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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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님의 <고통에 관하여>를 읽고, 작가님만의 독특한 세계관 설정과 이야기의 중심 소재를 정하시는 능력에 반했다. 나머지 소설들이 스릴러, 호러 장르라 못 읽고 있다가, 작가님의 <아무튼, 데모>를 읽고... 다른 글들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소설집을 골랐다. 그 책이 바로 <너의 유토피아>.

<아무튼, 데모>를 읽고 왜 작가님의 다른 글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느냐. 작가님께서 연대하는 것의 힘을 아시는 분이셨기 때문이다. 소수자의 편에서, 약자의 편에서 부당한 사회에 그것은 틀렸다고 소리내어 말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분이셨기 때문이다. 힘있는 사람들이 숨기기 급급한 참사와 죽음에 대해 애도할 줄 아시고, 그래야 한다고 온 몸으로 외치시는 분이셨기 때문이다. 그 점에 반했고, <너의 유토피아>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도 그 외침을 담고 있어서 1시간 만에 읽어버렸다.

<영생불사연구소>에서는 노동의 일반성에 대해 쓰시고자 하신 것 같다. 우리는 영생불사를 엄청난 능력이자 꿈의 산물이라고 여기지만, 정작 죽지 않고 살아가는 존재들조차 당장 다음날의 먹고 살 길을 고민하고 평생 밥 벌어먹을 고민을 하며 노동해야한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은 이들과 같다는 것을. 그런 사람들조차 일반적인 회사원, 노동자와 같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눈치보고 비위 맞추며 살아가야하는 그런 노동의 일반성을... 이야기하시는 것이 현실적인 한편 '영생불사'라는 소재를 이렇게 일상적인 이야기로 담아냈다는 것에 가장 재밌던 이야기였다.

<너의 유토피아>에서는 애도의 목소리를 느꼈다. 비생물 지성체인 기계 또한 인간을, 그리고 또 다른 기계를 애도하고 계속되는 질문에 답해주고 그를 위해 본인을 희생해서라도 난방을 틀고... 하는 모습을 보았다. 성치 않은 상태가 되었음에도 끝까지 애도하고 슬퍼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는 이유는 그것이 기계에게 있어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옳기에 애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은? 누군가를 애도하고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것이 옳은 일임에도 우리의 사회는 그것을 잘 해내고 있는가? 세월호를, 용산을, 이태원을 잊지 말자 소리내는 사람들의 편에 우리는 여전히 서있는가?

<여행의 끝>...은 인간의 잔혹함을 보여주시려고 하신 것일까... 사실 이 책에 실린 글 중 제일 길었지만 제일 호러틱하여 이런 글을 못 보는 관계로... 집중해서 읽지 못했다... 다만 굉장히 신선하고 충격적인 설정에 반전의 결말이었다는 점을 말해본다. 취향이시면 아주 재밌게 읽으실 듯... 잔혹한 전염병이 지구에 퍼지고, 비감염자들을 인류의 생존을 위해 우주로 보냈으나 그것마저 실패하게 되면서 우주선에서 탈출한 주인공과 그의 동료 한명, 지구엔 더 이상 희망이 없으나 그들은 결국 지구에 도착하게되고 지구에 홀로 남게 되었을 때... 그 것이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인데, 사실 나는... 이 전염병. 지구에 인류가 다 없어진 이유. 그것이 사실은 지구가 한 번 즈음 정화되는 그런... 필요한 일 아니었나... 싶기도 해서 오싹했다. 인간이 없어도 지구는 잘 돌아가더라... 우리는 지구에 꼭 필요한 존재인지.

<아주 보통의 결혼>. 이것도 오싹! 했다. 보통성에 대해 다룬 것인지? 계속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아내를 의심하는 남편, 사실 아내는 계속해서 매일매일 상관에게 무언가를 보고해야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보통에 속하지 않는 존재였고... 그 사실을 알게된 남편이 그 '보통성'을 깨려고 할 때 벌어지는 소름끼치는 일들. 그러면서 공포 속에서 그 '보통'을 유지해야하는 모습이... 우리 편견이, 차별이 두려워 사회가 말하는 보통의 모습 유지하려는 소수자들을 생각하게 해서 마음이 씁쓸했다.

