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골동품 서점
올리버 다크셔 지음, 박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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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작가는 영국 고서점인 ‘소서런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그가 수습 직원으로 소서런에 겁도 없이 성큼 발을 들이고나서 그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먼지 풀풀 나는 고서점 이곳 저곳 숨겨진 곳 아무도 모르는 곳들을 열고 뜯고 부수고 마주한 이야기를 적어놓은 책인데, 흔한 서점 직원의 에세이가 아니라 무슨 모험가의 엄청난 일지같다는 느낌이 든다 ㅋㅋㅋ

고서점에 방문하는 온갖 종류의 고객들, 고서적이라 우기며 책을 팔려고 오는 사람들, 작가 옆에 묵묵히 앉아 고서점을 지키는 동료 직원들, 폭탄같이 찾아오는 불청객들, 어느날 갑자기 등장하는 정체 모를 고서적과 골동품들 그리고 어딘가에 쳐박히고 마는 그것들의 이야기… 솔직히 듣기만 해도 구미가 당기지 않으시는지?

게다가 작가가 그것들 -책에 등장하는 모든 무생물과 생물들- 을 보면서 적어둔 감상이나 생각 -일종의… 허탈함 혹은 경이감으로도 보이는 것들-을 읽고 있자면 혼자 흐흐 거리며 웃게 되는 것이다.

- 책을 구매하는 이의 참된 정신은 ‘나중에 뭘 먹지?’, ‘월세는 어떻게 내나?’ 같은 사소한 일들에 흔들리지 않아야 했다.
백번 옳은 말씀.

- 이따금 미운 오리 새끼가 황금빛 거위로 변하는 것처럼, 우연히 찾아든 구경꾼이 수집가로 진화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변화를 촉매하는 게 무엇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다. 원초적으로 지니고 있던 수집가의 충동이 내면에서부터 불타기 시작하다가 어둠이 깔린 어느 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순간 오래된 책 한 권을 사게 되고, 그것이 시작점이 되는 식이다. 바로 이것이 훗날 책으로 가득 찬 집에 드러누워 “감사할 줄 모르는 요즘 아이들은 도서관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불평을 늘어놓는 구십 세의 책 수집가이자 은둔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이다.
뼈를 맞는… 것만 같다. 아파!

아직 내가 고서적에는 관심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고서적에 관심이 없는 데도 5평 짜리 원룸방에 책을 100권은 쌓아두고 있는 지금도 이미 수집가라고 해야할지… 각설하고 구십 세의 내가 책으로 꽉 들어찬 집에 살고 있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보이고, 언젠가는 고서적을 건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다.

고서적 판매 서점에서 일하는 작가의 서술에 따라 소서런 서점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빛은 하나도 없는 컴컴한 목조 건물에 -빛은 책을 상하게 하며, 소서런 서점은 무지 오래된 서점이므로- 지하실에는 물이 세어 퀴퀴한 초록 곰팡이가 피어있음과 동시에 온갖 나무 상자와 고서적이 존재하고, 웅장하지만 좀 삐걱거리는 목조 계단이 있고, 모든 벽면이 마치 해리포터의 올리벤더 지팡이 가게처럼 -그곳에는 지팡이 진열대가 있겠지만- 책장이 줄줄이 늘어서있고, 입구에는 정체모를 골동품들, 서점 곳곳에 그곳의 마스코트처럼 골동품들이 존재하고… 곳곳에 놓인 육중한 책상에는 서점 직원들이 앉아 고객들을 관찰하거나 혹은 책을 권하거나 혹은 내쫓아버리려 하는 그런 광경이 상상된다. 그리고 우리의 작가는 입구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도.

책을 읽는 내내 내 상상 속의 소서런 서점에서 나는 고서적 판매 직원이 되어 책을 팔고 사고 고객을 마주하고 가끔은 내보내고 힘 있는 파워스들을 만나고 책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곳을 방문하고 또 아무도 모르던 서점의 비밀 공간을 찾아내고 영국 곳곳을 누볐으며 서점 직원들과 은근한 친밀감을 쌓았다. 실제로 가본 적도 없는 소서런 서점이 마치… 내 꿈의 직장인 것처럼!!

책에 대한, 서점에 대한, 특히 고서적들에 대한 이야기가 어쩜 이리 웃기고 재밌을 수 있나. 작가는 의도한게 아니겠지만 마치… 한 시리즈의 시트콤을 시청하는 기분을 만끽했다. 새로운 챕터를 읽을 때마다 요상한 멜로디의 오프닝 노래가, 웃긴 장면에 낄낄 거릴 때는 웃는 효과음이, 한 챕터가 끝날 때는 문이 열렸다 닫히는 쉬익하는 효과음과 B급 특수효과가 머릿속에 보였다. 그냥… 그냥 모든 순간이 재밌는 책이었달까.

