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리커버)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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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추천했던 책. 그게 누구인진 까먹고 이걸 너무나 강력하게 추천했던 기억만이 남아 꼭 읽어봐야지 하던 책...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생존 방식을 택한 이, 그 방식을 택하게 된 이의 이야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왜 '겨울'을 지나온 방식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 둘은 각자 저마다의 사정으로 인생의 겨울날을 보낸다. 시리고 모진 바람이 쌩쌩 부는 것만 같은 그들의 삶. 명주는 가족을 잃고, 직업을 잃고, 건강을 잃은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엄마의 사망 신고를 하지 않고 연금을 계속 타서 생활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그리고 그 사실이 들킬까 두려워하면서도 계속 그러고 마는 것은 어쩌면 그 방법만이 유일한 그녀의 '생존' 방법 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주가 겨울을 지나기 위해 그녀가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방식일 것이다. 그녀의 옆집에 사는 준성은 대리 운전을 하고 공부를 포기하고 꿈을 포기하면서 까지 할아버지를 돌본다. 그 또한 삶의 겨울 속을 지나고 있다. 명주가 겨울을 지낼 방식을 결국 고르고 그것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준성은 아직 그 선택을 하지 못한채 아등바등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런 준성의 모습이 안타까워 참 마음이 쓰였다. 심지어 그에겐 더 큰 겨울 바람이 몰아친다. 그는 그 바람을 맞고 더 차디찬 겨울속에 내던져지고, 결국 준성 또한 겨울을 지낼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 마지막, 엄마의 고향으로 떠나는 명주의 모습은 어딘가 좀 후련해보이기도 했다. 사실상 해결된 것은 없고 문제는 현재진행형이지만, 어쩐지 그녀의 겨울이 곧 끝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거부감이 드는 방식으로 삶에의 생존을 선택한 이들이지만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는 마음으로부터 오는 동정과 그렇게 되어버린 이 세상에 대한 쓰라림을 계속 곱씹게 된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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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찰스 S. 코켈 지음, 이충호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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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책들에서 이 책을 읽어보지 않겠느냐 물으셨을 때 나는 소개글의 첫 문장을 읽고 당연히요!!를 외치고 말았다… >>우주와 외계 생명체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던 적이 있나요?<< 당근이죠 저 천체물리학 전공하고 외계 생명 탐사 동아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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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책은 첫 목차부터 날 또 낄낄 웃게 한다. ‘외계인 택시 기사가 있을까?’, ‘나는 화성 여행에 나설 것인가?,’ ‘우리는 외계인 동물원의 전시 동물인가?’. ‘우주에는 독재 사회가 넘쳐날까, 자유 사회가 넘쳐날까?’ 흥미롭다 흥미로워. 이렇게 독자를 빨려들게 만드니 꽤 두께가 있는 비문학 서적임에도 단숨에 후루룩 읽어버릴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스스로를 >>우주 애호가<< 라고 칭하신 만큼 그 어떠한… 물리학 공부하는 사람들의 어떤… 하찮음…? 낄낄포인트…? 피식 요소들…? (욕 아님. 나도 물리학과임;;) 이 있어서 은은하게 동질감을 느끼며 읽었다… 아 찐따 감성? (ㅈㅅ) 너드미… 정도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이 작가님 스타트렉의 굉장한 팬이시던데… 저도 스타트렉 참 좋아한단 말입니다? 스타워즈보단 스타트렉이죠… 아무튼 여러모로 야 이 사람 나랑 잘 맞네 ㅋ 생각하며 내용도 작가님도 재밌는 분이라 더 즐겁게 책을 읽었다.