<One More Kiss, Dear>가 가장 속상하고 슬픈 이야기였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는 것이 두렵다. 아직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인공지능이 말하는 것처럼... 나도 죽음을 아직 이해할 수가 없다. 의문 투성이이다. 그런데 답해줄 존재도 없다. 53층의 할머니를 대하는 이 인공지능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그가 가진 병과 죽음에 대한 의문을 보면서 결국 늙어갈 수 밖에 없는 인간과 어쨌든 맞게 될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다 읽고 조금 서글펐다. 아직은 성숙하게 받아들이기가 힘든가보다.

<그녀를 만나다>는 명확한 메세지를 갖고 있다. 성소수자들과 연대하는 글이다. 글을 읽고 나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주인공은 마치 작가님을 떠오르게 하는 것도 같다. 미래에도 끊이지 않는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테러의 우여곡절 끝에 소통과 연대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 그들에게 해를 가한 이들을 향한 증오가 아닌 이 자리에 모이고 마음을 나누는 다른 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는 것을 보면서 울컥했다. 우리의 미래가, 모두의 마음이 이런 모양이었으면 좋겠다.

<Maria, Gratia Plena>는 가정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아직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많은 여성이 죽어나가고 아이들은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이 이야기는 가정폭력을 겪은 마약사범의 기억을 (마치 이터널 선샤인) 처럼 추적해나가는데, 결국 그녀는 가정폭력범인 아버지의 손에 잃은 어머니와, 동생을 다시 보고 싶은 것 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가정폭력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 이젠 다들 알법한데도 법은 솜방망이고 여전히 사람들은 죽어가나고 아이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이젠 바뀔 때가 되었다.

<씨앗>은 극단적인 인공 사회와 자연 사회의 간극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나무와 결합해 진화한 인류가 한 축을,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부터 죽음까지, 그리고 자연물도 인공적으로 생산해 사용하는 한 축의 인류 사이의 갈등을 그린다. 이는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환경 문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과 자연은 단절되어버렸다. 연결점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인간 편의에 맞춘 개량과 조작, 자원 남용으로 자연은 원래의 모습을 잃어가고있는데 힘 있는 사람들은 그게 잘못된 것인 줄을 모른다. 연결성을 잃은 인간은 무자비하게 자연을 착취한다. 그러다간 우리가 다 죽는데도... 비건지향의 이유에 환경문제가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연결고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그 점에 깊이 동감하며 읽었다.

모든 이야기가 꼭 필요한 메세지를 담고 있음과 동시에 작가님만의 독창적 세계로 꾸려져서 깊이있으면서도 흡입력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정보라 작가님에 대해 알게 될 수록 작가님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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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격자의 차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6
연여름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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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세계관의 세팅이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를 떠올리게했다. 이상적으로 통제되는 세계에서 그 세계를 탈출하고자 하는 인물이 나오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 세인이 속한 사회는 외부의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해 1세대 사람들이 인공지능 모세를 중재자로, 사람들을 실무자로 하여금 설계한 도시이다. 도시의 지속성과 안전을 위해 사람들의 직업, 수명, 이름은 모두 통제되고, 심지어 감정과 생각, 탄생과 죽음마저 제한당하는 통제 사회이다. 다만, 여타 다른 통제 사회 디스토피아를 다룬 소설들과 대비되는 점이라면 그것이 사람들과 인공지능의 합의 하에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 있겠다.

