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이들이 온다 사계절 1318 문고 83
윤혜숙 지음 / 사계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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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나이, 이야기의 주인, 이야기가 좋은 이유,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아는 이유, 이야기가 있는 곳 등이 궁금하다면 윤혜숙 작가의 첫 책「뽀이들이 온다」를 권한다. 책은 “책을 읽고 싶지만 글을 모르거나 비싼 책값 때문에 책을 구경조차 할 수 없던 시대에 사람들은 어떻게 이야기를 만났을까? 일제강점기에 우리 이야기를 지키려고 한 사람도 있었을까?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어 한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5쪽) 라는 작가의 의문에서 시작됐다.


 뽀이들은 모두 세 명. 출생은 홍길동과 비슷했지만 성장 과정은 힘들어서 한이 맺힌 동진, 각설이패 일원이었으나 이야기가 좋아 종로에 눌러앉은 장생,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좋아한 소년 가장 수한이다. 그중 수한이가 책의 화자로 1920년대 전기수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에게는 ‘이야기의 주인은 이야기’라 믿는 선생님 정도출도 있다. 1920년대 서울은 일제강점기로 옛것과 새것이 혼란 속에서 만나는 시기였다. 양반과 평민이 존재했고 양복, 다방, 커피, 영화관, 학교, 기차, 번역서, 병원 등 근대 문명이 일본을 통해 빠르게 들어왔다. 따라서 그 시대 사람들의 관심도 ‘돈’이었다. 전기수와 변사도 그중 하나로 ‘이야기꾼인 전기수는 사라지는 해, 무성영화의 변사는 뜨는 해’라는 동진의 말은 사실이었다.


 책에는 그런 갈등들과 옛이야기들이 재미나게 섞여 있다. 실제 존재했던 우미관, 단성사, 방정환 선생님 이야기까지 있어 간이 맞는다. 하지만, 대화 중심의 전개는 뒤로 가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이야기 속에 있을 법한 고비는 좀체 등장하지 않아 조바심이 들었다. 작가의 첫 책이고 <숙향전>과 <춘향전>, <임진록>의 기생 계월향 이야기가 재미있으니 다행이다 싶을 무렵 도출이 등장한다.


 도출이 죽기 전에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다를 뿐 무성영화도 이야기의 한 갈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전기수는 말로, 소리꾼은 판소리로, 화가는 그림으로, 이야기꾼은 책으로, 저마다 자기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란다. 나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평생을 애써 왔다.”(199쪽) 는 말에 담긴 뜻은 오늘날에도 유용하다. 그중에 "나는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평생을 애써 왔다"는 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평생을 애쓴다는 말의 무게감을 알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도출의 이야기도 만들어진다. 뽀이들의 선생님인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말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만들어지니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을 거다. 수한이 자신의 이야기를 좇아 길을 떠나듯이 ‘내 이야기를 위해 애써야겠다.’는 다짐은 의외의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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