얼마 전, 예술을 전공하는 언니와 공룡덕후박람회를 보러 국립중앙과학관에 다녀왔는데 나한테는 너무 당연한 현실 속 과학의 요소들, 우주의 요소들에 언니가 정말 신기해하고 놀라워하는 것을 보고 새삼 아 이게 당연한게 아니구나, 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과학자와 택시 기사가 나누는 대화에서 그런 느낌을 다시금 감각할 수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그 둘의 대화 속에서 과학이 우리의 일상과 연결되는 내용들이 많이 나오는데, 우리가 했던 대화도 그런 것이었기 때문이다. 1초를 정의하는 방식, 원소가 생겨나는 방식, 과거의 우주가 지금 우리에게 비추는 빛… 이런 것들에 너무나 익숙해져있었는데 그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경이로운 일들인지 다시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외계인에 대한 질문과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사실 그 부분은 나도 많이 알고 있고 익숙한 부분이기에 나에게 인상 깊은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바로 세상을 들여다보는 눈과, 질문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처럼 이 책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질문하고 연구하는 삶을 살겠다며 이 길을 택했지만 사실 너무 많은 것이 이미 밝혀졌음을 알아버리고 그것들에 익숙해져 오히려 받아들이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우주의 놀라움에 익숙해진 나머지 그것들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볼 시간을 오히려 놓쳐버리고 만 것은 아닌지. 최근엔 전공이 아닌 분야에서만 왜?를 쏟아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공부하는 분야에 대해서 새롭게 질문 할 수 있는, 우주의 아름다움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감각을 다시금 되살리는 시간이어서 그게 나에겐 참 좋았다. 앞으론 엉뚱해보여도 계속 왜?를 던져야지…


확실히… 과학자가 과학자 특유의 유머를 잔뜩 녹여서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쓴 글은 똑같이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다. 과학자끼리 통하는 유우머에 낄낄 거리기도 하고, 이론을 설명하는 아주 친절한 설명에 야 이걸 이렇게 설명하네 ㅋㅋ 하며 다시금 그걸 처음 배웠던 순간을 떠올리기도 하고, 질문하는 모습을 마주보며 나도 다시금 그런 감각을 되찾아도 보고. 즐겁고 또 유쾌하게 보냈던 시간이었다. 강추!! 이렇게 재밌게 설명하는 과학자 몇 없다…


앞으로 왜? 라는 질문을 좀 더 서슴치 않고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어느날택시에서우주가말을걸었다 #찰스코켈

이 글은 열린책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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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지 않았다 광주 연작 2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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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시작할 때부터, 그 끝을 알고 있음에 글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참 마음 아팠던 이야기였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 이후로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들을 왜곡되지 않은 말들로 풀어내는 글들이 많아져 드디어!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매번 마음의 무거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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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형편에 학업을 중단하고 서울로 상경하여 자재 기술을 배운 인호는 광주 자개 공장에 취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자개공 생활을 하던 인호는 수예점에서 일하는 순미를 만나게 되고, 18살 꽃다운 청춘이자 동갑인 둘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간다. 인호는 은방울꽃이 새겨진 자개 거울을 만들어 순미에게 전한다. 그러나 그들의 첫 데이트 약속이 있던 5월 21일의 광주, 금남로에 울려퍼진 총성과, 순미에게 오지 못한 인호. 순미는 은방울꽃을 수놓은 손수건을 쥐고 인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5.18을 생각할 때마다 희생당한 것이 그저 무고한 일반시민이었다는 것에서 분노와 울분을 참을 수가 없다. 순미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지 않아서 인호가 그 곳에 나간 것이었나? 폭력으로 시위하고 체제를 전복하려고 나서는 반역자들이었나? 그 사람들은 그 중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저 끓어오르는 벅찬 마음으로, 연대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용기로, 부당함에 맞서 목소리를 내려는 의지로 그 곳에 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호 뿐 아니라 모두가 가진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었다면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 때 광주에서는 ‘누구라도’ 죽음 앞에 놓일 수 있었다. 무고한 시민들을 이유 없이 죽이고, 때리고 또 학살하고. 이 이야기가 그저 열여덟의 애틋하고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였으면 좋았으련만 광주에 있던 그들은 그런 끝을 보지 못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내가 다 원통하다…

그리고 난 5.18에 대한 글을 접할 때마다 4.3을 떠올린다. 나에게 4.3이 아픈 기억인 만큼 광주와 전라도 사람들에게는 5.18이 내가 느끼는 것보다 더 큰 아픔으로 남아있겠지. 이유 없이 정부의 모함과 말도 안되는 명령으로 죽어나가고 희생당한 사람들을 생각할 때면 착잡하다. 그러나 그것과 동시에, 그럼에도 지켜내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자유, 삶, 희망, 민주, 우리… 그런 가치에 대해 생각한다.