아무튼, 이 통제 사회의 이름은 ‘중재도시’이다. 중재자인 모세의 중재에 의해 유지되고 있기 때문. 사람들은 그 안에서 9세대에 걸친 세월을 보내왔고, 지금은 귀에 꽂은 ’모세’ 기기를 통해 도시의 중재자와 실시간 소통하기도 한다. 이 도시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허구죄’로 일컬어지는, 꿈과 상상과 공상을 금기시하는 통제이다. 특히, ‘몽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게 되기도 한다. 이런 허구죄와 기타 여러 가지의 죄목들은 개개인에게 결점으로 누적되고, 결점이 7회 쌓이면 부적격자로 판단되어 통제내에서 정해진 수명을 다 채우지 않았더라도 죽음, 즉 소거 당하게 된다.

이런 상황 속, 9세대 실무자 중 ‘세인‘이 우리의 주인공이다. 중재도시에선 전임자의 유전 정보를 이용해 동일한 이름과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후임자를 만드는 방식으로 세대 교체를 해왔다. 세인은 병원에 근무하는 실무자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또 다른 실무자로는 ’레드‘가 있다. 1세대 때부터 건축가의 직무를 맡아, 지금은 도시 방벽을 살피고 수리하는 일을 한다.

오류 사건으로 인해 생애수명이 연장되고, 그래서 소거를 담당하는 병원 부서의 실무자인 세인의 일이 잠시 중단되자 그는 일반 병동에서 임시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레드가 방벽 수리 중 낙상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오게되고, 그는 세인의 담당 환자가 된다. 레드는 통제 사회에서 여태 당연시 여겨졌던 것들에 대해 계속해서 의문을 표하기 시작하고, 세인은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기에 점차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 둘이 겪고, 듣고, 나눈 일들과 말들은 세인에게 중재도시 밖으로 눈길을 돌리게 만든다. 중재도시 밖은 여전히 사람이 살 수 없는 전염병으로 가득한 곳일까?

책을 다 읽고 굉장히 산뜻한 기분을 느꼈다. 그게 왜인지 생각해보니, 총을 쏴대거나 누가 누구를 쫓거나 누구에게 쫓기거나 싸우고 갈등하는 과정 없이 주인공이 용기를 얻고 본인의 의지가 단단해질 때 즈음 자연스럽게 통제 사회에서의 탈출을 생각하는 그 과정이 이 전 유사한 설정의 글들에서는 보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꿈을 꾸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지금의 경지에 다다른 기술들을 사용하고, 그에 그치지 않고 더 성장하고자 시도하고, 그러면서도 닥쳐올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우리가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더나,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아끼는 마음도 그를 꿈에 그려볼 수 있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 아닐까.

전염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후손들의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 시작된 중재 도시는 분명 처음엔 전염병으로부터 도망쳐다니느라 더 이상 인간답게 살지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한 1세대들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구축한 도시였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점점 흐르고. 9세대인 세인의 시대에 와서는 오히려 그들이 사람답게 사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세인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 꿈을 꾸고 생각을 하며 살고, 감정을 나누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 중재 도시 바깥을 바라보게 된 것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용기를 내었을 때, 그를 막고 가두려는 사회의 독재자 없이 그가 그의 선택대로 삶을 매끄럽게 바꾸어나갈 수 있었다는 점이 나에게 큰 감동으로 와닿았던 것 같다.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당신도 꿈을 꾼다. 우리는 꿈을 꾼다. 비록 그 꿈이 때로는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하고, 좌절하게도 하지만, 우리는 꿈을 꾸기 때문에 그것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도 하다. 우리를 인간으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꿈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글은 현대문학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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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로운 생활 - 생활 밀착 네덜란드 로컬 라이프
김지윤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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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프랑스에 대한 책을 선물해주셨던 출판사에서 이번엔 네덜란드에 대한 책을 선물해주신다하여... 냉큼 받아보았다. 확실히 다른 국가의 생활 이야기는 새로움과 깨달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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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로운 생활>는 네덜란드로 이주한 김지윤 작가님이 네덜란드에 정착하며 겪은 이야기, 네덜란드에 살아가며 배운 이야기, 깨달은 것들, 네덜란드의 모습, 생활 등을 세세하게 서술하신 책이다. 일부 다소 네덜란드를 너무 좋게만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런 맛에 읽는게 또 이런 책이니까 ㅎ

