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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평점 :
사르트르에 따르면 '자유'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선고된' 것이다.
내가 받아들인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선고된 자유 아래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무엇을 믿으면 좋을까'라는 물음 자체가 생길 수가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매우 행복한 상태로 살 수 있었던(98쪽) 옛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는 무엇을 믿을 지 온전히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불행하지만 행복한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다. 믿음의 대상은 종교일 수도 있고, 돈, 사랑, 명예, 권력 모든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유를 동경한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자유로부터 도망쳐 '절대적인 것'에 속하고 싶어하(101쪽)는 경향이 많이 존재한다.
내 대학교 1학년 4월의 감정은 쓸쓸함이었다. 3월 활기찬 분위기가 지나간 후, 캠퍼스는 시험기간에 돌입한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고등학교 교실에서 벗어나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시험기간. 어색했다.
그전까지는 시험기간이 다가올 때마다 칠판 한쪽의 시험범위 안내가 있었고,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야간자율학습시간을 같이 보내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곤 했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오자 그 익숙했던 시험기간을 만날 수 없었다.(사실은 아주 억압적인 우리나라의 학교 체제 안에서나 가능할 모습들) 모든게 자율에 맡겨진 대학 생활에서 시험 기간을 챙겨주는 같은 반 친구는 없었고, 공부 안한다며 다그치던 담임 선생님도 없었다.
분명 자유롭다고고 느껴야 했는데, 시험기간 내내 허무했다. 자유로운게 이렇게 쓸쓸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고, 그것은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내 동기들 모두가 공감했다.
이렇듯 '자유'는 분명 우리에게 자유로움을 선사하지만 동시에 쓸쓸함으로 우리의 목을 죄어온다.
이 책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할 의무, 배금주의에 대해 반문할 수 있는 권리, 참된 지식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청춘이 과연 무엇인지에 관한 고뇌를 말한다. 계속하여 종교적 믿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우리의 직업은 대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자꾸만 바뀌어가는 사랑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죽음의 의미는 무엇인지, 노년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고민하는 삶의 불쾌한 즐거움으로 안내되는 동안, 나침반 역할은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가 담당한다. 근대화 시기를 버텨낸 위대한 두 학자. 그들은 자유가 확산되면서 동시에 그것이 어떻게 우리를 피폐하게 만들고 인간성을 깎아내리기 시작했는지를 단순히 머리가 아니라 온 몸으로 겪었다. 소세키는 그것을 문학으로, 베버는 이론으로 그려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소세키와 베버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해부했던 근대 사회의 정체. 강상중은 그 모습을 그다지 어렵지 않은 모양새로 우리에게 다시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그런것일까... 읽고 나서 개운한 느낌이 아니라 더욱 더 침침해진 느낌이다. 안그래도 고민 많은 삶을 살고 있는 나인데, 이 책을 만남으로서 고민하는 삶의 정당성을 다시 한 번 확신할 수 있었고.. 내 삶은 더욱 더 어려워졌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듯, 고민 끝에 낙이 올 날도 언젠가 있을까?
읽은 기간 : 2010년 10월 16일
정리 기간 : 2010년 1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