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구리 판사 퐁퐁이 - 이야기로 배우는 법과 논리,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수상작 ㅣ 사회와 친해지는 책
김대현.신지영 지음, 이경석 그림 / 창비 / 2013년 10월
평점 :
하이에나와 표범은 말싸움을 자주 한다. 말리기도 지친 동물들은 행복 마을의 너구리 판사 퐁퐁이를 찾아가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한다. 퐁퐁이가 다툼이 생길 때마다 법을 적용해 공평하게 해결한다는 소식에 동물들은 큰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 시작된 담비의 퐁퐁이 판사 이야기는 이렇다.
사건 파일 1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는 경운기가 문제다. 성실하고 농사를 잘 짓는 황소는 배추를 수확해서 경운기에 실은 후에 비탈길에 세워 두었는데 농사를 잘 짓지 못하는 족제비가 그걸 보고 화가 나서 경운기를 발로 찼다. 그 때문에 배추는 상해버렸다. 여기까지 들어 보면 족제비의 잘못이 당연하겠지만, 퐁퐁이의 판결은 브레이크를 걸어 두지 않은 황소라고 판단했다. 친절한 지은이는 글과 만화로 이야기를 두 번 해준다. 게다가 판결 이유도 비슷한 예를 들어 설명해준다. 법을 어려워하는 어린이들을, 법을 모르는 어린이들을 위한 충분한 배려로 보인다. 다시 파일 1로 돌아가면 짐짓 심각한 표정의 퐁퐁이가 뒷짐을 지고 왼손을 쳐든 채 “어떤 결과에 대한 원인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결과에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외친다.
책에는 ‘잘못된 생각과 좋은 결과, 불가능한 행동을 요구할 수 있을까, 잘못된 행동을 그만두는 방법, 악법도 법일까’ 까지 사건 파일이 더 있다. 행복 마을의 다툼도 우리와 비슷해 사건은 익숙하고 판결은 궁금하고 결과는 더욱 요긴하다. 하지만, 퐁퐁이가 판결을 내린 이후인 뒷이야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법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도덕을 말하기 때문이다.
담비의 긴 이야기를 듣고 하이에나와 표범도 퐁퐁이를 찾기로 한다. 둘은 그동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렇게나 한 마디씩 던지며 참견하는 동물들에게 지쳐 있었다. 공정한 판단을 받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줄 근거를 준비할 것을 다짐하는 둘을 보며 법과 논리는 물과 공기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