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선생님, 독일 가다 생각이 자라는 나무 18
한문정 외 지음, 정훈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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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포기해도 되나요? 진짜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을 건넨 사람은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남학생 엄마였다. 중학교 3학년도 아니고 고등학교 3학년도 아닌 초등학교 과정의 수학에 포기라는 말을 사용하다니 무언가 잘못된 게 분명하다.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 회원인 과학 선생님 넷이 쓴 「과학 선생님, 독일 가다」를 읽다가 그 엄마가 생각난 건 <기센 수학 박물관>을 읽을 때였다.


 기센은 도시 이름.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로 40여 분 걸리는 곳이다. 과학 선생님이 수학 박물관을 찾은 이유는 2005년 서울 어린이 회관에서 열렸던 수학 체험전의 좋은 기억 때문이다. ‘수학아 놀자’라는 체험전에서 어린 딸은 유령 퍼즐, 낙하산 타기, 비누 거품 만들기 등을 무척 좋아했다. 이 전시물들의 고향이 바로 독일이었다. 기센의 수학 박물관도 수학 놀이터다. 머리로 수학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수학하는 게 우리와 다르다. 비눗방울을 만들며 숨겨진 수학의 비밀을 찾고, 내 몸의 황금 비율을 알아보며 함수를 이해하고, 황금 비율을 이해하고 나면 피보나치 수열 전시물을 볼 수 있는 수학과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선생님은 전한다. 내친김에 박물관 소개를 하나 더 해야겠다.


 <구텐베르크 박물관>!  구텐베르크! 맞다. 금속 활자와 함께 우리가 아는 그 사람 이름이다. 금속 활자는 알다시피 우리나라가 최초이다. 하지만 인쇄술은 독일이 앞선단다. 이유는 아이러니하다. 우리나라는 책을 다량으로 인쇄할 필요도 없었고 종이 질도 좋아서 인쇄 장치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나, 독일은 십자군 전쟁을 앞두고 자금을 모으기 위한 ‘면죄부’가 필요했고 종이 질도 우리보다 나빠서 기술 개발을 열심히 했다는 것. 이렇게 만든 구텐베르크 금속 활자 인쇄물 중에 가장 유명한 건「42행 성서」이고, 우리나라에는「직지심체요절」이 있다. 우리 금속활자는 독일보다 200년이 빨랐는데, 이곳에는 고서와 ‘직지심체요절 제조과정’ 등을 볼 수 있는 ‘한국관’도 있고, <청주 고인쇄박물관>과 결연도 맺었다.


 독일어는 ‘당케 쉔!’ 밖에 모른다는 선생님들은 독일 여기저기를 다니며 과학과 관련된 12곳을 사진과 체험을 넣은 이야기로 들려준다. 책을 읽을 때 한 번에 다 읽기보다는 관심 가는 곳부터 시작하면 재미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21세기를 살면서 수학과 과학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데, 둘을 생활 속에서 즐겁게 만나기 시작한다면 울렁증은 사라지고 대신 호기심이 자리할 거라는 생각에 어른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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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복이, 창대와 함께하는 열하일기 - 우리 고전 재미있게 읽기 우리 고전 재미있게 읽기 시리즈
박지원 원작, 강민경 지음, 최현묵 그림 / 한국고전번역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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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바뀌었다. 연암 박지원에서 장복이와 창대로! 여기서 장복이는 박지원의 하인이고 창대는 말을 부리는 일을 한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둘의 여행기가 되겠다. 둘 중에 장복이는 연경이 처음인데 중국은 되놈의 나라로 알고 있기에 무섭기만 하다. 창대는 고향에 두고 온 곱단이가 그립지만, 다른 나리들과는 다른 박지원에게 슬슬 호기심이 생긴다. 박지원은 조선 정조 때 명문 양반가였으나 과거 시험을 치르지 않고 독서와 글쓰기로 소일하던 중 팔촌 형 박명원을 따라 중국 사신단의 일행이 되었다. 박명원은 정조의 고모 화평옹주의 남편으로 임무는 청나라 황제 생일을 맞아 인사를 드리는 일이지만, 박지원은 친구 박제가와 홍대용에게 들었던 중국이 궁금했기에 여행 중에 만나는 모든 일이 신기했다.


 창대는 바로 이런 주인 나리가 이상했다. 밤이면 몰래 나가 중국인들과 필담을 하고 중국 변방의 살림살이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하인들이 묻는 말에도 설명을 잘해주고 심지어 중국의 제일 경치는 깨진 기와 조각과 똥 덩어리라고 정의한다. 기와와 똥 이야기에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 장복이에게 박지원은 이런 말을 해준다. “깨진 기와와 똥은 쓸모없는 물건인데 그들을 알뜰하게 이용해서 깨진 기와 조각으로는 문양을 만들고 똥을 깨끗하게 긁어모아 거름으로 이용하니 성곽이나 궁궐, 사찰보다 더 아름답지 않느냐.”고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장복이는 그러면 천민인 자신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답은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매긴다는 거다.


