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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살면서 늘 곁에 두고 틈날때마다 꺼내서 보는 시집들이 몇 권 있는데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은 자주 꺼내서 읽는 편이다. 류시화님이나 도종환님, 정호승님의 시집은 거의 빼놓지않고 구입해서 가지고 있는데 자주 꺼내서 보느라 손때가 가장 많이 묻어있는,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시집들이다. 이 시집은 10년도 전에 선물로 받았던 기억이 나는데 그 때 선물받았던 책이 어디로 갔는지 찾을수가 없어서 다시 구입하게 되었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은 시인이자 번역가로 유명하신 류시화님의 1996년에 출간된 두번째 시집이다. 1991년 첫번째 시집인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를 출간하셨는데 후에 이 시집을 선물로 받아 보게 된 후, 너무나도 서정적인 시들이 잔잔한 감동으로 내게 전해진다. 화려하고 눈에 띄는 그런 멋이 아닌, 소소한 평범함속의 끌리는 매력, 꾸미지 않은 멋스러움이란 말이 맞을까?
내가 류시화님을 알게 된것도 벌써 10여년 전 쯤의 일이다. 그러나 당시에 난 한 권의 시집보단 친구들과 함께 할 한 그릇의 떡볶이, 한 잔의 맥주가 더 절실했고, 관심은 있었지만 시집을 사가며 보고 싶을 정도로 그 분을 알지도 못했고 좋아하는 마음도 없었다. 당시에 난 시를 볼 줄도, 또 어떻게 느끼고 해석해야 하는지 어렵다고 치부해버렸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시란 쓰는 이의 가슴에서 우러나와 읽는 이로 하여금 그 단어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할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들만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알 수는 없지만 운명처럼 이끌려 류시화님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구입하고 그 시집을 다 읽은 후에는 어쩔수 없이 그의 열렬한 팬이 되버렸다. 특히나 아름다운 시나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곱씹으며,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 켜켜이 쌓아두게 되었던 것이다. 문장 한 마디 한 마디가 마법처럼 내 맘속에 들어오는대로 꽂혀 버렸고, 그 분의 따뜻한 감성, 아름다운 언어가 내게는 읽는 그대로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너무 어렵지 않은 단어나 문장들이 좋았고, 또한 머리 굴리며 봐야하는 전문서적도 아니었고, 그냥 따뜻하고 편안한 그런 분위기에 취해버렸다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이 시집을 다 읽은 후에도 너덜너덜 해질때까지 한동안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 분의 정서와 인내하는 모습이 내겐 처음부터 너무 강렬하게 다가오고 만것이다.
원래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내가 물론 도종환님은 예외였지만, 시집에 관심을 갖고 모으기 시작한 후부터 책장에는 류시화님의 책들은 말 할 것도 없고, 그 분이 번역하셨던 책들마저 하나 둘씩 모으는 취미가 생겨버릴 정도가 되었으니 나에게는 영원한 안식처가 되주시는 류시화님을 영원히 사랑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