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좋아하는 것들, 강릉 ㅣ 내가 좋아하는 것들 14
이정임 지음 / 스토리닷 / 2024년 6월
평점 :
오랜만에 접속한 인스타그램에서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초등학교 마지막 시절 강원도 가족 여행이 생각났다. 표지의 바다를 연상시키는 새파란 그림 (혹은 사진) 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문득 강릉이 궁금해졌다.
/
스토리닷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시리즈는 꽤 오랫동안 내 독서 위시리스트에 있었다. 그 주제로는 제주, 숲, 차, 소설, 요가, 시골이 있었다. 난 내가 ‘요가’ 나 ‘제주’, 혹은 ‘시골’을 먼저 읽어보게 될 줄 알았는데, 뭐 인생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니까… ‘강릉’을 먼저 읽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얼른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사실 스토리닷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시리즈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제주>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사랑하는 고향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더 잘 안다는 듯 말하는 것 처럼 들려서, 괜한 거부감에 안 읽게 되더라…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 강릉>을 읽고 보니 다른 이의 눈으로 보는 내 고향의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그만큼, 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 강릉>은 강릉에서 나고 자란 작가님이 강릉을 사랑스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누구든 단숨에 강릉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만드는 책이다. 이렇게 전국 팔도 방방곡곡을 설명해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그 문장과 작가님의 추억, 일상이 강릉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너무 생생히 느낄 수 있게 해주어 좋았다.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강릉과 제주가 꽤나 닮아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바다와 산을 모두 갖춘 강릉, 똑같이 바다와 산을 모두 갖춘 제주. 생태계 복원 사업으로 많은 종들을 살려낸 강릉, 희귀 생물들의 보전지 제주. 힘들 때면 찾아가 하루를 종일 보낼 바다가 있는 강릉, 4면이 바다라 어디에 살던 길어도 30분이면 바다를 만날 수 있는 제주. 계문화가 발전한 강릉, 사람들간의 유대가 정말 강한 제주. 해녀가 있는 두 곳, 역사 속에서 좌우익의 충돌로 겪은 아픔이 있는 두 곳… 나열하고 보니 닮은 점이 참 많다.
부끄럽게도, 나는 고향에 대한 사랑이 너무 강해서… 제주가 최고인 줄 알았고… (사실 지금도 조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이 책을 통해 다른 지역을 바라보는 시선을 좀 달리 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 제주에서 나고 자란 내가 제주를 사랑하는 만큼 다른 곳에서 나고 자란 다른 이는 같은 사랑으로 본인의 고향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책에 강릉역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미소지었다. 7년 전의 강원도 여행에서 어째서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강릉역에서 가족 사진을 찍었던 기억인데, 그것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때의 여행을 생각해보면 사춘기의 초입에서 사진 찍히는 것도 싫고, 변화를 겪는 몸은 거추장스럽고, 만사에 짜증을 냈던 것 같고, 제대로 꾸밀 줄 모르는 채로 찍었던 사진들은 중고등학교 내내 쪽팔린다는 이유로 잘 안 들여다봤던 것 같고… 그럼에도 강릉역의 청량한 바다, 인생 처음 봤던 기차, 좀 눅눅했던 여름의 날씨, 어려서 포동했던 동생들의 말간 얼굴, 그때를 마지막으로 함께 여행하지 못한 아쉬움, 엄마가 입었던 빨간 원피스… 같은 것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참 놀라운 일이지. 기억 저편에 묻혀있던 7년전의 기억을 되살려준 책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가족 여행을 그 전까지 참 많이 다녔는데,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이 강원도 여행이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더 그렇게 되었다. 작가님이 이야기하는 강릉이 정 많은 사람들,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경치, 복작복작한 동네들의 모임이라 살아본 적도 없는 그곳에 대한 마음이 피어났다. 제주 만큼은 당연히 아니지만, 강릉에서도 꽤 오랜 시간 살아보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작가님을 물 들이고 지탱해 준 강릉의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나를 살게하고 응원해준 제주의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이 책은 분명 ‘강릉’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사랑해 머지 않는 ‘고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과 같으므로, 강릉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책을 읽다보면 본인의 터전을 생각하며 추억에 잠기고 또 문득 미소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스토리닷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임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