책의 뒷표지에 이 책을 ‘자신이 책 애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혼자만의 코첼라 페스티벌이다.’ 라고 소개하는데, 아무렴. 이게 코첼라고,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이고, 로튼 토마토지수 100의 코미디 영화고, 드라마고, 개그콘서트다…

책 애호가라면 반드시, 아니더라도 그냥 삶이 지루할 때 무료할 때 꼬옥 읽어줬으면 싶은 책이다. 책을 읽고 고서점 직원이라는 목표가 새로 생겨도 나는 책임 못진다. 왜냐? 일단 나부터 그렇게 됐으니까… 슬쩍 버킷리스트에 소서런 서점 가보기와 헌책방 혹은 고서적 서점 직원되기를 추가해본다.



이 글은 RHK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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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에 띄운 편지 반올림 61
발레리 제나티 지음, 이선주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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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계속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그리고 매일같이 들려오는 학살과 폭격 소식들. 나는 <가자에 띄운 편지>를 보고 비로소 그것들을 똑바로 응시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서평을 쓰자고 마음먹은 책 중에, 청소년 소설임에도 가장 무게감있게 다가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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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나가기 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 대한 배경 지식이 먼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두 국가의 분쟁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1976년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와 가자 지구를 점령하며 그 갈등은 깊어졌다. 그러던 중 체결된 1993년의 오슬로 협정으로 잠시 두 국가 사이 평화가 찾아오는 듯 했으나, 그 이후로도 폭력과 테러가 지속되어 지금의 상태에 이르렀다.


이 책은 2003년 일어난 예루살렘 폭탄 테러를 기점으로하여 이스라엘 소녀 탈과 가자 지구 소년 니암이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탈은 꿈도 많고 좀 철 없는 소녀다. 폭탄 테러 이후, 가자 지구에서 군인으로 일하는 오빠에게 부탁해 편지가 든 유리병을 그곳에 전하고, 니암이 그것을 발견하는 것으로 편지는 시작된다.


가자 지구에 사는 니암은 탈과 달리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가지고 억압된 삶을 살아가는 소년이다. 그만큼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가 크다. 그렇기에 당연하듯 니암은 처음엔 탈에게 곱지 않은 답들을 보낸다.


하지만 이 둘의 편지가 이어지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눌 수록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국가의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탈에게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 니암에게 이스라엘은 전쟁을 일으키는 존재. 그렇게 이분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그들은 서로 나누는 편지를 통해 모든 이스라엘 사람이 팔레스타인 사람을 증오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이 이스라엘 사람을 증오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 안에서도 정말 많은 이들이 평화를 원하고, 평화를 바라는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은 그저 본인들과 같은 한 명의 사람. 그 국적에 상관 없이, 그저 평화를 위하는 이들임을 깨닫는 것이다.


20년 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을 읽고, 이 두 소녀 소년의 편지를 엿보고,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도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두 국가의 모습을 보면서 탈과 니암 같이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이 주고 받는 편지에는 각자의 생활, 꿈, 가족, 원망, 분노, 슬픔, 이해하려는 노력, 그럼에도 미워하게되는 마음... 그 모든 것들이 생생히 담겨 있었고, 난 이 두 사람이 정말 실제하는 인물처럼 느껴졌으며, 그랬기 때문에 더 마음 아팠다.


작가님이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써내려간 탈과 니암의 편지들에서 살아 숨쉬는 두 인물을 본다. 살아 숨쉬는 이들이 존재함을 다시 깨닫는다. 단순히 두 국가의 갈등을 나열한 글들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그래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평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극단적 주장을 하며 전쟁을, 지배를 외치는 사람들 뒤에 가려진 평화의 목소리는 어떻게 전달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부끄럽게도 두 국가의 갈등과 자행되는 테러들은 그저 뉴스에서만 접하는, 나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일들이었다. 책을 덮고 바로 서평을 쓰지 않았다. 한동안 지금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에 대해 찾아보고 읽어보았다. 내가 너무 많은 것에 무심했다는 생각에 정말, 너무 창피하고 미안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자 지구의 민간인들은 예고 없는 폭격과 테러에 희생되고 있다. 당장 몇 시간 전의 게시물들이 SNS에 올라오고 난 그것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 종종 심란해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하나라도 더 읽고, 기부하고, 연대하려고 한다. 평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아직 부족하지만 나는 그 답이 '연대'와 '관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연대'와 '관심'.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20년 전에도 물론 그러했겠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 일들을 빠르게 전 세계의 모두가 접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이 두 국가의 갈등은 두 국가만의 것이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제 3자인 우리가 이를 그들만의 일로 치부하고 방관한다면 갈등은 해결되지 못하고 평화는 찾아오지 못할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심이 중요하고, 그 관심을 기반으로 평화를 울부짖는 사람들에게 연대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럴 때야말로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평화'라는 말의 무게가 어쩐지 유독 무겁게 다가온다. 그 두 글자를 쉽게 내뱉지 못할 사람들이 이 지구 어딘가에 있다. 그리고 바라지만 그것이 너무 멀어 매일 좌절하지만 일어서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힘을 보태야할 것이다.


