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199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잔잔하고 또 아늑한 .. 정호승님의 시 

정호승님의 글들을 읽을때면 파도가 아주 잔잔한, 아늑한 바다가 생각난다. 서정적이고 따뜻하며 포근하다. 그래서인지 그 분의 책들은 내 마음이 심한 풍랑을 만났을때나, 심히 요동치는 순간에 늘 함께 해주었던 아주 고마운 친구였다. 너무 화려하지도 요란하지도 않지만 너무 평범하고 편안한 까닭에 늘 먼저 찾게 되는 친구 말이다.

소탈하고 소박한 그의 표현들은 서민들의 애환을 있는 그대로 어렵지 않은 시어로 완성시킨다. 그래서 읽는 내내 편안함을 느끼며 책을 모두읽고 덮기까지 전혀 부담스럽지가 않다. 내용면에선 애절하고 절절한 그리움과 한으로 고독함을 표현한 시들도 많고, 외로움과 고독의 감정들을 표현해 내고 있지만 그런 내용의 시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내 마음에 안정이 찾아드는 이유는 정호승님 글만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1972년 한국일보에 당선되면서 데뷔한 그는 1979년 첫번째 시집인 슬픔이 기쁨에게를 출간했다. 이 시집역시 좋아하는 시집중에 하나다. 데뷔한 후 그는 수많은 시집을 출간했는데 그만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시인중에 한 분이다. 정호승님을 기억할 때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안식을 선물해주는 것같은 기분이 든다. 시의 형식보다는 감정과 기분으로 즐길 수 있는 문학이란 생각을 알게 된것도 정호승님의 시를 읽으면서 시작된 것같다. 

슬픔이 기쁨에,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그리고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산문집 정호승의 위안, 어른을 위한 동화집 항아리, 연인, 비목어등이 있다.

"누구에게나 절망의 순간은 있다. 그것은 우리 삶을 유지시켜주는 가장 강한 희망의 순간이다. 별을 보기 위해서는 어둠이 꼭 필요하듯이 희망을 지니기 위해서는 절망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절망만 보고 희망은 보지 못한다. 그것은 밤하늘의 별만 보고 정작 그 별을 빛나게 하는 어둠은 보지 않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간직하고싶은 아름다운 글을 읽다보면 이런 기분때문에 저자를 만나고 싶어하고, 좋아하게 되는구나싶은 생각에 꼭 한 번 만나뵙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가끔 너무 추상적이거나 어려운 글귀로 읽는다는 사실 자체가 피곤함으로 몰려오는 글들이 있는데, 정호승님의 글들은 가장 아름답고 편안한 마음을 동시에 선물해준다. 특히 이 시집중에서는 몇몇 시들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수선화에게, 안개꽃, 검은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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