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박완서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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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완서라는 작가를 좋아한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내내 조금씩 조금씩 비싼 초콜릿을 서랍 속에 숨겨두고 아껴 먹는 것처럼 그의 글은 그렇게 아껴 가며 읽었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이야기하는데도 그토록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읽으며 맞아맞아, 고개를 끄덕이게 할 줄 아는 재주는 이 작가는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녀가 살았던 촌에서의 이야기들은 나의 어릴적과도 어쩌면 조금쯤 닮았기 때문인가.
박완서의 수필은 소설과 같은 재미는 없지만 그녀의 생생한 분노와 기쁨과 슬픔을 더욱 친밀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딱 우리와 비슷하게 화내고, 비슷하게 사랑하고, 비슷하게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아름답게 표현한 활자를 읽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이번 수필집은 이전에 비해 조금 부실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지만 그건, 나의 박완서님이 정말 할머니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툭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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