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자에 띄운 편지 ㅣ 반올림 61
발레리 제나티 지음, 이선주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7월
평점 :
지금도 계속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그리고 매일같이 들려오는 학살과 폭격 소식들. 나는 <가자에 띄운 편지>를 보고 비로소 그것들을 똑바로 응시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서평을 쓰자고 마음먹은 책 중에, 청소년 소설임에도 가장 무게감있게 다가온 책이다.
/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나가기 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 대한 배경 지식이 먼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두 국가의 분쟁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1976년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와 가자 지구를 점령하며 그 갈등은 깊어졌다. 그러던 중 체결된 1993년의 오슬로 협정으로 잠시 두 국가 사이 평화가 찾아오는 듯 했으나, 그 이후로도 폭력과 테러가 지속되어 지금의 상태에 이르렀다.
이 책은 2003년 일어난 예루살렘 폭탄 테러를 기점으로하여 이스라엘 소녀 탈과 가자 지구 소년 니암이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탈은 꿈도 많고 좀 철 없는 소녀다. 폭탄 테러 이후, 가자 지구에서 군인으로 일하는 오빠에게 부탁해 편지가 든 유리병을 그곳에 전하고, 니암이 그것을 발견하는 것으로 편지는 시작된다.
가자 지구에 사는 니암은 탈과 달리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가지고 억압된 삶을 살아가는 소년이다. 그만큼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가 크다. 그렇기에 당연하듯 니암은 처음엔 탈에게 곱지 않은 답들을 보낸다.
하지만 이 둘의 편지가 이어지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생각을 나눌 수록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국가의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탈에게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 니암에게 이스라엘은 전쟁을 일으키는 존재. 그렇게 이분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그들은 서로 나누는 편지를 통해 모든 이스라엘 사람이 팔레스타인 사람을 증오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이 이스라엘 사람을 증오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 안에서도 정말 많은 이들이 평화를 원하고, 평화를 바라는 한 명 한 명의 사람들은 그저 본인들과 같은 한 명의 사람. 그 국적에 상관 없이, 그저 평화를 위하는 이들임을 깨닫는 것이다.
20년 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책을 읽고, 이 두 소녀 소년의 편지를 엿보고,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도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두 국가의 모습을 보면서 탈과 니암 같이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이 주고 받는 편지에는 각자의 생활, 꿈, 가족, 원망, 분노, 슬픔, 이해하려는 노력, 그럼에도 미워하게되는 마음... 그 모든 것들이 생생히 담겨 있었고, 난 이 두 사람이 정말 실제하는 인물처럼 느껴졌으며, 그랬기 때문에 더 마음 아팠다.
작가님이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써내려간 탈과 니암의 편지들에서 살아 숨쉬는 두 인물을 본다. 살아 숨쉬는 이들이 존재함을 다시 깨닫는다. 단순히 두 국가의 갈등을 나열한 글들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그래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다.
평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극단적 주장을 하며 전쟁을, 지배를 외치는 사람들 뒤에 가려진 평화의 목소리는 어떻게 전달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부끄럽게도 두 국가의 갈등과 자행되는 테러들은 그저 뉴스에서만 접하는, 나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일들이었다. 책을 덮고 바로 서평을 쓰지 않았다. 한동안 지금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에 대해 찾아보고 읽어보았다. 내가 너무 많은 것에 무심했다는 생각에 정말, 너무 창피하고 미안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자 지구의 민간인들은 예고 없는 폭격과 테러에 희생되고 있다. 당장 몇 시간 전의 게시물들이 SNS에 올라오고 난 그것을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 종종 심란해지곤 한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하나라도 더 읽고, 기부하고, 연대하려고 한다. 평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아직 부족하지만 나는 그 답이 '연대'와 '관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연대'와 '관심'.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20년 전에도 물론 그러했겠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 일들을 빠르게 전 세계의 모두가 접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이 두 국가의 갈등은 두 국가만의 것이 아니라고도 생각한다. 제 3자인 우리가 이를 그들만의 일로 치부하고 방관한다면 갈등은 해결되지 못하고 평화는 찾아오지 못할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심이 중요하고, 그 관심을 기반으로 평화를 울부짖는 사람들에게 연대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럴 때야말로 평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평화'라는 말의 무게가 어쩐지 유독 무겁게 다가온다. 그 두 글자를 쉽게 내뱉지 못할 사람들이 이 지구 어딘가에 있다. 그리고 바라지만 그것이 너무 멀어 매일 좌절하지만 일어서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힘을 보태야할 것이다.
모두가 이 이야기를 읽어야하고 알아야한다. 그리고 기억하고 관심을 잃지 말아야한다. 20년 전의 이야기가 지금에 와서도 달라지지 않았음에 슬퍼해야한다. 그리고 달라질 수 있게 하기 위해 힘을 보태야한다.
이 글은 바람의아이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임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