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저자 제임스 힐먼은 미 해군병원에서 복무했던 경험이 있었고, 융 연구소에서 정신분석가 자격증을 받은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이다. 심리학의 제1의 원칙은 우리가 이해해야 할 현상이 무엇이든 그것에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도입부분에서 힐먼은 전쟁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과 혐오감은 배재하고 이 책을 봐야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전쟁이란 일반적으로 잔인하고 끔찍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저자는 전쟁에 관해 그것도 끔찍한 사랑이라는 표현을 쓰며, 전쟁이란 정신적 능력과 인식이라는 능력을 소유한 종족인 인간들이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전쟁의 당위성과 진실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간은 누구나 전쟁을 사랑한다는 표현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이런 논리를 펼치는지 궁금증을 풀기 위해 더 열심히 책을 보게 된 이유를 들수 있겠다.
인간은 전쟁을 사랑한다고? 저자의 말과 또 전쟁을 논리적으로 어떻게 이해해야만 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복잡한 감정에 얽혀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은 누구나 핵의 무시무시한 파괴력과 공포심을 피할 수는 없지만, 전쟁의 원인은 충분히 이해하고 상상할 수 있다는데 이 책의 출간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서구문명 초기의 사상가 헤라클레이토스는 전쟁은 만물의 아버지라고 말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대립쌍 논리(사물은 서로 대립하는 속성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 속성들의 상호전환에 의해 변화가 생긴다는 이론)와 칸트의 이율배반, 다윈의 자연선택, 마르크스의 계급투쟁론, 프로이트의 이론등.. 모두 전쟁의 논리대로 해석할 수가 있으며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반대 세력과의 끝없는 전투, 정복과 영토 방어등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근거는 모두 인간의 삶의 기본 원칙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힐먼은 전쟁은 인간들의 정상적인 행위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하루에도 수천, 수만.. 아니 수십만의 사람들이 컴퓨터게임의 장난감처럼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다. 군인, 민간인, 어른, 아이할것없이 무참히 짓밟히고 폭탄등 전쟁무기로 땅은 잔인하게 황폐화되고, 사람들은 힘없이 죽어간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순간부터 인간은 인간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은 한 인간으로서가 아닌 존재성은 말살된 채, 개별 사상자수로 집계되어 그래프의 수치로 표시되고 어느 전쟁에서, 어느 위치에서 그렇게 죽어갔더라.. 하는 식의 통계로만 그들을 기억하게 되는것이다.
수천만에 가까운 부상자들은 또 어떠한가.. 그들은 살아남긴 했어도 팔, 다리를 잃고, 눈을 멀고, 화상을 입고, 얼굴이 완전히 망가져 알아볼 수도 없는 형체로 불행한 현실을 살아가야만 한다. 전쟁으로 인한 정신적 후유증과 육체적인 고통을 수반하면서 그들은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전쟁중에 살아가게 될 것이다. 반면 전쟁중에 정신쇠약의 증상을 보이는 군인들은 그 원인이 뇌장애, 공황상태, 우울증, 중독, 충격, 히스테리등 그 중에 구분할 만한 수단이 없어 이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 또한 부지기수라고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일반적인 견해로 봤을때는 비정상적인 것들이 전쟁중에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들로 간주되는 부분이다. 정의가 냉정한 사리사욕으로 변하고, 대담해지고, 광분하는 행위, 비인간적인 행동이나 상징이 추상화되고, 통제 불가능한 자율등을 꼽고 있는데 전쟁은 있어서는 안 될일이란 사실이 분명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저자는 전쟁이란 특수성으로 사람들은 더 잔인해지고 흉악스럽게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군대는 강압 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고, 전쟁에 있어서 강압이란 필수적인 요소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전쟁중에는 외부적인 환경에 의해 더더욱 인간은 잔인해질수 있는데 인종을 가리지 않고 강간, 살인, 학살등 잔혹한 만행을 저지르면서도 자신의 잘못이나 뉘우침은 전혀 깨닫지 못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어떤 이론이나 혁명, 또 그 어떤 집단이나 국가에서도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란 일어나는 순간에 아군과 적군 모두에게 불행한 현실이 될 것은 물론이고, 인간으로써 당할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럽고 잔인한 형벌임을 우리 모두는 느끼고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전쟁에 대한 끔찍한 사랑은 결국 전쟁없는 세상이 되기를 간곡히 바라며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장 큰 미덕은 무엇인지 모두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던 놀라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