사실 네덜란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한정적이었다. 중세 해양 강국, 해발고도가 마이너스인 나라, 튤립, 풍차... 그 정도? 그런데 책에서 만난 네덜란드는 그 외의 부분에서도 매력 넘치는 곳이었다. 약간... 내가 살고 싶은 삶이랑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해외에 나가서 살 일이 생기면 호주에 가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후보지에 네덜란드를 추가했다. 단순하고 단조로운 삶이 가능한 곳,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곳, 맑은 날씨가 지속되는 곳, 아날로그가 디지털보다 많은 곳, 규정하지 않아도 모두가 지키는 규칙이 확실한 곳,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곳... 그냥 다 내 취향이었다.

특히 내가 마음을 빼앗긴 글은 '단순하고 촌스러운 행복'이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굉장히 과거 지향적인 취향을 가진 사람이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외치는 세상에서 제발 폴더폰을 쓰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종이책이 주는 만족감을 잃지 못하고, 정보를 찾아봐야하면 검색보다 책을 먼저 펼치고, 도시보단 시골이 좋고,쏟아져나오는 정보는 필요 없고 그냥 나랑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신경쓰고 싶고... 이 글을 읽으니 네덜란드가 딱 그런 곳이더라. (사실 이 모든 것을 갖춘 곳이 할아버지 집이라 할아버지집 좋아하는 거기도...) 집은 열쇠로 잠구고, 자기 자신과 가까운 이들에게 집중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아도 손해볼 일 없이 살 수 있다는 네덜란드에서의 삶이 잠깐 부러워졌달까... 내 인생 목표는 단조로운 삶 살기다. 화려한 삶, 역동적인 삶 다 필요 없고 그냥 평화롭고 고요하고 예측 가능하게 단조롭게 살고 싶다... 그래야 사랑하는 것들을 더 사랑할 수 있고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그렇게 살 수 있다고 하는 네덜란드가 좀 부러워졌다.

책을 읽는 내내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유로움이 물씬 풍기는 네덜란드 생활기를 읽으며 한국에서 너무 목표지향적으로 쫓기듯 살아가는 나를 돌아보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려 노력하고 (가족, 책, 요가, 러닝 등...) 아득바득 균형을 맞춰가며 여유를 찾고 내 속도를 찾으려 노력하지만 그것마저 그 여유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여 씁쓸했다. 사실 최근 종종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한국에서 쉽지 않다는 생각도 자주 하고, 이미 그 시스템에 적응하여 여유를 놓치지 않기 위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어느새 또 있는 힘껏 나를 몰아붙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면 너무 속상하기도 하다.

나도 언젠가는, 여유로운 이런 삶을 살고 싶고 그렇게 할거다. 네덜란드가 아니더라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지금 사는 것 처럼, 그 분들이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고 여유롭게 사랑하며 사시는 것처럼... 나도 언젠가 그런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래본다.

이 글은 마음연결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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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스페이스
칼리 월리스 지음, 유혜인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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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본 SF 중에 제일 드라마 혹은 영화화를 바라게 된 이야기... 그만큼 흡입력 있던 소설이었고 매 장면 장면이 머리 속에서 영화처럼 그려져서 너무 재밌게 읽은 오늘의 서평 도서, <데드 스페이스>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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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헤스터 말리는 히기에이아라는 회사의 보안관으로 일하고 있는 전직 인공지능 전문가이다. 타이탄 연구 프로젝트에서 중심이 되는 인공지능 뱅가드를 만들고 다루던 그녀는 타이탄으로 향하던 연구팀의 우주선을 덮친 테러 때문에 히기에이아가 제공하는 신체-기계 대체 수술을 받고 그 수술비를 갚기 위해 이 거대 기업에서 일하게 되었다.

