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골동품 서점
올리버 다크셔 지음, 박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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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작가는 영국 고서점인 ‘소서런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그가 수습 직원으로 소서런에 겁도 없이 성큼 발을 들이고나서 그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먼지 풀풀 나는 고서점 이곳 저곳 숨겨진 곳 아무도 모르는 곳들을 열고 뜯고 부수고 마주한 이야기를 적어놓은 책인데, 흔한 서점 직원의 에세이가 아니라 무슨 모험가의 엄청난 일지같다는 느낌이 든다 ㅋㅋㅋ

고서점에 방문하는 온갖 종류의 고객들, 고서적이라 우기며 책을 팔려고 오는 사람들, 작가 옆에 묵묵히 앉아 고서점을 지키는 동료 직원들, 폭탄같이 찾아오는 불청객들, 어느날 갑자기 등장하는 정체 모를 고서적과 골동품들 그리고 어딘가에 쳐박히고 마는 그것들의 이야기… 솔직히 듣기만 해도 구미가 당기지 않으시는지?

게다가 작가가 그것들 -책에 등장하는 모든 무생물과 생물들- 을 보면서 적어둔 감상이나 생각 -일종의… 허탈함 혹은 경이감으로도 보이는 것들-을 읽고 있자면 혼자 흐흐 거리며 웃게 되는 것이다.

- 책을 구매하는 이의 참된 정신은 ‘나중에 뭘 먹지?’, ‘월세는 어떻게 내나?’ 같은 사소한 일들에 흔들리지 않아야 했다.
백번 옳은 말씀.

- 이따금 미운 오리 새끼가 황금빛 거위로 변하는 것처럼, 우연히 찾아든 구경꾼이 수집가로 진화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변화를 촉매하는 게 무엇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다. 원초적으로 지니고 있던 수집가의 충동이 내면에서부터 불타기 시작하다가 어둠이 깔린 어느 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 어느 순간 오래된 책 한 권을 사게 되고, 그것이 시작점이 되는 식이다. 바로 이것이 훗날 책으로 가득 찬 집에 드러누워 “감사할 줄 모르는 요즘 아이들은 도서관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불평을 늘어놓는 구십 세의 책 수집가이자 은둔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이다.
뼈를 맞는… 것만 같다. 아파!

아직 내가 고서적에는 관심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고서적에 관심이 없는 데도 5평 짜리 원룸방에 책을 100권은 쌓아두고 있는 지금도 이미 수집가라고 해야할지… 각설하고 구십 세의 내가 책으로 꽉 들어찬 집에 살고 있을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보이고, 언젠가는 고서적을 건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다.

고서적 판매 서점에서 일하는 작가의 서술에 따라 소서런 서점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빛은 하나도 없는 컴컴한 목조 건물에 -빛은 책을 상하게 하며, 소서런 서점은 무지 오래된 서점이므로- 지하실에는 물이 세어 퀴퀴한 초록 곰팡이가 피어있음과 동시에 온갖 나무 상자와 고서적이 존재하고, 웅장하지만 좀 삐걱거리는 목조 계단이 있고, 모든 벽면이 마치 해리포터의 올리벤더 지팡이 가게처럼 -그곳에는 지팡이 진열대가 있겠지만- 책장이 줄줄이 늘어서있고, 입구에는 정체모를 골동품들, 서점 곳곳에 그곳의 마스코트처럼 골동품들이 존재하고… 곳곳에 놓인 육중한 책상에는 서점 직원들이 앉아 고객들을 관찰하거나 혹은 책을 권하거나 혹은 내쫓아버리려 하는 그런 광경이 상상된다. 그리고 우리의 작가는 입구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도.

책을 읽는 내내 내 상상 속의 소서런 서점에서 나는 고서적 판매 직원이 되어 책을 팔고 사고 고객을 마주하고 가끔은 내보내고 힘 있는 파워스들을 만나고 책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곳을 방문하고 또 아무도 모르던 서점의 비밀 공간을 찾아내고 영국 곳곳을 누볐으며 서점 직원들과 은근한 친밀감을 쌓았다. 실제로 가본 적도 없는 소서런 서점이 마치… 내 꿈의 직장인 것처럼!!

책에 대한, 서점에 대한, 특히 고서적들에 대한 이야기가 어쩜 이리 웃기고 재밌을 수 있나. 작가는 의도한게 아니겠지만 마치… 한 시리즈의 시트콤을 시청하는 기분을 만끽했다. 새로운 챕터를 읽을 때마다 요상한 멜로디의 오프닝 노래가, 웃긴 장면에 낄낄 거릴 때는 웃는 효과음이, 한 챕터가 끝날 때는 문이 열렸다 닫히는 쉬익하는 효과음과 B급 특수효과가 머릿속에 보였다. 그냥… 그냥 모든 순간이 재밌는 책이었달까.

책의 뒷표지에 이 책을 ‘자신이 책 애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혼자만의 코첼라 페스티벌이다.’ 라고 소개하는데, 아무렴. 이게 코첼라고,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이고, 로튼 토마토지수 100의 코미디 영화고, 드라마고, 개그콘서트다…

책 애호가라면 반드시, 아니더라도 그냥 삶이 지루할 때 무료할 때 꼬옥 읽어줬으면 싶은 책이다. 책을 읽고 고서점 직원이라는 목표가 새로 생겨도 나는 책임 못진다. 왜냐? 일단 나부터 그렇게 됐으니까… 슬쩍 버킷리스트에 소서런 서점 가보기와 헌책방 혹은 고서적 서점 직원되기를 추가해본다.



이 글은 RHK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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