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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지 않았다 ㅣ 광주 연작 2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5년 5월
평점 :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시작할 때부터, 그 끝을 알고 있음에 글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 참 마음 아팠던 이야기였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 이후로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들을 왜곡되지 않은 말들로 풀어내는 글들이 많아져 드디어!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매번 마음의 무거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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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형편에 학업을 중단하고 서울로 상경하여 자재 기술을 배운 인호는 광주 자개 공장에 취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자개공 생활을 하던 인호는 수예점에서 일하는 순미를 만나게 되고, 18살 꽃다운 청춘이자 동갑인 둘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간다. 인호는 은방울꽃이 새겨진 자개 거울을 만들어 순미에게 전한다. 그러나 그들의 첫 데이트 약속이 있던 5월 21일의 광주, 금남로에 울려퍼진 총성과, 순미에게 오지 못한 인호. 순미는 은방울꽃을 수놓은 손수건을 쥐고 인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5.18을 생각할 때마다 희생당한 것이 그저 무고한 일반시민이었다는 것에서 분노와 울분을 참을 수가 없다. 순미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지 않아서 인호가 그 곳에 나간 것이었나? 폭력으로 시위하고 체제를 전복하려고 나서는 반역자들이었나? 그 사람들은 그 중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저 끓어오르는 벅찬 마음으로, 연대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용기로, 부당함에 맞서 목소리를 내려는 의지로 그 곳에 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인호 뿐 아니라 모두가 가진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었다면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 때 광주에서는 ‘누구라도’ 죽음 앞에 놓일 수 있었다. 무고한 시민들을 이유 없이 죽이고, 때리고 또 학살하고. 이 이야기가 그저 열여덟의 애틋하고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였으면 좋았으련만 광주에 있던 그들은 그런 끝을 보지 못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내가 다 원통하다…
그리고 난 5.18에 대한 글을 접할 때마다 4.3을 떠올린다. 나에게 4.3이 아픈 기억인 만큼 광주와 전라도 사람들에게는 5.18이 내가 느끼는 것보다 더 큰 아픔으로 남아있겠지. 이유 없이 정부의 모함과 말도 안되는 명령으로 죽어나가고 희생당한 사람들을 생각할 때면 착잡하다. 그러나 그것과 동시에, 그럼에도 지켜내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자유, 삶, 희망, 민주, 우리… 그런 가치에 대해 생각한다.
책의 주인공인 인호의 모델이 된 박인배 군의 짧았던 인생에 한 순간의 윤기라도 더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마음이 십분 공감된다. 그 시절 광주에서 희생당한 모든 이들의 삶과 인생을 우리가 조금 더 바라볼 때 그들의 죽음이 희생을 너머 우리에게 더 큰 메세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이, 과거에서나 현재에서나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룩된 것임을 잊지 않길 다짐한다,
이 글은 출판사 바람의 아이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