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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지음, 송필용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 보아도 눈물을 흘릴수 있을 듯한...
도종환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중에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학교 시절 처음 도종환님의 시를 만났던 때가 아련히 떠오른다. 그 때는 솔직히 시에 대해 잘 몰랐을 때였고, 문장 하나하나를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도 몰랐을 때였지만 도종환님의 시를 처음 만났던 그 순간. 난 학교에서 배웠던 시와는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웠고, 시가 이렇게 아름다울수 있구나싶은 마음에 진정으로 시가 주는 행복을 처음 맛보았다고 생각된다. 시집을 좋아하고 가까이 하고 싶었던 마음은 도종환님의 시를 만나고난 후부터의 일이다. 그리고 그 때부터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시집을 모으기 시작했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배웠던 시는 잘 갖춰진 형식에 운율도 맞아야 했고, 그 시의 주제나 핵심어등을 찾아 외우느라 바쁠수밖에 없었지만 도종환님의 시는 그런 내게 처음으로 전혀 다른 멋과 빛깔을 선물해주셨고, 그 선물은 고스란히 내게 새로운 자극과 충격이 되었다.
3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해온 도종환 시인이 그동안 펴낸 아홉 권의 시집 중에서 아끼고 좋아하는 시 예닐곱편씩을 골라 송필용 화백의 그림과 함께 구성한 시선집. 생태적 자연에 대한 희망과 사랑의 울림을 담은 서정적인 시와 맑은 색감 속에 자연의 청명함을 그대로 담은 그림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시를 만들어내고 있다.
1980년대 후반으로 기억하는데 접시꽃 당신을 처음 접했을때 그의 아픔과 고통이 고스란히 어린 내게도 전해져 오는 기분을 느낄수 있었다. 접시꽃 당신이 너무도 슬프고 애절해서 시를 읽다가 울어본 경험도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시집이나 도종환 선생님을 잊고 지내다 오랜만에 그 분의 시집을 구입했다. 예전에 갖고 있었던 시집들은 모두 온데간데 없고, 다시 차근차근 그 분의 책을 모두 모으고 있는 중에 알게 된 이 시집은 그동안 정서적으로 너무 황폐하게 살아왔던 내게 큰 약이 되어준듯 하다.
살면서 잠시 동안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은 누구에게라도 잠시 머물 곳을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흔들리며 피는 꽃,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바람이 오면, 단풍 드는 날, 꽃잎, 처음 가는 길, 담쟁이, 저녁 무렵등..
참, 너무나 고운 말들이 나를 채워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