모두가 이 이야기를 읽어야하고 알아야한다. 그리고 기억하고 관심을 잃지 말아야한다. 20년 전의 이야기가 지금에 와서도 달라지지 않았음에 슬퍼해야한다. 그리고 달라질 수 있게 하기 위해 힘을 보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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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 - 강인욱의 처음 만나는 고고학이라는 세계
강인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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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이란 무엇일까? 고고학을 생각해보면, 뭐...인디아나 존스를 떠올리거나, 엄청난 공룡 화석을 발굴하는 이들을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라진 시간과 만나는 법>을 펼치자마자 강인욱 교수님은 고고학이란 역사학도, 인류학도 아닌 또 다른 별개의 학문이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이 셋은 모두 다양한 시간과 공간 사이에서 옛날 사람의 모습을 밝히는 것과 같으며, 단지 그 방법이 다를 뿐이라고 말씀하신다. 역사학과 인류학만큼이나 고고학은, 인류의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하나의 독립적이고 중요한 학문이라는 것. 그만큼, 사실 고고학은 인류를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고고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부터 시작해서, 발굴 방법, 연구 방법, 고고학이 겪는 어려움, 발굴의 딜레마, 고고학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역시 나에게 흥미로웠던 것은 고고학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하시는데, 고고학이라는 학문에 적용되기 시작한 AI 기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디지털 유물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이다.

AI는 현재 고고학계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되는 기록, 분류, 실측 등의 1차 작업을 대체하는 일에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미 현장에서도 파편만 남은 유물이나 유적을 복원하거나 숨겨진 나머지 부분을 찾는 일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AI에게 고고학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작업을 맡기는 것은 지금 다른 분야에서 AI 사용에 대한 논쟁이 많듯, 적절치 않은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AI를 적절히 사용하고 응용한다면 우리 인류의 더 많은 역사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별개로... 고고학의 발굴과 연구 과정을 읽으면서 데이터를 하나하나 수집해 하나의 역사를 연구하는 일이 머신러닝과 그 모습이 유사하다고 생각했는데 교수님이 언급하셔서 깜짝 놀랐다. 과거의 파편을 모아 연구의 결론을 도출하는 고고학과, 단편적 정보를 보아 학습의 결과를 도출하는 AI. 어쩌면... 이 둘, 최고의 상성을 가진 것은 아닌지.

디지털 유물에 대한 이야기는 놀랍게도 저번 주 제주도에서 할머니 댁에 머물 때 할머니와 나누었던 이야기라 굉장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할머니께서도 교수님과 같은 말씀을 하셨었는데, 언젠가 지금의 디지털 기록 시스템이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면 그 안에 남겨진 수 많은 정보와 기록물들은 어떻게 남겨지고 전수될 수 있는가?에 대한 말씀이셨다. 그러면서 결론은 결국 내린 결론은 '다 프린트해서 정리하기' 였고, 그 다음날 난 휴대폰의 사진 몇 장을 골라서 사진관에 인화하러 갔었다.

그때는 굉장히 구식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교수님도 똑같이 말씀하셨더라. 중요한 디지털 자료는 책과 같은 유형의 출력물로 보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구시대의 아날로그가 확실한 보존 방법이라는 말도 덧붙이시며.

그 문장까지 읽으니 굉장히 심란해졌다. 문명의 발전은 우리를 점점 디지털의 세계로 이끌어 갈 것이고, 다시 아날로그의 시대로 역행하기는 이미 글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지금의 유산을 후대에 전할 의무가 있고, 그러려면 적절한 수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수단은 역설적이게도 아직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니! 그러나 중요한 자료들을 모두 책으로 만들기에는 당장 현재의 정보의 바다가 너무 방대하다. 우리는 이 파도같이 밀려오는 정보들을 어떻게 보존하고 후대에 남길 수 있을까.

