의 도자기를 발판삼아 일본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도자기의 나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는 씁쓸함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기도 했으며, 힘없고 약한 나라였기 때문에 우리 손으로 우리 문화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다는 원통함과 억울함이 들기도 했다.
임진왜란이 도자기 전쟁이라고 불리울 만큼 왜장들은 우리의 사기장을 수도없이 끌고 갔으며, 그 덕분에 일본은 도자기의 나라가 되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답답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만을 가지고 아쉬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당시 백자의 종주국은 중국이었고, 조선도 이미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백자를 생산하고 있었지만 조선은 전쟁의 후유증으로 빈사 상태에 빠져 있었고, 중국 또한 내분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경제나 무역, 문화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일본은 이렇게 해서 얻은 백자기술로 세계적인 무역을 통해 엄청난 국가적 부와 명성을 축적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일본은 오랜 세월을 지나오며 모리쓰케가 생활의 일부가 되었고, (모리스케란.. 요리를 그릇에 보기 좋고 먹음직스럽게 꾸미는 일을 말한다)
플라스틱과 멜라민 수지가 가득한 우리나라의 음식문화와 비교해 보면 조그만 식당의 식기 조차 대부분 도자기를 사용하는 일본의 모리스케 문화가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 중심에 기타오지 로산진이란 인물이 있었다.
기타오지 로산진.. 그는 절대 미각과 예술적 감각으로 일본의 모든 요리와 그릇에 대한 인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인물중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한 사람이다.
1883년(메이지 16년) 교토의 가미가모 기타오지 거리에 한 집안의 유복자로 태어난 로산진은 너무나 가난했던 집안 형편으로 6살이 될 때까지 5~6번의 양자 생활로 떠돌며 자라게 된다. 그의 평생 학력은 소학교 4년이 전부였기 때문에 간단한 계산능력과 기초적인 한자 정도만 알고 자랐지만 그의 뛰어난 재능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돋보이기 시작한다. 한약방 보조원 생활을 하며 간판에 쓰인 한자들을 외우고, 신문에서 찾아 음을 익히며 스스로 공부했지만 15세에 서예대회에 응모를 해서 최고상을 받고, 많은 현상대회에 참가하며 실력을 기른다.
세상의 모든 일이 아는 것만큼 될 줄로 생각하지만 세상은 녹록치 않다. 그렇게만 된다면 세상은 얼마나 간단한 일인가.
안다는 것과 된다는 것은 전연 별개의 것이다. -로산진-
도자기, 서예, 그림, 시의 모든 분야를 섭렵하며 뛰어난 실력으로 인정받던 그는 호소노 엔다이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요리와 도자기를 바라보는 시각의 눈을 뜨게 되고, 엔다이는 로산진의 운명을 바꿔 놓은 인물이라 칭할 정도로 로산진의 내면에서만 끓고 있던 예술적 재능을 끄집어 낸 장본인기도 하다. 이후 로산진의 인생은 도자기 연구와 미식이 전부가 된다. 책 중간중간 계속 로산진의 작품 사진과 설명이 나오는데 똑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그릇에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그 음식의 느낌은 천지차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낄수 있다. 요리와 그릇을 사랑한 진정한 예술의 장인이었던 로산진의 인생 철학은 쉽게 생각하고, 판단해버리는... 요즘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 줄것이다.
요리, 그릇으로 살아나다를 읽으며 수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솔직히 일본에 그런 장인이 있다는 사실이 부럽지만은 않다. 우리나라의 자기를 발전시킨 무명의 수많은 장인들 역시 그 못지 않은 영향력과 끊임없는 노력의 결실로 조선의 도자기를 오늘날에 이르도록 평생을 살다가신 많은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문화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선택할 수 있으며 우리의 문화는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흙으로, 우리의 마음으로 자연의 순리 그대로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훌륭하고 위대한 우리의 문화를 그대로 이어줘야 할 것이며, 그 문화는 또 그대로 자손 대대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은 인류 문명의 위대함을 또 한 번 느끼게 해준다. 또한, 우리의 것을 소중히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주었고, 우리 에너지의 원천이라 말 할수 있는 흙의 소중함을 다시 배웠다는 뿌듯함으로 이 책을 읽기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