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김안나 옮김 / 매직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사실 인터넷에서 책 이름을 처음 얼핏 보고는
'건지'라는 글자를 '간지'로 잘못보고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을 타겟으로 하는 심심풀이 책인가? 하고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이런 멍청이ㅜㅜ)

그러다가 이 책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고, 또 읽을 기회가 생겨 읽고 리뷰를 쓰게되었다.

건지 섬은 면적은 78.1㎢, 인구는 6만 3100명(2003년기준)의 작은 섬이다.
지리상으로는 프랑스에 가깝지만, 영국에 소속된 섬이다.
(11세기 노르만왕조때부터 영국의 소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자치를 하고있다고 한다. 출처-http://www.visitguernsey.com )

이 조그만, 그리고 인구도 얼마 없는 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책표지 안쪽에는 건지 섬 지도가 실려있는데, 지도를 보면 2차대전 당시에 무슨일이 일어났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건지 섬은 다른 섬들에 비해 대륙에 가깝고 기후는 좋고 다른 더 작은 섬들보다 비교적 섬의 크기도 크기에 대륙에서 영국으로 진출하기 위한 군사기지로서 적절하다.
이런 섬을 전쟁 초기 기세등등한 독일군이 가만히 두었을 리 만무하다. 건지 섬은 실제로 섬의 전략적 중요성 덕분에(?) 독일군에 의해 2차대전 내내 점령당한 채 시간을 보냈다.
(출처-http://en.wikipedia.org/wiki/Guernsey#History )
소설은 그러한 독일군의 끔찍한 점령기간이 있었던 2차대전이 끝난 직후의 건지 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많은 책을 읽은것은 아니지만,(속된말로 '쪽팔릴'정도로 그동안 책을 읽지 않았다.)
이런 형태의 소설은 처음이다. 읽어가다 보면 주인공이 있긴 하지만 그 주인공만을 중점으로 글이 전개되지도 않으며, 중심 화자도 없다.

그럼 소설이 어떻게 전개가되나?
책 표지가 힌트를 던져주기도 하는데,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서로서로에게 보내는 편지에 의해 내용이 진행된다. 그런데 이런 소설진행이 처음, 아니 어느정도 읽어나갈때까지 조금은 어렵게 느껴진다. (편지는 원래 글 자체가 지정된 독자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내가 아닌 특정인을 독자로 지정한 글들이 모여서 나를 독자로 하는 글이 완성된다는 것이 어떻게생각해보면 흥미로운 점이기도 하다.)
책 첫페이지부터 배경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시드니 스타크에게 보내는 편지가 나오고, 첫마디도

수잔 스코트는 환상이에요. 우리는 현장에서 책을 40권 이상이나 팔았죠.

위와같이 시작하는 소설이라면 누구든지 보는순간 '엥,,,,,?' 대충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시드니 스타크는 누구이고, 수잔 스코트는 또 누구? 그리고 이 편지를 보내는사람은 대체 누구지?
읽기 시작함과 동시에 궁금증, 그리고 불편함(-_-;)이 저절로 솟아오른다. 다 읽고나니까 하는 말인데, 아마 작가가 작정하고 노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ㅋ

아무튼 이렇게 시작된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편지로만 이루어져 있다.
책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친절한 구성이다. 하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읽어가다가보면 캐릭터들의 관계가 머리속에 그려지기 시작하고, 점점 편지읽기를 통한 내용파악에 익숙해진다.

그러다보면 날짜를 보며 읽어가는 재미도 생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 세상도 그렇지만, 소설에 몰입해 읽어가다보면 그 몰입도에 따라
소설 속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다. 얼마전까지만해도 건지 섬의 애덤스라는 사람으로부터 편지를 받아 놀라운 감정을 가졌던 것 같은데, 어느새 주인공은 건지 섬으로 실제로 가서 생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편지를 통해 인물들이 소통하고, 그 소통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종이편지를 대신할거라 생각했던 이메일, 그 이메일조차 대신하고있는 문자메세지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요즘 세상을 되돌아보게된다.

그제서야 알게된 사실 하나.
난 지금까지 친구에게 제대로된 편지를 한번도 써본적이 없구나..
여자친구와는 정말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2년을 알고지낸 여자친구와는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10년을 넘게 알고지내는 친구와는 편지한통 주고받은적이 없다.
그친구가 얼마전 육군현역병입대를 했고(1월 4일 의정부에도 갔다왔다)
나도 이제 내일이면 공익근무요원이긴 하지만 논산훈련소에 들어간다.

한 달 후, 손쉽게 쓸 수 있는 인터넷편지가 아니라
펜을 들고, 종이로 된 편지를 그 친구에게 보내고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누구나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저런 생각이 들 것 같다.
정성들여 누군가에게(애인말고!ㅋㅋ) 편지를 써본게 마지막으로 언제인지를 떠올리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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