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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필
존 그리샴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초특급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샴은 이미 헐리우드도 인정하는 법정스릴러의 대가이다.그는 미시시피 법대를 졸업한 뒤 법률사무소에서 10여년동안 범죄 변호와 개인 상해 소송을 전담하며, 1983년에는 주 의회 하원의원으로 선출되기도 한다. 그러다 미국 남부의 테네시 주에서 변호사로 생활을 하던 중 그는 1989년 타임 투 킬이라는 소설을 발표하며 탁월한 작품성과 완성도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전업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자신이 직접 법을 공부하고 변호사 생활과 하원의원직을 수행했던 경험으로 그리샴의 작품들은 법을 다루고 있는 맥락에서 봤을때도 너무나 완벽하고 치밀하다.
미시시피의 한 작은 마을 법정에서 오염된 강과 식수원의 문제로 보우모어 시 전체에 암환자가 속출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 사건의 중심에 서있던 자넷 베이커는 남편과 6살난 아들의 죽음을 겪으며 변호사인 웨스와 메리 그레이스의 도움으로 굴지의 대그룹인 크레인 케미컬 사를 상대로 수년 간 공장의 불법 독극물 폐기에 관한 소송을 재기했던 것이다. 그리고 기나긴 시간이 지나 배심원들과 법원은 결국 자넷의 손을 들어주었다. 크레인 케미컬사는 총 4천 100만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4년간의 이 소송을 진행하며 웨스와 메리 그레이스 부부는 서류상 파산 상태에 이르렀고, 이번 사건의 승소 판결은 4년간 치열했던 법정 공방이 해결되는 순간이기도 했지만 그들의 가정과 회사, 명성 모두를 지킬수 있게 되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보우모어 시 전체의 사람들이 판결에 기뻐할 무렵 포브스에 따르면 순 자산이 2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 400대 부자 중 310위의 주인공이자, 크레인 케미컬 사의 대표 칼 트루도는 싸움에서의 완벽한 패배를 인정하지 못했고 끌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채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한다.
판결이 난 후 크레인 주식은 바닥을 칠 기세로 계속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 무렵 트루도는 워싱턴의 상원의원으로 정치세계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었던 그랏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이번 판결을 뒤집을수 있는 배리 라인하트라는 유능한 인재가 있다는 소개를 받은 후, 트루도는 라인하트를 직접 만나게 되는데..
라인하트는 법대를 졸업한 후에 로비스트의 일을 해왔던 경험과 벌써 몇 차례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들의 선거를 물밑작업으로 도와 당선시켰고, 현재는 트로이 호건이라는 회사의 사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자였지만, 그또한 얼핏 봐도 유령회사처럼 보여졌다.
철저한 시스템과 검은 돈의 거래, 소름이 끼칠 정도의 완벽하고 치밀한 로비등으로 라인하트는 그들만의 지하세계를 유지하며 넘쳐나는 돈으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겉으로 보기에 아무 문제없는 여러 이익집단들과 손을 잡고, 돈만 있다면 그들이 원하는 무엇이라도 능히 해낼수 있는 주인공이었다. 라인하트는 항소심이 다시 열리기전 미시시피주 대법원 판사 선거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인물을 판사자리에 심어놓을 계획을 세우게 된다.
트루도 역시 판결을 뒤집을수만 있다면 물불 안 가릴 처지에 놓여 있던 터라, 그들은 800만 달러로 이번 거래의 합의를 본 후 새로운 판사자리에 앉힐 후보를 찾아나선다.
어필은 대기업과 개인간의 재판으로 시작되지만 이야기 전체의 구성을 본다면 그 재판으로 인해 판사선거를 이겨야만 하는 세력과 그들의 화려한 로비, 또 상대측과의 대립등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이야기의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돈으로는 못할 것이 없었던 그들의 물량공세에 선거자금이 넘쳐났던 트루도측의 후보가 너무나 당연한듯이 당선이 되고, 책에서 만날수 있는 선거운동에 관련있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때는 너무나 아찔하고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존 그리샴은 이렇게 현실과 소설사이에서 독자들이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 재판, 선거에 이르기까지 이건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돈 없고, 힘없는 사람은 그들의 권력에 맞서 싸워 진정 이길수는 없는 것인가...
권력이란 그렇게 무시무시하고, 강한 것인가...
그들이 앞세운 꼭두각시 후보는 대법원 판사에 당선되었고, 판결은 뒤집어졌다.
이렇게 치밀하고 완벽한 구성의 책을, 존 그리샴의 소설을 만날수 있음에 행복했고
위대한 칼 트루도의 웃음에 가슴 한 켠이 답답해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