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스물 한 살 이후부터 지식소매상 유시민의 애독자였으며 정치인 유시민의 지지자였다. 정확한 첫 만남은 중학교 3학년때 책을 통해서였다. 학교 도서관에서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꺼내 읽었다. 당시에는 지은이 이름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만 했다. 끝까지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가 고등학생이 된 후, 유시민은 국회에서 소위 '빽바지 사건'의 주인공이 되었다. 당시 사회 선생님이 매 수업시간마다 일간지를 가져와 우리에게 1면 기사를 소개해주셨었는데, 어느 신문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빽바지'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려있었던 것이 어렴풋하게 기억난다.


하지만 그 이후, 당분간 유시민이라는 이름은 내 삶에서 멀어졌다. 고등학교 3년, 대학교 1학년의 시간동안 정치는 나에게 전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그리고 정확히 그 시기에 유시민은 참여정부의 핵심 인물로서 가장 맹렬하게 정치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여름의 촛불정국을 지나며 나는 사회와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정치가 왜 중요한지,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동시에 이명박 정부의 답답한 분위기를 인식했으며, 그에 맞물려 정치인 노무현의 지나온 날을 제대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유시민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정치인 유시민이『거꾸로 읽는 세계사』의 저자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한게 이때였던 것 같다. 그렇게 정치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던 중, 2009년 5월의 23일 아침이 밝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국민장이 치러지는 그 기간동안, 유시민의 눈물에 깊게 감정이입을 했다. 솔직히 인정하건데, 그 순간부터 나는 유시민의 인간적인 팬이 되었다. 세간에 떠돌았던 다소 부정적인 어감의 '유빠'가 되었다. 맹목적인 10대들의 연예인에 대한 팬덤과 마찬가지로, 나는 정치인 노무현과 정치인 유시민의 이상을 지지하게 되었다.


그 다음에 찾아온 일들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정치 행로을 마무리지으며, 유시민은 다시 지식소매상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나도 한때 품었던 정치인의 꿈을 접고, 문필과 학문 사이 어딘가의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의 행보에서 굳이 동질감을 찾아내려고 하는걸 보면 아직도 '유빠' 근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것 같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이전의 책들과 많이 닮았으면서도 참 다르다. 광범위한 배경지식과 조사를 바탕으로 적절한 사례를 제시하는 능력은 탁월한 저술가 유시민의 여전히 돋보이는 재주이다. 그러나, 이번 책은 하나의 주제를 둘러싼 소재들의 구심력이 다소 약해진듯 하다. 많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살 것인가. 혹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중심으로 꿰어져 있으나, 이야기 소재가 너무 다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어쨌든 자연인 유시민의 팬인 나로서는, 그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기회였기에 아주 좋았다. 이전의 강연이나 책, 인터뷰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다음으로 든 생각은, 그 어느때보다 '독기'가 빠졌구나 하는 생각이다. 위에서 말한 '이야기의 소재가 많다'는 점은, 달리 해석하자면 글의 특징보다도 말의 특징을 많이 담았다고 볼 수 있다. 분석과 논증의 글은 다양한 이야기를 마음껏 펼치지 못한다. 그러나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인생에 대해 회고하고, 다가올 날을 희망하는 이야기를 풀어놓기 위해서라면, 논증적 글쓰기보다는 대화하는 듯한 글쓰기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책은 진정 자유인 유시민의 저작이다. 『청춘의 독서』도 이런 감이 없지는 않았으나, 이번 책이야말로 '한 명의 자유인' 유시민이 하고 싶은 말을 편안하게 풀어낸 책이다. 10대 독자에겐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대를 넘어서며, 어떠한 방향으로든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모두 읽어 볼만한 책이라 권하고 싶다.

몰랐던 사실들과 감동적인 부분이 쓰여있는 페이지 수와 간단한 내용을 메모하는 것만으로도 A4 크기의 노트 한 면이 꽉 채워졌다. 한 때 뉴스와 투표를 통해서나마 그와 똑같은 정치적 꿈을 꾸었다는것이 아직도 나에게는 즐거운 기억이다. 앞으로는 이렇게 책을 통해서, 저자와 독자의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독서 기간 2013년 2월 28일 - 2013년 3월 6일
재독서 기간 2013년 4월 12일
기록 날짜 2013년 4월 13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