헤스터가 보안관으로 일한지 1년이 되던 어느날, 그녀는 타이탄 연구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고 함께 테러에서 살아남은 동료이지만 사고 이후 어떠한 교류도 하지 않았던 데이비드에게서 난데없이 의문의 메일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그 또한 헤스터와 똑같이 히기에이아에 빚을 지고 기업을 위해 일하던 중이었고, 그가 일하던 곳이던 니무에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했기에, 헤스터는 해당 사건 조사에 자원하여 니무에로 향한다.

그녀와 함께 향한 보안관 아디사와 류, 그리고 변호사 휴고는 데이비드 사망 사건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히기에이아라는 이 거대 기업을 관리할 수 있는 것 또한 오버시어라는 인공지능에 의존한 것이었고, 헤스터는 니무에에 있는 직원들을 눈여겨보고 믿을만한 이들을 살피고 인공지능을 들여다보고 데이비드의 메일까지 생각하며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진다.

그녀가 결국 진실을 알아차렸을 때, 그리고 그 진실을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바꿀 때 만나고 선택하는 것. 그 장면들을 읽을 때가 나는 제일 몰입하게 되었다. 많은 복선들과 감정선들이 딱 맞물려 이야기가 절정을 향할 때의 그 쾌감... 잘짜인 미스터리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오랜만에 느껴서 짜릿했다.

내가 좋아하는 SF 라는 장르로서도, 과학적 상상력과 세계관을 치밀하고 촘촘하게 짜놓았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고, 미스터리라는 장르에서도 그 장르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 나까지도 너무 즐겁게 읽을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별 이유 없이 죽고 시시하게 사건이 해결되는 양산형 미스터리가 너무너무 싫었는데... 간만에 제대로 설계된 미스터리를 만난 기분. 최고다...)

많은 책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것 처럼, 이 책 또한 SF 미스터리로서 엔터테인먼트적 니즈를 충족하면서도 나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했다. 이윤 중심의 부도덕이 지배하는 히기에이아라는 거대 기업 아래에서 돌아가는 이 미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사실 지금의 우리라고 뭐가 다른가 싶었다. 이윤 중심의 부도덕한 일들은 지금도 자행되고 있지 않은가... 지금의 우리가 <데드 스페이스>의 미래로 발전한다면 이 책의 내용같은 사건들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게 되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헤스터라는 인물에 의해 그 부도덕함이 밝혀지지만 그런 인물이 없어 묻히는 일이 훨씬 많을 것이다. 이 책의 세계에서도 그렇고, 지금 우리의 세계에서도 그렇고. 윤리적이고 이상적인 미래로의 발전을 꿈꾼다면... 보다 도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필요하고 개개인의 관심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게 되었다.

너무 흡입력있게 읽어서 칼리 윌리스 작가의 다른 책도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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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벽 - 상 민들레 왕조 연대기
켄 리우 지음, 황성연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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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고 기대하던 민들레 왕조 연대기 2부!!! <폭풍의 벽> 상 편을 서평 도서로 받아보게되었다. 1부인 <제왕의 위엄> 을 꽤 재미있게 읽었던 것, 그리고 얼마 전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에서 읽은 민들레 왕조 이야기의 아주 짧은 부분을 떠올리며 책을 펼쳤다.

이 민들레 왕조 연대기는 <초한지>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초한지>를 재해석 한 실크픽션...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유명한 <초한지> 완독 실패자ㅎ 이다... 왜 <삼국지> <초한지>가 그리도 어려운지!!

처음에 민들레 왕조 연대기를 읽기 시작할 때 이게 <초한지>를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했으면 아마 안 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모르고 읽었는데 <제왕의 위엄>이 엄청 재밌게 읽혔고, 그 후에야 이게 <초한지>를 바탕으로 한 작품임을 알게 되었다. 나 같은 <초한지> 완독 실패자들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민들레 왕조 연대기를 읽어보면 좋겠다.

