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 속의 나 - 정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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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참 여유로워 보인다는 것이다. 다들 바쁜 일상 속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조금이라도 바쁘게 움직이며 목적지를 향해 허겁지겁 가고 있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였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러했다. 쫓기듯 살아가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 속에서 여유로움을 찾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남는 시간에 친구를 만나고 수다를 떨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그 시간 속에서 또 누군가는 열심히 책과 함께 그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책 속에서 친구를 찾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듯 시간과 장소를 구애받지 않고 책을 읽어야겠다는 그 마음가짐이나 목표가 생긴다면 아무리 바쁘게 쫓기는 일상일지라도 책은 늘 자신과 함께 따라다닐 것이다. 누가 그랬다. 사람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이다.

　책을 통한 즐거움과 깨달음 혹은 가르침을 알게 되는 순간 책은 어느덧 자신의 멘토이자 스승이 될지도 모르겠다. 공부하는 데 있어서 강의하는 강사가 선생님이지만 책을 통해서 느끼는 그 무언가를 아는 사람은 당연히 책이 자신의 스승이자 멘토가 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공부보다 책 읽기가 좋았을 때 혹은 어릴 때 한글을 배울 때 한글 공부보다 동화책이 더 재미있었을 때 말이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그럴 때가 있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는다면 아마도 공감하지 않을까 한다. 「책인시공」이라는 책은 작가 ‘정수복’ 씨가 각 나라나 마을,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책에 대한 사랑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공간이나 장소에도 구애받지 않으며 끊임없이 책에 대한 애정과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즐기고 있는 모습을 사진과 함께 담아내고 있었다. 누구는 도서관, 버스, 침대, 벤치, 길거리 등 책 읽는 장소가 따로 정해지지 않으며 책을 읽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장소의 구애를 전혀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장소에서도 책을 읽으면서 책에 대한 사랑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에 책 사랑에 대한 갈망과 배움과 깨달음을 소소하게 보여주게 있었다. 누군가 그랬다. 배움은 끝이 없다고 말이다. 그런 것처럼 책을 통한 배움 역시 끝이 없는 것 같다. 비록 그 책이 소설일지라도 그 속에서 전해주는 감동이나 깨달음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책과 함께하는 그들의 모습을 담아내면서 책을 읽는 그들이 그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자신의 마음가짐이나 생각에 대한 변화가 있기를 바라며 단순하게 보여주기 위한 책 읽기가 아닌 자신에게 양식을 쌓기를 바라는 책 읽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과 함께 사진을 담아내고 있었다.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지만, 그 책을 얼마나 이해하고 얼마나 깨달으며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부분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한글 공부하는 것처럼 단지 읽기만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책 읽기가 아니지 않을까. 그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며 작가가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이야말로 책을 읽는 진정한 이유가 아닐까. 물론 그에 따른 즐거움도 따르겠지만 말이다. 책을 통해서 과거를 회상해보기도 하고 자기반성도 하며 그에 따른 깨달음도 얻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자신을 위한 가장 좋은 책이 아닐까 한다. 시간과 장소 그리고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책을 읽는 모습을 담고 있지만, 그 속의 깊은 의미는 조금 더 성숙한 자신을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음이 아닐까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