그래서... 학문적 호기심에 찾아보니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의 <디지털시대의 미래 고고학> (배기동, 김경택, 2023) 논문이 있었다... 이 논무에서, 전통 고고학이 당면한 문제는 현 상황에서 디지털시대의 인간 행위에 흔적에 대해서는 사실상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아직 그에 대한 노력은 학문적 수준에서 정리되거나 방법론이 개발되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그러면서 과거의 인공물을 재료로 인류의 과거를 설명하는 고고학이 사이버 공간에 남아있는 흔적을 대상화하지 않는다면 문화희 총체적 복원은 요원하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그래서! 지금 인류는 어떤 방식을 취하고 있는가? 디지털시대 고고학이 제공하는 문화정보의 집적과 분석을 위해 국가 기관들이 기금과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을 통해 그 생산과 관리를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해나가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이 새로운 학문 정립을 위한 학제적 융합 연구를 제안하고 있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과거와 다르게 디지털 공간에 남는 전례없이 방대한 양의 문화정보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디지털시대 고고학이며, 이를 정립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는 전 인류 차원의 체계적 정리와 학문 자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학문 정립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때 고고학자 뿐 아니라 빅데이터 전문가나 프로그래머 등의 컴퓨터 공학과 관련된 사람들이 많이 포함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주 흥미로운 책을 만나서 간만에 논문도 찾아보고 과거 좋아했던 문화재들도 떠올려보며 신나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지식 수준만 된다면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꼭! 시간을 들여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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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강릉 내가 좋아하는 것들 14
이정임 지음 / 스토리닷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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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접속한 인스타그램에서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초등학교 마지막 시절 강원도 가족 여행이 생각났다. 표지의 바다를 연상시키는 새파란 그림 (혹은 사진) 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문득 강릉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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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닷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시리즈는 꽤 오랫동안 내 독서 위시리스트에 있었다. 그 주제로는 제주, 숲, 차, 소설, 요가, 시골이 있었다. 난 내가 ‘요가’ 나 ‘제주’, 혹은 ‘시골’을 먼저 읽어보게 될 줄 알았는데, 뭐 인생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니까… ‘강릉’을 먼저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얼른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사실 스토리닷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시리즈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고향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더 잘 안다는 듯 말하는 것 처럼 들려서, 괜한 거부감에 안 읽게 되더라…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 강릉>을 읽고 보니 다른 이의 눈으로 보는 내 고향의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그만큼, 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 강릉>은 강릉에서 나고 자란 작가님이 강릉을 사랑스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누구든 단숨에 강릉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만드는 책이다. 이렇게 전국 팔도 방방곡곡을 설명해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그 문장과 작가님의 추억, 일상이 강릉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너무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해주어 좋았다.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강릉과 제주가 꽤나 닮아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바다와 산을 모두 갖춘 강릉, 똑같이 바다와 산을 모두 갖춘 제주. 생태계 복원 사업으로 많은 종들을 살려낸 강릉, 희귀 생물들의 보전지 제주. 힘들 때면 찾아가 하루를 종일 보낼 바다가 있는 강릉, 4면이 바다라 어디에 살던 길어도 30분이면 바다를 만날 수 있는 제주. 계문화가 발전한 강릉, 사람들간의 유대가 정말 강한 제주. 해녀가 있는 두 곳, 역사 속에서 좌우익의 충돌로 겪은 아픔이 있는 두 곳… 나열하고 보니 닮은 점이 참 많다.

