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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일년 동안의 과부’의 출간 소식을 접하고나서 처음에 이 책의 제목만으로도 도대체 어떤 내용의 소설일지 이미 너무 많은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었다. 제목만을 보고는 도대체 과부가 어떤 인생을 살것이며, 그 주위에 인물들이 어떤 사람들로 채워질지에 대한 의문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작가 존 어빙은 풍부한 상상력을 토대로 놀라운 내러티브 기교의 천부적인 이야기꾼으로 이미 그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었고 화려한 수상경력을 바탕으로 대단한 명성의 스토리텔러라는 평가를 받고 있음에 이 책에 기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책을 읽겠다고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1권의 시작부분은 솔직히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건으로 시작하고 있다. 열 여섯살의 어린 소년 에디와 서른 아홉살의 유부녀였던 매리언의 사랑과 성적인 묘사앞에서 난 살짝 움츠려들게 되었고 적나라한 표현과 구절을 봐가며 이런 사랑은 절대 있을수 없을것이란 판단하에 책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존 어빙은 독자들이 이런 느낌으로 이 책을 대할수도 있을 것이란 판단을 먼저 했을것이고, 이런 불편한 심기를 푸는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테드 콜과 매리언 콜. 이 부부는 토마스와 티모시라는 두 아들을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잃게 되었던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는데 그로 인해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또 나이 어린 딸 루스에게 충만한 사랑을 주지 못하는 불행한 삶을 살아간다. 불안정하고 아슬아슬하기만 한 이들 부부에게 어느날 작가인 테드의 조수로 여름방학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열 여섯 소년 에디의 등장으로 또다른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 사춘기 소년의 눈에 아름답고 매력적인 매리언은 처음 마주쳤을때부터 마음속 깊이 그의 로망으로 자리잡게 되고, 남편과의 불편하고 불행한 관계와 죽은 아들들의 기억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매리언은 그 소년의 사랑을 받아주면서 둘의 사랑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미 등장한 인물들 중 어느 한 사람 만족할 만한 행복을 찾지 못했고, 매리언은 결국 아들들의 죽음으로 겪게 된 불행한 삶을 이기지 못하고 루스를 버리고 떠나게 된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가엾고 안쓰럽게 자라는 루스와 사춘기 시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무 깊은 사랑을 알게 된 에디의 인생을 보며 두 사람의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 존 어빙은 내게 손에 땀을 쥐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테드와 매리언, 후에 에디와 루스 모두 작가란 인생을 살게 되는데.. 소설가에게 있어 소설은 인생 그 자체이고, 소설은 그들에게 삶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소설가들을 생각할 때 독자들의 입장에선 결코 그들의 아픔과 인내, 고통들은 별 관심없는 얘기들이다. 단지 결과물로 나타나는 소설만을 가지고 우리는 이 소설은 괜찮다, 아니다.. 그런 식으로 쉽게 결정지어버리고 말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소설가들을 깊이 생각해 보았던 적이 있었나 뒤돌아보게 되었다.
존 어빙은 무려 2권에 898페이지로 일년 동안의 과부를 풀어가는 동안 그 수많은 인물들의 모습을 그리며 그들의 감정표현과 사건의 전개, 배경상황에 이르는 모든 요소들 중 어느하나 빠지는 구석없이 완벽할 정도의 치밀함을 보여준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인물들의 심리적인 묘사나 외형적인 모습들까지 모든게 완벽했다. 책을 아직 다 읽기도 전에 두터운 이 두 권의 책을 보면서 작가의 이야기가 이때쯤이면 끝이 날텐데.. 하고 짐작해보기도 했었지만 그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존 어빙의 스토리는 그 어느 소설보다 탄탄했고, 무궁무진한 또 다른 세상으로 나를 안내해주었다.
작가가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 많은 지식들을 갖추기 위해 애쓰고 노력해야만 하는지 그들의 노고에 절로 찬사가 나온다. 소설을 그리 많이 읽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여지껏 봐왔던 소설들에 비해 존 어빙의 소설은 그 자신이 스스로 얘기했듯이 이야기를 지어내는 목수다라고 자신있게 밝혔던만큼 ‘일년동안의 과부’ 이 소설은 그야말로 그 어떤 비바람이 불어도 전혀 끄덕없는 단단한 프레임에 확실한 기반을 다져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감히 자신있게 말 할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