책의 주인공인 인호의 모델이 된 박인배 군의 짧았던 인생에 한 순간의 윤기라도 더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마음이 십분 공감된다. 그 시절 광주에서 희생당한 모든 이들의 삶과 인생을 우리가 조금 더 바라볼 때 그들의 죽음이 희생을 너머 우리에게 더 큰 메세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과거에서나 현재에서나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룩된 것임을 잊지 않길 다짐한다,

이 글은 출판사 바람의 아이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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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이기는 습관 - 도파민형 인간·세로토닌형 인간 맞춤형 루틴 설계법
코널 코완.데이비드 키퍼 지음, 김두완 옮김 / 김영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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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습관 형성에 관심이 많은 나날들을 보냈다. 개강하고 내 생활의 시간표를 다시 정립하면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루틴이 잡힌 상태이다. 그리고 아주 만족하며 3월을 보내고 있다. 뇌가 내가 만든 습관들에 적응했나보다. 그와 동시에 전문가가 말해주는 뇌를 이기고 내가 원하는 습관을 정착시키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다.

작가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특성에 따라 사람의 두뇌를 두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공격형, 하나는 방어형이다. 책에는 간단한 테스트도 등장하는데... 나는 공격형 특성에 7개 해당, 방어형 특성에 8개 해당으로...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뇌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읽다보니 어느정도 공격형 두뇌를 가진 사람의 패턴에 해당하기도 하고, 방어형 두뇌를 가진 사람의 패턴에 해당하기도 했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을 읽고 테스트를 했을 때 특정 성향이 두드러진다면 좀 더 술술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먼저, 공격형은 도파민을 원한다. 긍정의 가능성에 끌려 즐거움을 지향하는 유형으로, 각성을 원하기 때문에 자극이 주어질 때 되려 편해하는 기질을 보인다. 모험을 즐기고 적극적으로 도전한다. 반면 비난과 분노를 통해 감정을 발산한다. 딱 보이다시피 이들의 동기는 보상이다. 반면 방어형은 세로토닌을 원한다. 일상의 자극만으로도 각성 상태에 있게 되기 때문에 걱정과 불안이 많다. 부정적 에너지를 내부로 향하게 하여 불편을 줄이려고 한다. 회피가 동기이다.

나는... 각성을 원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반면 그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도 상당히 견디며 사는 편이다. 그래서 충돌이 발생하곤 한다. 무엇을 하면서 끝없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걸 해내고 말겠다는 집념과 목표 하나 때문에 엉엉 울면서 결국 해내고 그 후엔 힘들었던 것을 다 잊고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러다가도 어떤 상황에서는 풀이 죽어서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꺼리기도 한다. 도전을 권하고 몰아붙이는 자기개발서는 돈을 줘도 안 읽으려한다. 남들이랑 노는 것 보다는 혼자 노는게 훨씬 재밌다. 당최 뭐 어쩌겠다는 건지 이 책을 읽으며 내 모습을 반추하는 매 순간마다 난 뭐지...? 싶었다.

사실! 그래서 이 책이 조금 나에게는 어려웠다. 나의 경우만 보더라도 인간의 두뇌는 한 쪽으로 분류될 수가 없는 것이다. 방어형의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공격형의 내용에 이거 난데... 하다가... 갈팡질팡하며 책을 읽게 되는 느낌을 독서 하는 내내 떨칠 수가 없었다. 특정 성향이 뚜렷한 사람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은데 나에게는 아니었던 것 같다. ㅎㅎ

그럼에도 여기서 얻은 문제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들 중 배워갈 것들이 있어 정리해보고 싶다.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인데, 나는 어떤 상황에 진짜 처하기 전까지는 방어형 두뇌의 모습을 보이다가... 정작 그 상황에 처하고나면 공격형으로 돌변하는 것 같다. 나쁘지 않은 조합이지만... 좀 더 호전적으로 도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도. 그런 점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 위험 감각을 통제력으로 승화시켜 각성을 재구조화하자. 뭘 피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면 왜 그것이 피하고 싶은지 가만히 들여다보자. 불안해지면 불안은 저절로 사그라드는 화학적 폭풍에 불과하며 나는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님을 인지하자.

