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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05년 3월
평점 :
류시화님의 책중에서도 이 책은 너덜너덜 해질 정도로 자주 보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란 묘한 마력에 끌려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잠시잠깐 가벼운 맘으로 볼 수 있는 참 편안하게 다가오는 시집이다. 어렵지도 않고, 예쁜 말들이 가득한 특징때문에 그래서 더 맘에 드는 시집중에 하나다. 여러 시집중에서도 이 시집에는 특히나 기억하고 싶은 시들이 더욱 많이 담겨져 있다는 생각때문에 이곳 저곳에 메모도 하며, 블로그에 글도 올리기도 하면서 보는 시집이라 그런지 애착이 많이 가는 시집이기도 하다.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는 말의 의미는 갖고 있는 열정 그대로 숨기지 말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란 말일 것이다. 난 이 문장을 볼 때마다 늘 새로운 기분에 자극을 받는것 같기도 하다. 너무 매력적인 글귀란 생각이 이 책을 더 자주 접하게 만드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또, 이 시집은 류시화님의 감성적이고, 자유로운 내면 세계에 여러 좋은 시들을 더해서 시의 깊이를 더욱 느낄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트 (감옥에서 쓴 시)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또 인도 여행기인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지구별 여행자등 그 분의 책들은 모두 다 소장하고 있으며 아무때나 꺼내서 보고 있지만 그래도 내게 가장 가깝게 있는 책은 아마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 시집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서기관에서부터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에 이르기까지 41세기에 걸친 유명, 무명 시인들이 들려주는 감동의 치유시들로만 모아 엮어낸 시집인 만큼 그 어떤 시집보다도 소장가치가 더더욱 크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선물해주는 시집은 흔지 않으니까 말이다.
옹이 류시화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할 것이 아니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때는 이것도 여리디 여렸으니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피어나지 못했으니
인상적인 여러 시들 가운데서도 기도, 인생 거울, 나는 배웠다, 옹이, 사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 몇 편의 시들은 그 중에서도 더 으뜸이라 생각하며 읽는다. 오랫동안 간직하고, 기억하고 싶은 시들이 이 시집에는 너무나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