 1780년 5월에 한양을 떠난 일행은 8월에 연경에 도착했다. 한여름이라 더위와 장마로 고생을 하지만, 창대는 다른 고민이 생겼다. 자신의 꿈이 뭔지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글이 궁금해졌고 전과는 달리 사람들의 처지도 생각해 보게 됐다. 일행은 우여곡절 끝에 연경에 도착했지만, 황제가 열하로 피서를 가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열하로 가게 됐다. 박지원은 열하에서 신이 났다. 몸이 아픈 창대를 대신해 중국말이 가능한 득룡을 앞세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했다. 그 사이에 창대는 조선에서 가장 말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거라는 꿈을 정한다. 박지원을 따라 나선 이번 여행길이 어쩐지 예사롭지 않은 길이 될 거란 예감은 적중했다. 그런 창대에게 박지원은 책을 선물해주었다.


「열하일기」는 박지원이 중국을 다녀온 후 3년에 걸쳐서 쓴 글이다. 방대한 분량에 당대 제일의 문장가답게 훌륭한 글이다. 물론 한문으로 쓰였다. 이미 많은 분들이「열하일기」를 알아봐 북한의 작가가 엮은 책도 출판됐을 만큼 다양한 종류의 책 사이에서 어린이와 중학생을 겨냥한 이번 책은 특히 반갑다. 창대의 눈으로 본「열하일기」역시 신나서 더욱 좋다. 고전을 재미있게 읽기를 바라는 <한국고전번역원>의 수고가 돋보이는 책은 자신의 꿈이나 진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신분이었던 장복이와 창대를 주인공으로 삼아 오늘의 청소년을 돌아보게 한다. 박지원도 5개월여 중국 여행을 통해 공부하고 기록한 일로 인생이 바뀌었듯이 그의 하인들도 자기에 맞게 성장하는 모습은 원전과 다르지만, 나름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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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판사 퐁퐁이 - 이야기로 배우는 법과 논리,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수상작 사회와 친해지는 책
김대현.신지영 지음, 이경석 그림 / 창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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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와 표범은 말싸움을 자주 한다. 말리기도 지친 동물들은 행복 마을의 너구리 판사 퐁퐁이를 찾아가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한다. 퐁퐁이가 다툼이 생길 때마다 법을 적용해 공평하게 해결한다는 소식에 동물들은 큰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 시작된 담비의 퐁퐁이 판사 이야기는 이렇다.


 사건 파일 1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는 경운기가 문제다. 성실하고 농사를 잘 짓는 황소는 배추를 수확해서 경운기에 실은 후에 비탈길에 세워 두었는데 농사를 잘 짓지 못하는 족제비가 그걸 보고 화가 나서 경운기를 발로 찼다. 그 때문에 배추는 상해버렸다. 여기까지 들어 보면 족제비의 잘못이 당연하겠지만, 퐁퐁이의 판결은 브레이크를 걸어 두지 않은 황소라고 판단했다. 친절한 지은이는 글과 만화로 이야기를 두 번 해준다. 게다가 판결 이유도 비슷한 예를 들어 설명해준다. 법을 어려워하는 어린이들을, 법을 모르는 어린이들을 위한 충분한 배려로 보인다. 다시 파일 1로 돌아가면 짐짓 심각한 표정의 퐁퐁이가 뒷짐을 지고 왼손을 쳐든 채 “어떤 결과에 대한 원인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결과에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외친다.


 책에는 ‘잘못된 생각과 좋은 결과, 불가능한 행동을 요구할 수 있을까, 잘못된 행동을 그만두는 방법, 악법도 법일까’ 까지 사건 파일이 더 있다. 행복 마을의 다툼도 우리와 비슷해 사건은 익숙하고 판결은 궁금하고 결과는 더욱 요긴하다. 하지만, 퐁퐁이가 판결을 내린 이후인 뒷이야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법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도덕을 말하기 때문이다.


 담비의 긴 이야기를 듣고 하이에나와 표범도 퐁퐁이를 찾기로 한다. 둘은 그동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렇게나 한 마디씩 던지며 참견하는 동물들에게 지쳐 있었다. 공정한 판단을 받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줄 근거를 준비할 것을 다짐하는 둘을 보며 법과 논리는 물과 공기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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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백과사전 - 고전 속에 숨어 있는 우리 귀신 이야기
이현 지음, 김경희 그림, 조현설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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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싶은 마음과 아닌 마음이 딱 반반이었다. 제목과 지은이를 보면 읽고 싶은데 표지를 보면 지나치고 싶은 마음을 돌려세운 건 「성장을 위한 책읽기」(안광복/학교도서관저널)였다. 18년 차 고등학교 철학 선생님 지은이는「귀신백과사전」서평을 ‘귀신 이야기로 생각을 틔우다’는 제목으로, 우리 옛이야기에 담긴 귀신에는 도덕과 윤리가 담겨 있어 사람들을 바르게 살게 하는 힘이 있고, 귀신의 속사정을 알게 되면서 생각도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망설이던 마음은 이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책은 경고로 시작한다. 무섭고 끔찍하고 황당한 내용이 있으니 만 18개월 미만 유아에게는

