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복이, 창대와 함께하는 열하일기 - 우리 고전 재미있게 읽기 우리 고전 재미있게 읽기 시리즈
박지원 원작, 강민경 지음, 최현묵 그림 / 한국고전번역원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이 바뀌었다. 연암 박지원에서 장복이와 창대로! 여기서 장복이는 박지원의 하인이고 창대는 말을 부리는 일을 한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둘의 여행기가 되겠다. 둘 중에 장복이는 연경이 처음인데 중국은 되놈의 나라로 알고 있기에 무섭기만 하다. 창대는 고향에 두고 온 곱단이가 그립지만, 다른 나리들과는 다른 박지원에게 슬슬 호기심이 생긴다. 박지원은 조선 정조 때 명문 양반가였으나 과거 시험을 치르지 않고 독서와 글쓰기로 소일하던 중 팔촌 형 박명원을 따라 중국 사신단의 일행이 되었다. 박명원은 정조의 고모 화평옹주의 남편으로 임무는 청나라 황제 생일을 맞아 인사를 드리는 일이지만, 박지원은 친구 박제가와 홍대용에게 들었던 중국이 궁금했기에 여행 중에 만나는 모든 일이 신기했다.


 창대는 바로 이런 주인 나리가 이상했다. 밤이면 몰래 나가 중국인들과 필담을 하고 중국 변방의 살림살이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하인들이 묻는 말에도 설명을 잘해주고 심지어 중국의 제일 경치는 깨진 기와 조각과 똥 덩어리라고 정의한다. 기와와 똥 이야기에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 장복이에게 박지원은 이런 말을 해준다. “깨진 기와와 똥은 쓸모없는 물건인데 그들을 알뜰하게 이용해서 깨진 기와 조각으로는 문양을 만들고 똥을 깨끗하게 긁어모아 거름으로 이용하니 성곽이나 궁궐, 사찰보다 더 아름답지 않느냐.”고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장복이는 그러면 천민인 자신도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답은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매긴다는 거다.


 1780년 5월에 한양을 떠난 일행은 8월에 연경에 도착했다. 한여름이라 더위와 장마로 고생을 하지만, 창대는 다른 고민이 생겼다. 자신의 꿈이 뭔지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글이 궁금해졌고 전과는 달리 사람들의 처지도 생각해 보게 됐다. 일행은 우여곡절 끝에 연경에 도착했지만, 황제가 열하로 피서를 가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열하로 가게 됐다. 박지원은 열하에서 신이 났다. 몸이 아픈 창대를 대신해 중국말이 가능한 득룡을 앞세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했다. 그 사이에 창대는 조선에서 가장 말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 거라는 꿈을 정한다. 박지원을 따라 나선 이번 여행길이 어쩐지 예사롭지 않은 길이 될 거란 예감은 적중했다. 그런 창대에게 박지원은 책을 선물해주었다.


「열하일기」는 박지원이 중국을 다녀온 후 3년에 걸쳐서 쓴 글이다. 방대한 분량에 당대 제일의 문장가답게 훌륭한 글이다. 물론 한문으로 쓰였다. 이미 많은 분들이「열하일기」를 알아봐 북한의 작가가 엮은 책도 출판됐을 만큼 다양한 종류의 책 사이에서 어린이와 중학생을 겨냥한 이번 책은 특히 반갑다. 창대의 눈으로 본「열하일기」역시 신나서 더욱 좋다. 고전을 재미있게 읽기를 바라는 <한국고전번역원>의 수고가 돋보이는 책은 자신의 꿈이나 진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신분이었던 장복이와 창대를 주인공으로 삼아 오늘의 청소년을 돌아보게 한다. 박지원도 5개월여 중국 여행을 통해 공부하고 기록한 일로 인생이 바뀌었듯이 그의 하인들도 자기에 맞게 성장하는 모습은 원전과 다르지만, 나름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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