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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백과사전 - 고전 속에 숨어 있는 우리 귀신 이야기
이현 지음, 김경희 그림, 조현설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8월
평점 :
읽고 싶은 마음과 아닌 마음이 딱 반반이었다. 제목과 지은이를 보면 읽고 싶은데 표지를 보면 지나치고 싶은 마음을 돌려세운 건 「성장을 위한 책읽기」(안광복/학교도서관저널)였다. 18년 차 고등학교 철학 선생님 지은이는「귀신백과사전」서평을 ‘귀신 이야기로 생각을 틔우다’는 제목으로, 우리 옛이야기에 담긴 귀신에는 도덕과 윤리가 담겨 있어 사람들을 바르게 살게 하는 힘이 있고, 귀신의 속사정을 알게 되면서 생각도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망설이던 마음은 이제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책은 경고로 시작한다. 무섭고 끔찍하고 황당한 내용이 있으니 만 18개월 미만 유아에게는
보호자의 독서 지도가 필요하단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갈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귀신 말고 그냥 신으로 말이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널따란 판형에 천연색 그림은 많고 낱말 사전까지 있어 얼핏 보면 책은 참 쉽고 유치해 보인다. 하지만, 술술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귀신의 종류가 많아서, 귀신에 얽힌 이야기가 많아서, 우리 주변에 귀신이 사는 곳이 많아서 놀라게 된다. 개성 있는 유명한 귀신의 이름을 나열해보면 글귀 귀신, 베갯머리 귀신, 야광귀, 얼굴 귀신, 절구대 귀신, 외다리 귀신, 와라진 귀신 그리고 터럭손 귀신이 있다. 설날과 추석에 유용한 귀신이야기도 있다. 조상신은 먼저 세상을 떠난 조상귀신을 뜻하는데 저승에서도 후손들을 늘 보살피는 조상신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지내는 게 차례와 제사라고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집에 사는 신 이름들도 흥미롭다. 옛집에는 성주신, 삼신, 조왕신, 터주신, 문간신, 안당신, 업왕신 그리고 측간 귀신까지 살았다니 사람만 대가족이 아니었나 보다.
그렇다면 귀신은 무엇이고 왜 이리 많았을까? 지은이는 귀신이란 마음이라고 정의했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마음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그려 낸 것이 귀신이란다. 마음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죽은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식물에도 있다고 믿은 거란다. 그래서 이런 마음 저런 마음을 달래주고 서로에게 힘이 되고 보답을 하고 기원해주고 감사하는 세상을 위해 귀신이 존재한다고 한다. 읽다 보니 귀신에 대한 무서움은 사라지고 궁금함은 더 커진다. 책을 읽으면 생각이 많아진다는 말 외에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 좋은 대화 소재도 될 수 있다는 걸 추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