  • 하고 싶지 않고, 마냥 회피하고 싶은 것들이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 적어보고, 하나씩 도전해보자. 생각보다 별개 아님을 느끼게 될지도...

두뇌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설명해서 진짜 가운데에 걸쳐있는 나로서는 조금 페이지 터닝이 어려운 책이었으나! 사실 그렇게 분류하는 것이 어떤 설명을 전달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고 있기에 적절히 잘 걸러서 읽었다. 요즘 새롭게 동아리도 가입하고 전공 분야에 대해서도 새로운 것들을 많이 시도하려 하는데, 지금은 또 방어형 두뇌가 작동해서 주춤할 때도 있다. 그냥 해보자! 그냥 그 불안은 화학 작용일 뿐이니까. 정작 시작하고 나면 내 공격형 성향과 방어형 성향이 조화를 잘 이루어낼 것 이라 믿는다.

루틴을 만들고 지키는 건 그냥 나에게 숨 쉬는 일 같은 것인데 특정 성향에 치우친 사람들은 그게 좀 어려울 수도 있겠군,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매번 그걸 잘 지켜내는 나도 멋지지 않나... 하는 실없는 생각도 들었다 ㅎㅎ... 아무튼, 나는 왜 항상 불안하고 뭘 해내지 못할까... 하는 고민이 드는데 명확히 누가 구분 지어줬으면 좋겠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 글은 김영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임을 밝힙니다.

#김영사 #뇌를이기는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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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달
이지은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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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힘을 잃나요? 전 요즘 자꾸 타인과 저를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할까봐, 혹은 더 뛰어나지 못할까봐, 무엇보다 내가 만족할 정도로 성취하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하며 저보다 어떤 면에서 뛰어난 주변 사람들을 보고 자꾸 무기력해지고 심란해졌던 것 같습니다. 완벽한 나에 도달할 수 없다는 불안함은 커져가기만 했죠.

그러던 중 이 책을 읽었어요. 자꾸만 '달'에게서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정말 많은 인간의 기대를 받는 '달'. 그 기대와 기도가 버거워진 달은 되려 그 기대와 기도들을 멈춰달라며 기도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고 말죠. 땅으로 떨어진 달은 무력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카나, 인간 아기, 달은 함께 자라며 하나가 되고 새로운 그들만의 삶을 일구어갑니다. 그러면서 서로를 구원하고 성장시키고 보듬어주고 함께 나아가죠. 기대에 부응하는 삶이 아니더라도 가치있는 삶임을 알게됩니다.

책을 덮고 저는 제가 걸어온 길을 돌이켜 봤어요. 고민이 시작되기 전까지 직진하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시간 동안에도 이리저리 헤매었더라고요. 방황도 많이 했고요, 길을 찾지 못해 엉엉 울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 지금 가장 나은 상태의 저로 이 곳에 자리하고 있어요. 누군가의 도움으로, 그 덕분에 이뤄낸 성장으로, 함께 나아가는 힘으로. 혼자가 아닌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이들과의 연대로. 그래서 지금 저는 그저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힘을 얻는 '나'입니다.

달은 결국 그냥 '달'이 됩니다. 인간 아이는 '인간 아이'가 되고요. 특별히 무엇이 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젠 알 것도 같습니다. 나에게 맞는 자리는 그저 내가 되는 것, 다른 무엇이 아닌 나 스스로가 되는 것. 그 과정이 굴곡지고 험난하더라도, 서로 다른 '나' 들이 모여 우리는 모두 각자가 되는 것이겠지요.

유독 읽으며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엄마께도 선물해드리고 싶은 책이에요. 제가 저로 존재할 수 있게 되는 굳은 심지의 뿌리에는 부모님의 사랑과 응원이 항상 단단히 자리잡고 있으니까요.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고, 지키고, 함께 나아가는 용기와 모든 과정을 응원하게 됩니다.

"너의 용기로."

#울지않는달 #텍스트Z

이 글은 창비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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