보호자의 독서 지도가 필요하단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갈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귀신 말고 그냥 신으로 말이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널따란 판형에 천연색 그림은 많고 낱말 사전까지 있어 얼핏 보면 책은 참 쉽고 유치해 보인다. 하지만, 술술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귀신의 종류가 많아서, 귀신에 얽힌 이야기가 많아서, 우리 주변에 귀신이 사는 곳이 많아서 놀라게 된다. 개성 있는 유명한 귀신의 이름을 나열해보면 글귀 귀신, 베갯머리 귀신, 야광귀, 얼굴 귀신, 절구대 귀신, 외다리 귀신, 와라진 귀신 그리고 터럭손 귀신이 있다. 설날과 추석에 유용한 귀신이야기도 있다. 조상신은 먼저 세상을 떠난 조상귀신을 뜻하는데 저승에서도 후손들을 늘 보살피는 조상신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지내는 게 차례와 제사라고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집에 사는 신 이름들도 흥미롭다. 옛집에는 성주신, 삼신, 조왕신, 터주신, 문간신, 안당신, 업왕신 그리고 측간 귀신까지 살았다니 사람만 대가족이 아니었나 보다.


 그렇다면 귀신은 무엇이고 왜 이리 많았을까? 지은이는 귀신이란 마음이라고 정의했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마음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그려 낸 것이 귀신이란다. 마음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죽은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식물에도 있다고 믿은 거란다. 그래서 이런 마음 저런 마음을 달래주고 서로에게 힘이 되고 보답을 하고 기원해주고 감사하는 세상을 위해 귀신이 존재한다고 한다. 읽다 보니 귀신에 대한 무서움은 사라지고 궁금함은 더 커진다. 책을 읽으면 생각이 많아진다는 말 외에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 좋은 대화 소재도 될 수 있다는 걸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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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이들이 온다 사계절 1318 문고 83
윤혜숙 지음 / 사계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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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나이, 이야기의 주인, 이야기가 좋은 이유,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아는 이유, 이야기가 있는 곳 등이 궁금하다면 윤혜숙 작가의 첫 책「뽀이들이 온다」를 권한다. 책은 “책을 읽고 싶지만 글을 모르거나 비싼 책값 때문에 책을 구경조차 할 수 없던 시대에 사람들은 어떻게 이야기를 만났을까? 일제강점기에 우리 이야기를 지키려고 한 사람도 있었을까?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어 한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5쪽) 라는 작가의 의문에서 시작됐다.


 뽀이들은 모두 세 명. 출생은 홍길동과 비슷했지만 성장 과정은 힘들어서 한이 맺힌 동진, 각설이패 일원이었으나 이야기가 좋아 종로에 눌러앉은 장생,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좋아한 소년 가장 수한이다. 그중 수한이가 책의 화자로 1920년대 전기수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에게는 ‘이야기의 주인은 이야기’라 믿는 선생님 정도출도 있다. 1920년대 서울은 일제강점기로 옛것과 새것이 혼란 속에서 만나는 시기였다. 양반과 평민이 존재했고 양복, 다방, 커피, 영화관, 학교, 기차, 번역서, 병원 등 근대 문명이 일본을 통해 빠르게 들어왔다. 따라서 그 시대 사람들의 관심도 ‘돈’이었다. 전기수와 변사도 그중 하나로 ‘이야기꾼인 전기수는 사라지는 해, 무성영화의 변사는 뜨는 해’라는 동진의 말은 사실이었다.


 책에는 그런 갈등들과 옛이야기들이 재미나게 섞여 있다. 실제 존재했던 우미관, 단성사, 방정환 선생님 이야기까지 있어 간이 맞는다. 하지만, 대화 중심의 전개는 뒤로 가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이야기 속에 있을 법한 고비는 좀체 등장하지 않아 조바심이 들었다. 작가의 첫 책이고 <숙향전>과 <춘향전>, <임진록>의 기생 계월향 이야기가 재미있으니 다행이다 싶을 무렵 도출이 등장한다.


 도출이 죽기 전에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다를 뿐 무성영화도 이야기의 한 갈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전기수는 말로, 소리꾼은 판소리로, 화가는 그림으로, 이야기꾼은 책으로,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란다. 나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평생을 애써 왔다.”(199쪽) 는 말에 담긴 뜻은 오늘날에도 유용하다. 그중에 "나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평생을 애써 왔다"는 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평생을 애쓴다는 말의 무게감을 알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도출의 이야기도 만들어진다. 뽀이들의 선생님인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말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만들어지니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을 거다. 수한이 자신의 이야기를 좇아 길을 떠나듯이 ‘내 이야기를 위해 애써야겠다.’는 다짐은 의외의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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