부끄럽게도, 나는 고향에 대한 사랑이 너무 강해서… 제주가 최고인 줄 알았고… (사실 지금도 조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이 책을 통해 다른 지역을 바라보는 시선을 좀 달리 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제주에서 나고 자란 내가 제주를 사랑하는 만큼 다른 곳에서 나고 자란 다른 이는 같은 사랑으로 본인의 고향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책에 강릉역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미소지었다. 7년 전의 강원도 여행에서 어째서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강릉역에서 가족 사진을 찍었던 기억인데, 그것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의 여행을 생각해보면 사춘기의 초입에서 사진 찍히는 것도 싫고, 변화를 겪는 몸은 거추장스럽고, 만사에 짜증을 냈던 것 같고, 제대로 꾸밀 줄 모르는 채로 찍었던 사진들은 중고등학교 내내 쪽팔린다는 이유로 잘 안 들여다봤던 것 같고… 그럼에도 강릉역의 청량한 바다, 인생 처음 봤던 기차, 좀 눅눅했던 여름의 날씨, 어려서 포동했던 동생들의 말간 얼굴, 그때를 마지막으로 함께 여행하지 못한 아쉬움, 엄마가 입었던 빨간 원피스… 같은 것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참 놀라운 일이지. 기억 저편에 묻혀있던 7년전의 기억을 되살려준 책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가족 여행을 그 전까지 참 많이 다녔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이 강원도 여행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더 그렇게 되었다. 작가님이 이야기하는 강릉이 정 많은 사람들,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경치, 복작복작한 동네들의 모임이라 살아본 적도 없는 그곳에 대한 마음이 피어났다. 제주 만큼은 당연히 아니지만, 강릉에서도 꽤 오랜 시간 살아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작가님을 물 들이고 지탱해 준 강릉의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나를 살게하고 응원해준 제주의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이 책은 분명 ‘강릉’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사랑해 머지 않는 ‘고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같으므로, 강릉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책을 읽다보면 본인의 터전을 생각하며 추억에 잠기고 또 문득 미소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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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 -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브렉시트까지, 하룻밤에 읽는 교양 세계사 인생 처음 시리즈 2
톰 헤드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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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하지만… 세계사에 관해서는 머리에 남은 것이 거의 없는 것이 내 상태였다. 그나마 고대만 안다. 문명들의 발생과 발전, 몰락이 온갖 곳의 강 근처에서 진행되던 그때는, 국가의 중앙집권적 형태가 갖춰지지 않은 도시 국가가 많았고 그 국가간 교류가 많지 않아서 복잡하지 않기에 그런 것 같다. 근데 부끄럽게도!! 중세에 들어서 문화와 종교가 교류되고 얽히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내 지식의 밑천이 드러난다.

아무래도, 세계사를 공부하는 것의 가장 큰 산은 정말 많은 국가가 그들만의 역사를 갖고 있는 동시에 굉장히 많은 다른 국가와 얽히고 섥혀있다는 점 같다. 사건은 한 두개가 아니고, 전쟁은 훨씬 많고 방대하고, 이 나라 저 나라의 상황을 다 고려하며 공부해야하니까… 그래서 난 누군가가 제발 주요 사건들과 배경을 거의 초심자인 나에게 맞게 이야기로 풀어내주길 바랬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은 정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고대의 다양한 문명들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메카, 쿠시, 로마 등으로 나누어 간단한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 꼭 기억하면 좋을 왕조들에 대해 지루함 없이 이야기해주고, 복잡한 교류가 시작되는 중세부터는 전쟁과 교류, 전염병 등 굵직한 사건들에 연루된 국가들 간의 충돌과 이해관계, 대처를 풀이해주어서 처음으로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근대부터는 자주 들어본 말들이 등장하면서 좀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갖가지 혁명, 노예무역, 신대륙, 독립 선언, 여성 운동, 제국 주의… 다 한 번씩 들어보았고 어떤 부분은 좀 더 깊이 아는 것도 있었는데 물 흐르듯 나와있는 이야기들을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이 또한 전보다 훨씬 깔끔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내가 젤 어려워 하는 것은… 현대 파트이다. 1차 세계대전부터 펼쳐지는 현대의 세계사는 너무너무 복잡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때 만들어진 이해관계가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그 주제는 아직까지도 다뤄지는 것이기에 꼭 알아야한다고 생각해왔기도 하는 부분이다. <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을 읽고 나서는 어디 가서 50%는 알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개 과정에 따라 친절하고 세밀한 이야기를 남겨준 작가에게 정말 큰 감사함을 표한다. 전쟁사를 내기 이렇게 흥미로워하는 줄은 몰랐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현대 챕터를 읽어버렸다. 그리고 많은 것을 배웠다.

나 처럼 ‘중고등학생 때 배운 세계사가 전부야!’ 혹은 ‘세계사? 한국사도 잘 모르는데…’ 하는 분이 있다면, 그리고 세계사에 입문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역사책이 지루하다는 생각은 집어 던지시길… 작가가 처음부터 써놓는 것이 ‘역사를 이야기 형태로 배운다면 결코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라는 키플링의 말이니까. 여름날 어르신이 들려주시는 흥미진진한 옛날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세계사를 좀 아는 사람에게는 단순히 정리 노트? 정도로 밖에 안 느껴질 것 같기는 하다. 많은 주제들을 한 번에 다루는 만큼, 이야기의 깊이가 엄청 깊거나 세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도 읽으면서 더 궁금한 점이 있는데 설명이 충분치 않아서 다른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제목 처럼… ”인생 처음“ 세계사에 발을 담구어보는 이들에게는 좋은 가이드가 될 것. 이 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채널들을 통해, 그리고 다른 책들을 통해 나는 현대 세계사를 좀 더 탐독해보고 싶다!




이 글은 현대지성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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