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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벽 - 상 ㅣ 민들레 왕조 연대기
켄 리우 지음, 황성연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2월
평점 :
기대하고 기대하던 민들레 왕조 연대기 2부!!! <폭풍의 벽> 상 편을 서평 도서로 받아보게되었다. 1부인 <제왕의 위엄> 을 꽤 재미있게 읽었던 것, 그리고 얼마 전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에서 읽은 민들레 왕조 이야기의 아주 짧은 부분을 떠올리며 책을 펼쳤다.
이 민들레 왕조 연대기는 <초한지>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초한지>를 재해석 한 실크픽션...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유명한 <초한지> 완독 실패자ㅎ 이다... 왜 <삼국지> <초한지>가 그리도 어려운지!!
처음에 민들레 왕조 연대기를 읽기 시작할 때 이게 <초한지>를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했으면 아마 안 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모르고 읽었는데 <제왕의 위엄>이 엄청 재밌게 읽혔고, 그 후에야 이게 <초한지>를 바탕으로 한 작품임을 알게 되었다. 나 같은 <초한지> 완독 실패자들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민들레 왕조 연대기를 읽어보면 좋겠다.
그래서, 그 두 번째 이야기인 이 <폭풍의 벽>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느냐. 먼저 <제왕의 위엄>에서는 다라 제도를 평정하는 과정 속에서 발발되는 전쟁과 책략들에 대한 서사를 다룬다. 그렇게 세워진 통일 다라 제도에 안정을 가져오는 과정을 그린 것이 이 <폭풍의 벽>의 내용이다. 그 과정에 수반되는 정치적 다툼을 지켜보는 긴장감이 <제왕의 위엄> 때와는 또 다른 쫄깃함을 제공한다. 목숨을 걸고 벌이는 치열한 전쟁의 긴장감이 아닌, 책략과 획책, 말을 통해 벌어지는 권력 쟁탈의 긴장감이 남다르다.
책은 쿠니의 후계자 선택에 따른 파벌 싸움과 루안이 예고했던 숙청의 시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첫째 아들인 피로를 쿠니의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세운 그의 어머니이자 다라 제도의 황후 지아의 계획이 다라 제도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이는 다라 제도 전체를 집어삼키고 만다.
이런 혼란 속에서 황제인 쿠니가 사실 후계자로 삼고자 했던 것은 둘째 딸 세라였다. 하지만 세라가 여자라는 이유로 반발은 클 것이 분명했다. 그리하여 쿠니는 미리 뛰어난 여성들을 조정에 들여 세라의 즉위를 위한 전초 작업을 생각한다.
세라는 나머지 형제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뛰어난 후계자 후보이다. 그녀는 가장 이성적인 인물이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이다. 그녀는 차별받는 현실 속에서도 있는 힘껏 재능을 펼치며 끝을 모르고 성장한다.
이런 혼란 속에서 결국 공신의 반란으로 쿠니가 유지해온 다라 제도의 평화는 막을 내리고, 쿠니는 지아의 이간질에 넘어가 믿던 긴을 죽일뻔하지만 또 다른 황후 리사나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아닌 다른 묘책을 생각함을 은연중에 말하며 상 편은 끝을 맺는다.
딱!! 흥미진진한 부분에서 끊겨서 하 편을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쿠니의 새로운 묘책은 무엇이고 다라 제도의 평화는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며 우리의 세라는 쿠니의 뒤를 이은 후계자로 설 수 있을까??
최근 2편이 1편만큼 재미있는 시리즈를 못 봤는데 역시 켄 리우라고나 할까, 너무 즐겁게 읽었다. 치밀하게 깔아둔 복선하며 그것을 회수하는 과정, 그 속에 억지스러움 하나 없고 침을 꼴깍 삼켜가며 몰입하게 만드는 탄탄함과 문장들... 민들레 왕조 연대기가 4부까지 있다던데 대체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초한지를 진짜 다시 읽어야하나)
재미 뿐 아니라, <제왕의 위엄>에서도 그러했듯, 켄 리우가 여성 캐릭터에게 서사를 부여한다는 점이 굉장히, 굉장히 좋았다. 사실 <초한지>의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 두드러지는 여성 캐릭터가 없다. 남성 중심의 승계 질서에서 벗어나 세라를 후계자로 삼고싶어하는 쿠니도 그렇고, 그만큼 뛰어난 세라도 그렇고, <제왕의 위엄>에서부터 비중있게 그려지는 야망 캐릭터 지아도 그렇다. 다만 좀 아쉬웠던 것은... 세라가 아닌 아들을 지지하며 세라를 그저 오빠를 지지하줘야할 존재로 여기는 지아의 인식이었다. 지아가 세라의 능력을 알아보고 인정하고 그녀를 지지해주었다면 다라 제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질문도 하게 된다. 아무튼! 켄 리우의 센스있는 변주로 개성있는 여성 캐릭터들이 그려지는 것이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시리즈의 서막을 장엄하게 열었던 <제왕의 위엄>에 이어서 그 매력을 잃지 않고 전작을 잘 계승한 <폭풍의 벽> 상 편. 하 편도 출간됐나? 그러면 바로 읽어봐야지...
이 글은 황금가지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임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