그래서, 그 두 번째 이야기인 이 <폭풍의 벽>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느냐. 먼저 <제왕의 위엄>에서는 다라 제도를 평정하는 과정 속에서 발발되는 전쟁과 책략들에 대한 서사를 다룬다. 그렇게 세워진 통일 다라 제도에 안정을 가져오는 과정을 그린 것이 이 <폭풍의 벽>의 내용이다. 그 과정에 수반되는 정치적 다툼을 지켜보는 긴장감이 <제왕의 위엄> 때와는 또 다른 쫄깃함을 제공한다. 목숨을 걸고 벌이는 치열한 전쟁의 긴장감이 아닌, 책략과 획책, 말을 통해 벌어지는 권력 쟁탈의 긴장감이 남다르다.

책은 쿠니의 후계자 선택에 따른 파벌 싸움과 루안이 예고했던 숙청의 시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첫째 아들인 피로를 쿠니의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세운 그의 어머니이자 다라 제도의 황후 지아의 계획이 다라 제도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이는 다라 제도 전체를 집어삼키고 만다.

이런 혼란 속에서 황제인 쿠니가 사실 후계자로 삼고자 했던 것은 둘째 딸 세라였다. 하지만 세라가 여자라는 이유로 반발은 클 것이 분명했다. 그리하여 쿠니는 미리 뛰어난 여성들을 조정에 들여 세라의 즉위를 위한 전초 작업을 생각한다.

세라는 나머지 형제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뛰어난 후계자 후보이다. 그녀는 가장 이성적인 인물이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이다. 그녀는 차별받는 현실 속에서도 있는 힘껏 재능을 펼치며 끝을 모르고 성장한다.

이런 혼란 속에서 결국 공신의 반란으로 쿠니가 유지해온 다라 제도의 평화는 막을 내리고, 쿠니는 지아의 이간질에 넘어가 믿던 긴을 죽일뻔하지만 또 다른 황후 리사나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아닌 다른 묘책을 생각함을 은연중에 말하며 상 편은 끝을 맺는다.

딱!! 흥미진진한 부분에서 끊겨서 하 편을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쿠니의 새로운 묘책은 무엇이고 다라 제도의 평화는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며 우리의 세라는 쿠니의 뒤를 이은 후계자로 설 수 있을까??

최근 2편이 1편만큼 재미있는 시리즈를 못 봤는데 역시 켄 리우라고나 할까, 너무 즐겁게 읽었다. 치밀하게 깔아둔 복선하며 그것을 회수하는 과정, 그 속에 억지스러움 하나 없고 침을 꼴깍 삼켜가며 몰입하게 만드는 탄탄함과 문장들... 민들레 왕조 연대기가 4부까지 있다던데 대체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초한지를 진짜 다시 읽어야하나)

재미 뿐 아니라, <제왕의 위엄>에서도 그러했듯, 켄 리우가 여성 캐릭터에게 서사를 부여한다는 점이 굉장히, 굉장히 좋았다. 사실 <초한지>의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 두드러지는 여성 캐릭터가 없다. 남성 중심의 승계 질서에서 벗어나 세라를 후계자로 삼고싶어하는 쿠니도 그렇고, 그만큼 뛰어난 세라도 그렇고, <제왕의 위엄>에서부터 비중있게 그려지는 야망 캐릭터 지아도 그렇다. 다만 좀 아쉬웠던 것은... 세라가 아닌 아들을 지지하며 세라를 그저 오빠를 지지하줘야할 존재로 여기는 지아의 인식이었다. 지아가 세라의 능력을 알아보고 인정하고 그녀를 지지해주었다면 다라 제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질문도 하게 된다. 아무튼! 켄 리우의 센스있는 변주로 개성있는 여성 캐릭터들이 그려지는 것이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시리즈의 서막을 장엄하게 열었던 <제왕의 위엄>에 이어서 그 매력을 잃지 않고 전작을 잘 계승한 <폭풍의 벽> 상 편. 하 편도 출간됐나? 그러면 바로 읽어봐야지...

이 글은 황금가지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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